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연봉 너무 비싸고, 공연횟수 적으며, 시향 발전에 도움 안됐다”
일부 예술인들 “잘나가는 외지인 못받아들이는 지역정서가 문제”

유라시안 필하모닉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금난새씨가 청주시립교향악단(이하 청주시향)과의 인연을 끝내고 돌아갔다. 청주시는 지난해 8월, 금씨와 연봉 5000만원에 1년간 청주시향 비상임 지휘자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회 공연을 두 차례씩 모두 8번 하기로 했고 이 약속은 모두 지켜졌다. 그러나 시는 금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매진 기대했으나 관객 많지 않아”
비록 비상임이기는 하지만 금씨가 청주시향 지휘자로 왔을 때 시민들은 수준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크게 환영했다. 전 지휘자가 6년간이나 ‘장기집권’하면서 타성에 젖은 단체에 새바람을 불어 넣어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 시는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가며 유명 음악가를 모셔왔다.
특히 금난새씨는 이미 수원시립교향악단과 대전시립교향악단 지휘자로 역임하면서 이 단체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 올려놓았고, 그중 수원시향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에 청주시에서도 그런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시는 금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아 그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분분한 의견들이 나돌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금난새씨가 제자를 통해 같은 조건에 상임단원 증원을 요구하며 재계약 의사를 비쳤으나 지역여론이 금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시에서 결정을 하기 전에 운영위원회, 지역 음악인, 시향 단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 간담회를 가졌는데 연봉 액수가 과다한데다 공연의 횟수가 너무 적고, 시향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 중론이었다”며 “1∼2회 공연 때는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객석이 90% 가량 차는 등 관객이 많이 늘었으나 그 이후 3∼4회 때는 급격하게 줄어 학생동원으로 객석을 메웠다. 그러다보니 매진을 기대했던 청주시로서는 다소 실망을 한 것 같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더욱이 금씨는 부지휘자가 다 해놓으면 한 공연당 3∼4일씩 나와 맞춰보는 선에서 그쳐 객원 지휘자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 이 때 시향 단원들은 상임인 부지휘자와 비상임인 금씨의 지도 스타일이 달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는게 시 관계자의 말이다. 또 시에서는 금난새라는 유명 음악가를 내세워 청주시향 혹은 청주시를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부대효과’도 기대했으나 이 것 마저 흡족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8회 공연으로 평가할 수 있나
예술단 관계자 모씨는 이에 대해 “유명인사 한 사람을 1년 동안, 그것도 다합쳐서 20일도 안되는 기간동안 모셔온다고 얼마나 발전하겠는가. 금난새씨는 청주시향을 붙잡고 가르쳐서 수준향상을 꾀하기에는 너무 유명하고 바쁜 사람이다. 따라서 금씨는 처음부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였다. 지금 시립예술단의 현안은 유명 예술인을 영입하는 것보다 상임화율을 높이는게 더 시급하다. 예산이 없어 상임화율이 57%에 그치고 있는데 한 사람에게 몇 천만원씩 투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실제 시립예술단의 낮은 상임화율은 모든 문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재정자립도가 70.8%에 불과한 청주시가 무용·합창·국악·교향악단 등 4개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버거워 이중 절반가량 만이 상임단원인 현실은 예술다운 예술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는 지적을 예술단 관계자들은 여러차례 해왔다.
하지만 예술인 모씨는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펴며 이렇게 말했다. “잘 나가는 외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역정서에 문제가 있다. 금난새씨가 청주에 온다고 했을 때 찬성하는 음악인들이 별로 없었다. 자기보다 유명하고 나은 사람에 대한 일종의 시기심 이랄까. 겨우 8회 공연한 것을 가지고 그를 평가할 수는 없다. 침체된 예술단체에 자극을 주고 동기유발을 했다면 그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다.”
한편 청주시에서는 현재 공석인 시향 지휘자로 유명 음악가 4명을 분기별로 1명씩 모셔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역시 비상임 체제로 하되 저명한 지휘자와 3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새로운 방법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향 발전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것인지 또 하나의 실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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