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간 대결과 함께 진보 對 보수 격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이미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다. 이제는 여성들이 모여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구축됐던 정치구도를 깨려하고 있다.

여성의 정계진출 모색은 집단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시민단체가 출범한데 이어 이를 중심으로 여성의식, 선거전략, 리더십 등을 갈고 닦기 위한 정치학교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계진출을 시도하는 여성들의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정당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정당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여성운동에 뿌리를 둔 또 다른 경우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간 대결과 함께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두 흐름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정계진출이 이래저래 천칭 위에 오른 셈이다.

일단은 모여서 함께 배우자
여성의 본격적인 정계진출은 17대 국회를 통해 시작됐다. 비례대표에 있어 여성우선할당제를 도입하면서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28석 등 38석으로, 여성 의원이 전체 의원의 13%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여성 의원이 48%를 차지하는 스웨덴 등 유럽지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16대 당시 5.6%에 비해서는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성 의원 비율이 2% 남짓한 도내에서도 지방의회에 대한 여성우선할당제의 의무, 또는 권고 실시를 기화로 여성들의 지방의회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상륙작전은 현재 모의단계로 일단 모여서 함께 배우는 형식이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대표 이숙애·이하 여세연)는 8월26일~28일까지 속리산유스타운에서 지방의회 진출을 꿈꾸는 여성정치인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성정치인 양성프로젝트 ‘여성이 지방의회로 간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입지자 본인이나 참모 등이 참여해 여성의식과 선거전략, 리더십 등에 대한 하드트레이닝이 이뤄졌다. 참가자들이 전하는 행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말해 ‘뜨거웠다’는 것이다.

여세연 이숙애 대표는 “조를 편성해 이뤄진 캠프기간 내내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의사표현을 하는 등 주체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여성정치인들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당이 아니라 사고방식이 중요
여성의 정계진출은 준비과정에서 일단 연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도내 여성정치인들의 뿌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남성중심의 기존 정치판에서 여성부장, 여성위원장 등 사무직이나 도지부 간부 등을 역임하면서 정당인으로 성장해 온 세력과 재야 여성운동단체에서 활동해 오다 김대중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권 진출을 모색해 온 세력 등 두 부류가 그 것이다. 정당에 뿌리를 둔 경우는 소비자단체나 봉사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폭넓은 조직적 기반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주시의회 최광옥의원, 열린우리당 여성위 안혜자, 양재옥 부위원장 등이 여기 해당된다. 여성운동이나 시민운동 등에 뿌리를 둔 경우는 열린우리당 여성위 최미애 부위원장이나 민주노동당 홍청숙 지방선거기획단장, 이인선 사무처장 등이다. 민주노동당 여성후보의 경우에는 단순한 양성평등의 개념 보다 여성을 장애인, 서민 등과 함께 사회적 약자 가운데 하나로 규정해 개혁의 축으로 삼고 있다.

안혜자씨는 “도내 여성정치인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지방정치는 그 성격상 생활정치가 돼야 하고 그래서 여성 정치인들이 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반해 최미애씨는 “당내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여성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선출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진보여성계의 의견”이라며 자신의 활동했던 여성단체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처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여성정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있어서는 한데 뜻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열리고 있는 여성정치캠프의 의제도 양성평등에 입각해 여성의식을 높이자는 것이다.

여세연 이숙애 대표는 “정치에 뜻을 둔 여성들 중에도 남성 못지않게 가부장적 사고에 물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더 이상 여성들이 밖에서 아우성치거나 부탁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에 기초한 철저한 여성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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