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이상 형의 집행유예는 사퇴사유

충북레미콘 협동조합 이석조 이사장이 뺑소니 사망 교통사고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사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석조이사장은 지난해 3월14일 교통 사고를 내 사람을 숨지게 하고 도주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뺑소니) 위반죄로 기소되어 지난해 11월14일 청주지법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그리고 사회봉사명령 240시간과 안전운전 수강명령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이사장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어 청주보호관찰소에 사회봉사명령 신고를 함으로써 2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40시간의 안전운전 강의를 수강 한 것으로 밝혀졌다.
240시간에 달하는 사회봉사명령 이행은 지난해 12월초부터 1월까지 청원군 부용면 노인복지 시설인 ‘즐거운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44조 (임원의 자격제한) ①항에 ‘금고 이상의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는 당연히 퇴직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사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레미콘 조합 측은 국가공무원법과 교육법령 질의 회신집의 사례를 들어 “금고 이상의 형”은 실형만을 의미하고 있다며 이사장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공무원의 자격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에서 집행유예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제 3호의 ‘금고 이상의 형’은 실형만을 의미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레미콘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이사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 이후 임원의 자격제한 논란이 일어 변호사와 중소기업청 등에 자문을 구한 결과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집행유예에 대한 해석이 문제

하지만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의 자격제한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결론나지 않은 채 법 개정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임원의 자격제한 사유를 추가하고 있는데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에 대한 자격 제한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석조 이사장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이 법 시행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한 결격 사유는 제 44조 제 1항의 개정 규정에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별도 조항을 시행령에 부기함으로써 이 이사장은 임원의 자격 요건 강화를 위해 개정된 법률에 의해 오히려 면죄부를 받게된 셈이다.
그러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제 44조 1항 4)에 대한 자격 제한 추가는 이 법 44조 1항 3의 조항을 두고 집행유예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여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적용 유예조항과 관계없이 이 이사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이사장에 대한 자격제한 논란은 이미 법개정 8개월여 전에 있어 왔다는 사실도 강조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에 있는 자에 대한 자격 제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이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법 개정 요구가 거세어 이번에 추가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도덕적 측면에서 제기도

이석조씨에 대한 충북레미콘 조합 이사장직 사퇴 여론은 법적인 논란을 떠나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강하게 어필된다는 사실이다. 이씨는 지난해 3월 14일 밤 11시 15분 청주시 상당구 청주시청 앞 길에서 자신의 아카디아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 안모씨(36)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나다 뒤쫓아온 택시기사에게 잡혀 경찰에 넘겨졌었다.
경찰은 이씨를 특가법(뺑소니)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한 것으로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던 것.
법원이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되지 않은 뺑소니 사망 사고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져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봐주기 영장 기각’이란 비난을 받았다. 이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은 법원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이씨에 대한 도덕적 비난으로 이어졌다.
당시 이씨는 경찰에서 “사람을 친 사실을 몰랐고 뭔가 덜컹 하는 느낌이 있어 고양이 등 짐승이거나 박스 같은 물건인 줄 알았다”며 뺑소니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대우 타워아파트로 가지 않고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반대 방향으로 운전한 점 등 여러 정황으로 보아 뺑소니의 가능성이 높았었다.
지역 레미콘 업계 한 인사는 “결국 법원의 재판 결과는 뺑소니로 결론지어진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볼 때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임원에 대한 자격 제한’ 논란이 제기되기 전에 그 직을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관리 감독권을 가진 충북도는 “레미콘 조합에서 보고를 하지 않아 잘 몰랐다”며 “임원의 결격 사유가 있다면 총회를 소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조씨 사회봉사명령 이행 제대로?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 240시간과 안전운전 강의 40시간을 선고받은 이석조씨의 사회봉사명령 이행에 대해서도 관심들이 많다. 보통 사람들의 사망소식 보다 사회 지도층 및 유명인사의 사소한 일거수 일투족이 더 뉴스거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씨는 레미콘조합 이사장이란 직함 외에 충북체육회 부회장, 청주고 총동문회장, 한나라당 신경식의원 후원회장, 민주당 충북도지부 후원회장 등을 맡고 있고 충북전문건설협회장을 20여년 역임하기도 한 지역의 대표적 저명인사다.
사회봉사명령은 유죄가 인정된 범죄자 및 비행소년들로 하여금 형의 선고, 보호처분, 그리고 이에 수반하는 조건으로서 일정한 기간내에 지정된 시간동안 무보수로 근로에 종사하도록 하는 형벌 대체적인 성격의 제도다.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월초까지 한달간에 걸쳐 청원군 부용면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은 1일 8시간을 치면 휴일없이 30일을 꼬박해야 하는 시간. 수강명령 40시간도 적지않은 시간.
일부에서는 이 이사장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무실과 일에서 떨어져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내고도 영장 기각을 받아낸 것과 같이 ‘불성실한 이행’을 했을 것이란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꽤 고생이 많았다”며 깊은 반성으로 성심 성의껏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한다. 한 인사는 “봉사활동하는 곳에 위로차 갔는데 그 추운날씨에 외투 깃을 올리고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글썽했다”고 기억했다.
‘즐거운 마을’의 관계자는 “이씨가 정확히 지켰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운전기사가 아침에 태워오고 저녁에 태워가면서 꼬박 출근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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