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시장 불출마 선언 속 출마예상자들 각개약진
김현수, 김형근, 나기정, 남상우, 오효진, 한범덕 등 거론

내년 청주시장 선거는 챔피언의 방어전이 아니라 챔프결정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9일 주민 찬반투표 확정 등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대세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대수 청주시장은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통합시장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이고, 설사 통합이 미뤄지더라도 시장에 재출마하기 보다는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길이란 도지사에 출마하거나 혹은 때를 기다려 총선에 다시 도전장을 내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통합추진으로 한 시장은 이미 충분한 반사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한대수 청주시장이 떠난 무주공산의 주인은 누가 될까? 특히 인구 80만의 통합시장이 갖는 위상은 막강한 것이어서 본인이 출마의사를 밝힌 경우는 물론이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들까지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청주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을 지면에 모아봤다.

김현수 전 시장 1년 전에 출마선언
거의 모든 지역선거에서 출마여부가 거론되는 김현수(69) 전 청주시장은 늘 자가발전기(?)를 돌리는 정치인이다. 현역 자치단체장 보다 열성적으로 행사장을 찾아다니고, 지난해 4.15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것이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출사표가 됐다.
“청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청주시장 출마를 가장 먼저 공언한 것이다.

김현수 전 시장의 장점은 변함없는 고정표다. 따라서 후보가 난립할 수록 당선권에 가까워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전 시장은 6명의 후보가 난립한 1995년 지방선거에서 7만4155표를 얻어 당선됐으며, 1998년 지방선거에서 5만5674표, 2002년 지방선거에서 5만976표를 얻어 꾸준한 득표력을 보였다.

김 전 시장은 청원군 오창 출신이면서도 청주시장을 역임한 경력을 내세우고 있으며, 정당 선택에 대해 “나를 필요로 하는 정당을 찾아가겠다”는 실용주의적 답변을 내놓았다.

나기정, 남상우, 박종구 등 타천 출마설
나기정(69) 전 청주시장도 2002년 지방선거에서 8000여표 차로 고배를 마신 뒤 한대수시장과 리턴매치설이 나돌았었다. 미래도시연구원을 만들어 공항활성화와 소프트웨어 분야 활성화 등 지역발전과 관련한 정책 대안을 내놓는 등 그간의 행동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본인의 대답은 “얘기 다 끝난 것 아니냐”며 완강한 부인이다.

나 전 시장은 그러면서도 ‘권하는 사람들이야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출마설을 부인하다 보니 권하는 사람들도 줄었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나 전 시장은 또 “지방자치에는 당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특정 후보의 주변사람들이 당비를 걷어서 내준다는 얘기까지 떠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상우(61) 전 정무부지사나 현역 4선인 박종구 청주시의원도 출마설이 나도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남 전 부지사는 지난해 청주 흥덕을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박종구(64)의원도 지난 선거에서부터 출마설이 있었지만 칼을 뽑지 못하고 있다. 전화 통화 결과 “안할겁니다”라는 짧은 응답이 전부. 박종구의원은 충청리뷰 7월23일자(389호) 인터뷰에서도 시의원 재출마를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같아서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2차례 ‘부인’이 모두 현실이 된다면 사실상 정계은퇴 선언인 셈이다.

김형근 우리당 사무처장, 언젠간 도전장
6월15일 첫 공모제를 통해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에 취임한 김형근(47)씨도 언젠가는 청주시장 자리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이다. 충북대 경영학과 78학번으로 충북대 운동권의 1세대로 통하는 김형근 사무처장은 충북민주운동협의회, 충북연대 등 지역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김대중정부 출범과 함께 제2건국추진위로 영입돼 중앙정치와 인연을 맺었으며 열린우리당 중앙당에서 국장으로 일하면서 지역복귀를 꿈꿔온 경우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사무처장에 당선된 만큼 맡은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자리에 도전장을 낼 경우 60~70대 후보들 틈에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효진군수 “길이 있으면 무조건 간다”오효진(63) 청원군수는 청주·청원이 통합될 경우 한대수시장과 함께 양대 주역으로 부각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청원군 현도 출신으로 대전고를 나와 지역 연고에서는 다소 밀리는 감이 있지만 예정대로 3월27일 통합시가 출범할 경우 단기간 동안 임명직 통합시장을 맡게되는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청원군지역의 압도적지지를 바탕에 깔고 간다는 것도 믿는 구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통합시장 출마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한대수시장이 자리를 비켜주기로 한 이상 ‘미리 떠들면 오히려 손해’라는 심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한 시장과 ‘윈윈전략’을 세울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오 군수의 이같은 암중모색은 16대 총선에서 신경식 전 의원에게 16표 차로 분패하는 등 2차례나 근소한 표 차이로 낙선하면서 얻은 실전 정치철학의 산물이다.오 군수 스스로도 “2차례 낙선 이후 ‘길이 있으면 간다’는 좌우명을 세우게 됐다”는 선문답을 던진 바 있다. 통합시장 출마 외에 다른 길이 있다면 도지사 출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범덕부지사, 정동영이냐 이원종이냐
한범덕(53) 정무부지사는 열린우리당이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경우지만 정작 본인은 도지사와 청주시장 자리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창으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 입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의중을 밝히지 않아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한 부지사 역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원종지사가 물려준 바통을 이어받아 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것이다. 이원종지사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타 도지사 후보군을 멀찍이 따돌리고 3선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여권의 ‘러브콜’을 받고 입각하는 시나리오를 비롯해 정치적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한 부지사는 한나라당 말을 타고 경주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열린우리당 관계자 B씨는 “도당 전체의 생각은 아니지만 한 부지사 카드가 최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부지사로 발탁한 이원종지사와의 관계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영입작업이 만만치 않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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