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본래 자전거의 도시였다. 지금 정도의 인구가 되었을 때도 자전거는 많았다. 자전거 통학과 출근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가 자전거를 몰아내 버렸다. 그리고는 올해도 수십억을 들이면서 자전거 전용도로와 거치대를 확장한단다.
그러나 말대로 자전거가 지나가는 것을 보기란 드문 일이다. 행사 때나 그럴까, 자전거는 일상적이지 않다. 길은 있으나 아무도 그 길을 쓰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정말 자전거를 좋아한다. 만원버스보다는 자전거가 쾌적하고, 속도조절도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골목 골목을 내 멋대로 누빌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청주는 자전거를 위한 형식적인 지원만이 있을 뿐, 실제로 자전거를 타게끔 만들지 않는다. 자동차가 위협하고, 세울 때도 마땅치 않고, 수리도 쉽지 않다. 분위기가 영 만만치 않다.
중국 북경에 자전거가 많은 것은 평원지대이기 때문이다. 중경과 같은 산록지대에는 자전거가 다니지 못한다. 청주는 분지라서 그런대로 구릉만이 있어, 자전거 도시였던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도시가 커지면서 고개가 많아지긴 했지만 높은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자전거를 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반값에 팔아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둘 데가 마땅치 않았다. 자전거를 엘리베이터 속을 끌고 다니는 것도 힘들고, 도난을 막기 위해 열쇠를 치렁치렁 매달고 다니는 것도 멋쩍었다. 그리고 현재는 보행자로 남았다.
여기서 생각을 잠깐 바꿔보자. 왜 우리는 길을 넓히고자 할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는가? 아니 아예 좁히면 안 되나? 유럽의 도심 어디고 넓은 길이 중심에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중앙은 광장이고, 광장으로 통하는 좁은 길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차는 도심에 들어오지 못한다.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면 지하철과 자전거뿐이다. 보행자는 차를 겁내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고, 그래서 거리는 그것 자체로 즐거운 공간이다. 거리는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광장도 무슨 일이 있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쉬기 위해 찾는다. 그리고 많은 길은 일방통행이며, 주차는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거리니 자동차가 거리에서 대우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개가 아니라 낭만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길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걷기란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되어버렸다. 길은 빨리 떠날수록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말았다.
나는 길을 넓힌다는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획된 고속화도로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좁히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그리고는 청주시내를 무공해 전차가, 신라시대 이후 정리된 그대로 T자형으로 다니면 어떨까? 남북은 T자의 윗 지붕이 되고, 동서는 T자의 아래 기둥이 되는 형국 말이다. 그리고 청주역을 시내 가까운데, 적어도 전차의 끝 부분이 되는 곳으로 옮기면 어떨까? 기차역이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유럽의 전형적인 도시계획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청주에게 철마가 필요함을 깨닫는다면, 시민에게 버림받은 기차역을 되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충북인들이 갈망하는 호남고속철도 오송 분기점과도 연관되는 우리의 일관된 자세 아닐까?
청주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자전거로 7, 80년대를 살아왔고, 자동차로 2000년을 맞이했다면, 이제 전차로 21세기를 살아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와서 자전거 운운하는 것은 너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차만 다니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이 청주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쮜리히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지만, 그 허리에는 전차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도, 하다못해 독일의 상업도시이자 항공기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도, 모두 전차가 다닌다. 전차는 살기 좋은 도시의 필수교통수단인 셈이다.
청주에 지하철은 아직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전차’(tram)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새로운 명물로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겠고. 게다가 나는 그것이 빠르지 않았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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