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교육감 취임 첫 인사 관련 소회 밝혀
앞으로 교육장 공모, 도교육청 구조조정 등 단행할지 관심

   
도내 교원 정기인사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충청북도교육감이 새 얼굴로 바뀌면서 신임 이기용교육감의 인사 스타일이 교육계 내부에서 화제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8월4일 취임한 이기용교육감은 지난 19일 취임 후 보름만에 교장과 교감, 교사 등 501명에 대한 첫 교원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취임 후 업무보고와 여름휴가 등 꽉 짜여진 일정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실무진에서 제출한 안을 검토한 뒤 도장만 찍는 수준이었다.

이기용교육감은 또 지난 23일 5급 승진 5명, 5급 전보 9명 등 교육행정직과 기능직 33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승진을 제외한 전보의 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 교육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인사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교육장 공모제와 여성 배려 등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인사 관련 공약들은 관철되지 않았다.

교육장 공모는 시간상 무리가 있었더라도 여성 교육장 임명 등 여성인사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성계 일각에서 ‘여성홀대론’을 제기하는 등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해마다 여성교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교육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에서도 여성관리직 문제가 종종 도마에 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감을 앞두고 있는 도 교육청으로서는 사뭇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김영세 전 교육감 시절에는 강영희 충주교육장이 있었고, 김천호 전 교육감도 이희영 진천교육장(올 8월말 정년)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이 교육감이 여성 몫의 교육장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다.

다만 여성 인사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청주교육청 학무국장에 박인수 단재연수원 연수부장을 발탁한 것이다.

교육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제천지역이 다소 소란스럽다. 지금까지는 어디에 명문화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지역에는 중등 출신만 임명해 왔는데, 이번에는 제천교육장에 제천 의림초 류재영교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초등 교육장이 보임됐던 단양교육장에는 김종근 단양중 교장을 자리에 앉혀 초·중등을 맞바꿨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천지역과 제천시내 특정 고교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 여론을 비롯해 중등교육에 대한 소흘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메아리가 박달재를 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 11명의 교육장 가운데 중등 출신은 청주, 충주, 괴산, 단양 등 5군데이고 제천을 비롯한 6개 시·군은 초등 출신이다.

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이야기
취임 보름만에 인사를 단행하면서 교육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음에도 교육감의 인사 스타일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이 교육감 스스로 공·사석에서 인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자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육감이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뱉은 일성은 “선거 과정에서 인사 우대를 전제로 한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설사 있었더라도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떠한 은밀한 거래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실제로 괴산교육장으로 재임 중에 당선된 이 교육감은 “교육감에 당선되자 이런 저런 연고를 가진 사람들이 중용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처럼 그 누구도 배려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비가 오면 짚신 파는 아들이 걱정되고 날이 맑으면 나막신 파는 아들이 걱정되 듯이 인사에서도 특정인을 배려하는 인사를 할 수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교육감은 또 지역의 언론사 등에 인사차 들러서 “인사와 관련해 차(茶)라도 한 잔 얻어마시면 결국 차 한 잔 값 밖에 안되는 것 아니냐”며 어떠한 청탁도 배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교육장 공모, 교육계 구조조정 등 단행할까
결국 인사와 관련한 이기용교육감의 진면목은 내년 3월 정기인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또 이 교육감이 단행할 인사 정책과 유형은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방송토론회나 정책질의에 대한 응답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교육감은 방송토론회나 올바른 교육감 선출을 위한 시민단체 연대가 보낸 정책 질의에서 ‘도교육청 인원을 축소하고 지역별 교육장 중심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매우 찬성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교육부의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취임 6개월만에 눈에 띄는 성과가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와 함께 공보실의 인원과 부서를 재조정하고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것도 이 교육감의 개혁성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이 교육감은 교육장 공모제 시행과 관련해 “현장위주의 전수조사를 펼쳐 의견을 수렴한 뒤 필요하다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교조 등이 주장하고 있는 교장선출 보직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한다’며 말끝을 흐린 상태다.

한편 충북지역에서는 김영세 전 교육감 시절 음성, 옥천교육장을 공모제를 통해 선출한 바 있다.

교원자격시험 통해 교직 입문, 학연 개입 적을 듯
이기용교육감은 당초 8명이 출마했던 교육감 선거에서 당초 이른바 3강에 들지 못했던 후발 주자였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박노성후보와 겨룬 결선투표에서 52.1%의 지지율로 막판 대역전에 성공했다.

이 교육감 당선에 대한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는 한마디로 말해 “될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교원대 교육연구사로 11년을 일했고 일선 학교 재직 시에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학교운영을 했다는 무난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경력에서 특이한 것은 진천 한천초와 청주중, 청주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 행정학과를 나와 교원자격시험을 거쳐 연풍중 사회과 교사(준교사)로 초임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교원대 교육연구사로 11년을 재직하면서 일선을 떠났다가 영동교육청 장학사, 청주중 교장 등을 거쳐 괴산교육장으로 재직 중에 교육감에 당선됐다.
학력과 경력에 비춰보더라도 고교를 제외하고는 학연 등 개인적 연분이 인사에 작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교육청 관계자 A씨는 “교육감은 인사를 비롯해 예산 편성, 집행 등에 대한 권한이 집중된 자리다 보니 그동안 인사와 관련한 금품 청탁이나 특정 학맥 우대 등 각종 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 김천호 전 교육감에 이어 깨끗한 인사로 교육계의 명예를 지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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