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 휘(충청대 공연영상제작학부 교수)

   
기업들이 브랜드에 미쳐가고 있다. 모든 것을 브랜드화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올인하고 있다.

브랜드를 모르는 기업은 구석기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그들이 생산한 제품은 구석기제품으로 취급당한다. 브랜드를 모르면 기업도 조만간 명예퇴직을 당할 운명에 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브랜드는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될 ‘피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럼, 브랜드가 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미주알고주알 이론적으로 지겹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브랜드 사건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98년, IMF가 왔을 때 외국계 기업인 한국존슨이 삼성제약을 387억에 샀다. 당시 삼성제약의 총 자산가치는 90억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 왜 297억이라는 거금을 더 준 것일까? 계산기 두드리는 데는 가히 천재적인 솜씨를 자랑하는 외국기업이다. 그들은 에프킬라의 브랜드가격을 297억으로 평가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계산법이 나왔는지는 그들만이 알 일이지만, 에프킬라는 세계 살충제 시장을 꽉 잡고 있었던 그들의 큰 코를 납작하게 만든 대한민국 초특급 울트라 파워브랜드였던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어느 나라건 징기즈칸처럼 쳐들어가서 휩쓸고 깃발 꽂고 자기 땅으로 만들던 ‘존슨’이었다. 그런데 유독 그들에겐 아주 조그만 나라인 한국의 토종브랜드, 에프킬라에겐 힘 한번 못쓰고 맥없이 깨지니 얼마나 약오르고 자존심이 상했겠는가?

그들을 약오르게 한 가격, 그들의 자존심을 마구 짓밟은 가격이 바로 297억이었던 것이다.이런 일이 일어나자, 한국기업들이 어?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기네들의 단순무식한 계산법으로는 기껏해야 90억 정도인데, 297억이나 더 주다니! 이럴수가! 쟤네들 혹시 미친 거 아냐? 도대체 브랜드가 뭐길래...

그 때 이후부터 우리의 굼벵이 기업들은 눈에 불을 켜고 허겁지겁 ‘브랜드 찾아 삼만리’ 하기 시작했다.
흔히 브랜드는 단순히 ‘상표명’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한도 끝도 없고 깊이도 알지 못하는 엄청난 금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브랜드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누군가에게 코카콜라이야기를 해 주었다. 코카콜라는 누가 뭐래도 세계 No.1 브랜드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터브랜드라는 회사에서 매년 브랜드 순위와 가치를 발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맥도널드,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항상 10등 안에 드는 우등생이다. 그 중에서 코카콜라는 늘 1등을 놓치지 않는다.

평가방법이나 신뢰도에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권위는 인정받고 있다. 자, 그렇다면 세계1등인 코카콜라는 브랜드 가격이 얼마나 될까? 보통 학생들이나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면 5천억에서 10조 사이의 가격을 말한다. 난 그들에게 태연하게 70~80조라고 얘기해준다. 그러면서 입을 쩍 벌리고 다물지 못하는 그들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사살 시켜주기 위해 한마디 더 보탠다.

코카콜라라는 그 검은 액체를 사는 데는 500원 정도밖에 안 들지만 ‘코카콜라’라는 네 글자를 사려면 70~80조라는 끔찍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 글자만 떼어내 팔아도 20조는 거뜬히 챙길 수 있다고 농담을 건넨다. 슈퍼 울트라 파워 빅 브랜드 하나로 한 평생 아니 열 평생은 먹고 살 수 있는 그들이 정말 너무너무 부럽다. 질투가 마구마구 난다.

청원·청주가 통합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의 시각으로 보면 통합시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기업들이 기존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브랜드 뒤에 붙이는 게 있다. 울트라. 골드, 플러스, 디럭스, 프라임 등등이 그것이다.

도시도 브랜드다. 통합시의 브랜드는 더 좋아진다는 의미로 청주골드, 청주울트라, 청주VIP 등등을 붙여보면 어떨까하는 장난기 어린 생각도 해본다.청주와 청원, 둘 다 모두모두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새로운 도시의 가격은 엄청나게 폭등하리라고 분명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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