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위원장 선거에서 ‘운동성’ 강조한 정남규후보 당선
84.7% 높은 투표율, 노동 중심 對 소수자

민주노동동 충북도당이 청주시위원장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노총 등 노동현장에 뿌리를 둔 당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은 8월16일부터 나흘 동안 청주시위원장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정남규(36)충북언론노조협의회 사무국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정후보는 전자투표와 도당 사무실 방문투표, 부재자 투표 등에 참여한 508표 가운데 54.7%인 278표를 얻어 213표를 얻은 박만순(39)후보와 17표를 얻은 송명식(39)후보를 제치고 초대 청주시위원장에 당선됐다.

또 여성부위원장에는 신선화 충북대병원 노조 교섭전임이, 일반부위원장에는 오범진 도당 산악회장, 윤태인 흥덕을위원회 운영위원이 각각 당선됐다.
위원장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치룬 정남규 당선자와 박만순후보는 각각 청주대와 충북대에서 학생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함께 민중운동 계열에서 활동해 왔지만 활동의 토대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당의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당선자가 공장생활을 거쳐 민주노총 총무, 조직국장, 충북언론노동조합협의회 사무국장 등으로 일해 왔다면, 박 후보는 청주노동자의 집,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 등 노동관련 시민단체의 대표로 활동하며 시의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결국 정 당선자는 노동운동 중심으로 돌아가 운동성과 실천력 등 당의 정체성을 확보하자는 공약을 내세웠고 박 후보는 노동자를 위시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평등사회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 내 양대 흐름을 대변한 두 후보의 격돌이 치열했음은 높은 투표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청주시위원장 선거 당권자 600명 가운데 508명이 투표에 참여해 84.7%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여타 선거 투표율이 60% 남짓인 것과 견줄 때 경이적(?)인 것인다.

정 당선자는 노동현장 전반에서 고른 득표를 얻은 반면, 박 후보는 노동관련 사회단체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노동자 등 흥덕을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간부 출신의 정남규위원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부문 ‘대의원 할당’ 요구를 둘러싸고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집단퇴장하는 등 당과 민노총 사이에 형성됐던 다소 불편한 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남규위원장은 “치열했지만 잡음이 없었던 선거였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총력체제에 들어가 내년을 지방의회 진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광역시도당 아래 국회의원 선거구 중심으로 운영되던 당조직을 시·군·구위원회 체제로 개편하고 있으며, 충북에서는 이번에 3개 선거구위원회를 통합한 청주시위원회를 비롯해 충주시위원회(위원장 공재호), 옥천분회(분회장 송윤섭), 진천추진위원회(위원장 김종찬) 등이 활동하고 있다.

당 지지율 만 되도 ‘당선권’시의회 전 선거구 당선 목표 과녁 조준
서원대 김연각교수 등 ‘지역정책’ 네트워크 구축

국회 3당 진입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의 2006년 목표는 ‘500공직자 시대’다.
‘500공직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공직에 진출하겠다는 구상 아래 구호로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과녁은 기초의회 선거다. 노동자, 서민대중의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캐치프레이즈를 고려할 때에도 기초의회에 진출할 ‘때가 됐다’는 것이 당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도입과 중선거구제 개편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청주시위원회(위원장 정남규)도 중선거구제로 개편될 청주시 6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낼 방침이다. 11월쯤 출마후보 물색에 들어가 내년 1월까지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남규위원장은 “선거구 당 3~4명이 당선되는 중선거구제에서 당의 고정지지율만 확보해도 당선권에 들 수 있다”며 민주노동당의 도내 첫 기초의회 진출을 확신했다.
정 위원장은 또 “노동운동 현장에서 단련되고 선거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내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청주시위원회가 비장의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서원대 김연각교수를 주축으로 구성할 가칭 ‘지방자치센터추진단’이다. 지방자치센터 추진단은 지역의 정책역량을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의 정책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선거공약은 물론 청주시의 미래 청사진도 이 틀을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또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청주시장후보를 내는가 하는 것이다. 당초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은 중앙당 방침에 따라 반드시 도지사 후보를 공천하고, 청주시장 후보는 내지 않고 도의회는 50%를 공천할 방침이었다.
정남규위원장은 그러나 “도지사 후보와 함께 청주시장 후보가 동반 출마해 지방선거를 이끄는 밑그림을 구상해 보고 있다”며 쌍끌이 전략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노동당 투표제도도 ‘진보’ 전자투표시스템 도입 98%가 인터넷 투표
민주노동당 청주시위원장 선거에서 선거 결과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은 97.6%가 인터넷을 통해 이른바 전자투표로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투표자 508명 가운데 496명이 전자투표로 참여한 반면, 투표소 방문은 11명, 부재자투표는 1명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의 전자투표시스템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뒤 모든 당내 선거에서 활용되며 투표용지 없는 투표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자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노동당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는 것으로 당원 및 실명확인을 마쳐야 하며, 이와 동시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10자리 숫자의 투표번호가 전송된다.

이 투표번호를 시스템 안에 있는 해당 선거구에 입력한 뒤 선거권을 행사하면 전자투표가 마무리된다. 전자투표는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우리나라에서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충청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2008년 총선에 맞춰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별도의 팀을 구성해 검토에 들어갔다”며 “내년부터 선관위가 선거관리를 하는 조합장 선거나 학생회 선거 등에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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