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도의회 비례대표 벌써부터 ‘후끈’
경선 가산점, 여성 지역구 출마도 봇물 이룰 듯

기초의회 2.2%, 광역의회 2.9%, 국회 13%. 이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현재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백분율이다. 그나마 국회의 경우는 비례대표 순위에서 홀수 순번에 여성을 배치하도록 한 ‘여성우선할당제’에 힘입어 16대 5.6%에 비해 2.5배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판도가 달라질 것 같다. 4월30일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광역의회에도 여성우선할당제가 의무화되고, 기초의회도 권고사항으로 최대한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당내 경선에서도 여성에게 가산점이 부여되고 전략공천 시에도 여성비율을 충분히 고려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성계 내부에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갈망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바람이 돌풍이 되어 지역정가를 휩쓸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 열린우리당 도의회 비례대표로 경합중인 안혜자, 양재옥, 최미애 여성위 부위원장.
도내 여성의원 20명도 가능하다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은 아직도 비례대표 우선순위 배정이라는 배려(?)가 없이는 녹록하지 않다. 1990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도의회의 경우 5대 때 송옥순의원이 비례대표로 의회에 진출했고, 6대 때는 여성의원이 전무했다.

7대 들어서는 한나라당 몫 2명, 자민련 몫 1명 등 모두 3명으로 유례없는 봇물을 이뤘는데, 이 가운데 한나라당 몫으로 모두 여성이 진출한 것은 한나라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2순위까지 당선권에 든데 따른 것이다.
8대 선거에서는 이같은 여성 배려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 여성우선할당제에 따라 도의회의 경우 1순위를 비롯한 홀수 순번에 여성을 배치해야만 선관위에 등록할 수 있다.

기초의회는 권고사항이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공히 여성우선할당 원칙을 준수할 방침이어서 도내 모든 시·군의회에 여성의원이 입성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김형근 사무처장은 “기초의회 비례대표에 여성을 우선하는 것은 권고사항이고 당내에서 명료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법의 정신을 고려할 때 일부러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며 여성 1순위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송태영 사무처장도 “논의된 적은 없지만 당의 기본적인 방향, 구조를 생각할 때 당연한 것으로 본다”며 기초의회도 광역의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될 경우 비례대표로 2명을 선출하는 청주시와 충주시에서는 각각 2명, 나머지 10개 시·군에서는 각각 1명의 여성 비례대표 시·군의원이 탄생해 기초의회 여성 비례대표만 14명에 이르게 된다.

우리당 여성위는 비례대표 각축장
우선할당제를 발판 삼아 의회 입성을 꿈꾸는 여성정치인들의 도움닫기는 이미 곳곳에서 시작됐다. 그 중에 가장 치열한 곳이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여성위원회(위원장 강혜숙의원)다. 열린우리당 도당 여성위 부위원장 4명 가운데 3명이 도의회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혜자(65) 부위원장은 민정당 도지부 여성부장 출신으로 정치경력이 가장 길다. 민주당 한화갑대표와의 인연으로 국민회의, 새천년 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안 부위원장은 “여성들이 정계에 진출해야 남성위주의 권위적 정치풍토가 봉사하는 정당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며 교도소 교화위원과 적십자 등에서 활동해 온 봉사활동 경력을 부각시켰다.

양재옥(54) 부위원장은 도청 사거리에 있는 현대약국의 대표 약사로, 충청북도 여약사회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의약분업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과 인연을 맺게 돼 여성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양 부위원장은 “정계진출로 그동안의 정당활동에 결실을 맺고 싶다”며 “보건분야 전문가로서 사회복지, 의료, 환경 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미애(56) 부위원장은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도의회 선거에서도 당시 민주당 몫으로 1순위를 받았지만, 한나라당 돌풍에 밀려 입성에 실패했다. 최 부위원장은 자신이 성장한 토대인 진보적 여성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도의원 비례대표도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방송토론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를 통해 여성의식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역구 선거전도 치열
비례대표 여성 할당이 의회진출을 위해 깔아놓은 양탄자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레드카펫’을 걸어갈 주인공은 한정돼 있다. 기초의회는 각각 1~2명, 도의회는 3명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봇물을 이루고 있는 여성의 정치진출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구 출마 쪽으로 선회할 것이 분명하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돕기 위해 최근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가 주최한 캠프에 출마예상자와 참모진 등 40여명이 몰린 것을 보더라도 여성의 지역구 출마도 유례없이 분출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정책적,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양당 모두 지난 총선에서 여성후보가 당내 경선에 출마할 경우 20% 가산점을 부여한 전례를 이번 지방선거에 적용할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김형근 사무처장은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가산점 30% 적용과 여성 30% 전략공천 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정책적 지향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송태영 사무처장도 “여성몫 확보는 확실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며 “경선 선거인단 가운데 45세 이하와 여성선거인을 각각 50%씩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초, 광역을 가리지 않고 지방의회 역사를 통틀어 충북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은 청주시의회 최광옥의원이 유일하다. 5~7대에 걸쳐 3선인 최광옥의원은 내년 선거에서 도의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비례대표가 될지 지역구 출마가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도청 과장을 지낸 정지숙씨가 지역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여성위 송영숙 부위원장도 도의회 지역구 출마와 진천군의회 비례대표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밖에 기초의회에는 여성포럼의 남기예씨, 한국부인회 안계화회장, 간호조무사회 맹순자씨 등 20여명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초의회 입지자들은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지방정치의 여성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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