한덕현 편집국장

부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만큼 인색한 국가도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항상 경계와 시기의 대상이 된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부를 이루었어도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짜고 부정적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이처럼 부자문화가 왜곡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역사적 요인까지 들추다보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당사자의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제대로 벌지를 못했거나 제대로 쓰지를 못했거나 둘 중에 하나다. 부의 축적과정이 정당하고 또 그 씀씀이가 합리적이었다면 부자들이라고 해서 절대로 미운 오리새끼가 될리 없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발표 이후 우리 지역에서도 돈이 많은 부자들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온다. 대략 이런 것들이다…누구는 부동산 등으로 엄청난 돈를 가지고 있는데 골프는 거의 부인과 함께 한다. 같이 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또 누구는 지방에서 돈을 왕창 벌어 타지로 떠났다가 요즘 한창 개발중인 오창 부근에 돈이 될만한 사업거리가 생기니까 또 내려왔다…등등. 대부분 부자를 깎아 내리는 말들이다.

미국엔 백만장자 클럽이 있다. 하지만 그들끼리 이너서클을 형성해 활동해도 언론에선 별로 관심을 안 갖는다. 미국의회는 백만장자 클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 430여명인 하원의 경우 120여명이나 연간 1백만 달러를 번다고 한다. 미국인중 고작 1%만이 연간 1백만달러를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히 미국의회는 부자들의 모임이나 다름없다.

조지 부시대통령 역시 대단한 부자로 지난번 카트리나 피해 때 구설수에 오른 그의 텍사스 목장은 5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 또한 알부자로 1500만 달러에서 7500만 달러 상당의 비과세 채권과 200만에서 1000만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되려면 가난한 사람으로 포장해야 하는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분명 비정상적이다. 만약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목이 열개라도 아스아슬할 것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부자들이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이 시기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정하게 돈을 벌고 이렇게 번 돈을 부정하게 쓰는 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 상위의 1% 인구가 우리나라 사유지의 51.1%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그 실체를 그대로 입증한다. 이대로 가다간 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혁명이나 폭등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돈 좀 있다고 해서 활용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차익만 챙긴다면 이건 부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투기꾼에 불과하다. 당연히 존경보다는 시기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고 하지만 부자도 품격의 차이가 있다.

하도 씹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충북을 떠나고 싶다고 읊조리는 사람들은 대개 투기성 사업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다. 우리지역에도 번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주변을 보살피는 훌륭한 부자들이 많다. 재래 시장통에서 평생 새우젓 팔아 번돈을 인생 말년에 학교나 불우시설에 기부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아야 비로소 부자가 부자로서 존경받을 수 있다.

부자가 당당하게 부자임을 밝히는 사회, 이것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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