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주인없이 관리인 송광운씨 홀로 지켜

6월20일 새벽, 수면 중 심장마비로 숨진 고 김천호 전 교육감을 떠나보낸 청주시 봉명동의 교육감 관사에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적막만이 감돌았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는 지붕 만큼 자란 오동나무가 그늘을 드리웠고 목백나무는 화려한 꽃을 피웠지만 아름다움을 찬탄할 주인의 기척은 없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 한 구석에는 고 김 전 교육감을 유난히 따랐다던 진돗개들이 살던 개집 역시 주인을 잃은 채 휑하니 놓여있어 쓸쓸함을 더했다. 고 김 전 교육감의 제자들이 관사 입주 당시 진돗개 2마리를 선물해 새끼를 치고 일가를 이루었으나 주인이 세상을 떠나고 7월8일 미망인마저 관사를 떠나면서 시골로 보내졌다고 한다.

관사 내부에는 김 전 교육감이 사용하던 돌침대와 운동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2층 서재에는 한때 책꽂이를 채웠던 도서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채로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재 관사에 살고 있는 사람은 관리인인 송광운(55·기능직)씨.
송씨는 “신임 이기용교육감이 관사에 입주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관사의 활용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아직 관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 5시면 감님 방에 불이 켜졌습니다. 매일 새벽 신문을 읽으며 마당을 걸었고 그러면 진돗개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송씨가 회고하는 고 김 전 교육감의 근면함이다.
송씨는 또 “비만 내리면 2층 서재에 물이 새도 예산을 들여 보수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고 김 전 교육감의 검소했던 일면을 소개했다.
송씨는 고 김 전 교육감이 청원교육장으로 일하던 당시 청원교육청에 근무했던 것이 인연이 돼 관사 관리인으로 입주해 관리사에서 생활해 왔다.

‘감오장천’ 에피소드가 얽힌 쪽문
교육감 관사에는 2개의 문이 있다. 하나는 정문이고 다른 하나는 관리사 옆으로 난 쪽문이다. 이 쪽문은 2002년 4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지 1년만에 사퇴한 김영세 전 교육감 재직 당시에 떠돌던 ‘감오장천(교감 인사 500만원, 교장 인사 1000만원)’이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는 문이다.

인사차(?) 방문하는 승진 대상자들은 정문이 아니라 이 쪽문과 관사 뒤 출입구를 통해 거실로 안내됐고 김영세 전 교육감은 흰 한복을 입고 방문객들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관리인 송씨에게 쪽문의 실체를 묻자 “원래는 관리인 가족들이 사용하도록 문을 하나 더 만든 것인데, 다른 용도로 사용됐던 모양”이라며 쪽문에서 관사 뒤 출입구로 이어지는 진입루트를 친절히 안내했다.

1984년 당시 봉명동 택지개발에 맞춰 청주시 사직동 청주방송 자리에 있던 구 관사를 매각하고 건립된 교육감 관사는 6,7대 유성종교육감을 시작으로 8대 정인영, 9,10대 김영세, 11,12대 김천호교육감 등 모두 4명의 교육감의 머물렀다.

가장 오래 생활한 교육감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8년을 머문 유성종 전 교육감이다. 그러나 첫 민선 교육감이었던 김영세 전 교육감이 상처(喪妻)를 하고 본인마저 비리혐의로 사법처리돼 자진 사퇴한데 이어, 김천호교육감이 수면중 돌연사하는 등 불상사가 잇따르자 ‘터가 세다’는 식의 뒷말과 함께 신임 당선자도 ‘그래서 관사에 입주하지 않았다’는 억측마저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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