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도 없는 권한 행사하는 충북도·도의회 비난 빗발쳐

“행자부의 애매한 태도 뒤에는 충북도가 있다” 소문 무성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간접 민주주의가 아니고 직접 민주주의다.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하겠다는 데 이것마저 못하게 한다면 의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 충북도와 도의회는 주민투표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김윤모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청주와 청원은 원래 하나였다. 우리는 청주를 남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10여년 전에도 기득권 세력들이 통합에 반대하여 무산됐고, 그 때부터 한이 됐다. 아직도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기득권 보호를 위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각성을 촉구한다.(류인종 청원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도의회 유보결정으로 10일이상 지연
지난 1일 충북도의회가 청주·청원 통합 여론수렴을 ‘유보’하자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를 비롯 도의회 청주권 의원, 청주시의회, 청주시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 청주시의정회 등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도와 도의회에서 통합에 관한 검토의견을 첨부하여 행자부로 송부하면 될 일을 1주일이 넘도록 가지고 있으며 법에도 없는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곧 해당지역 중요 사항은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주민투표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민투표법의 입법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실제 도의회 의견수렴은 법적인 사항이 아니었다. 도에서는 도의회를 거치지 않고는 원만한 행정을 펼 수 없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고 항변하지만, 도의원들은 법에도 없는 권한을 무리하게 행사한 것이다. 청주시가 지난 7월 28일 행자부에 도의회 의견수렴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가를 질의했을 때 행자부는 “법적인 사항은 아니다. 다만 시, 군 통합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의 건의가 필요하고 건의시 도의회의 의견을 첨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애매하게 답변했다.

항간에서는 행자부가 이런 태도를 취한 배경에는 이재충 부지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지역의 모 인사는 “행자부가 법률적 해석에 의해 일을 한 게 아니고 압력과 지시에 의해 하고 말았다. 이 부지사는 행자부에 올라가 도의회 의견수렴을 강력히 요구하고 도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설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행자부 국장 출신인 이 부지사가 막강한 힘을 발휘했고, 행자부 또한 이를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행정구조 개편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제주도는 행자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하면서 도의회 보고 형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혁신분권담당관실에 따르면 “당초 행자부에 질의한 결과 기초의회는 필요없고 도의회는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규정상 어떤 식으로 의견수렴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도의회 보고형식으로 갈음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사례와 비교해보면 충북은 엄청난 시간적·정신적 낭비를 하고 만 것이다.

도의회에서 이 날 유보결정을 내림으로써 통합은 최소한 10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청주권과 비례대표 의원 등 9명이 바로 다음 날 임시회 재소집 요구를 발의했으나 임시회가 11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적의원 1/3 이상이 의장에게 임시회 소집 요구를 발의하면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발빠르게 대응했다. 따라서 청주·청원통합실무추진단에서 세운 일정상으로는 행자부 검토 주민투표 시달이 8월 10일로 돼있어 이 날짜를 가까스로 맞추기 위해서는 11일 도의회 의견수렴을 거쳐 곧바로 행자부에 올리면 다음 날인 12일 주민투표 시달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지원, 뒤로는 방해
도의회가 1일 인시회에서 통합 여론수렴 자체를 거부한 것은 통합에 관한 충북도의 생각을 ‘확실하게’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도에서는 한대수 청주시장과 오효진 청원군수가 통합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부터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원종 지사는 이재충 행정부지사를 내세워 청주·청원통합실무추진단이 세운 통합 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트집을 잡고, 통합 시기를 별도로 내년 지방선거 후인 6월로 정해 청주시와 청원군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다. 지방선거 후로 미루는 것은 통합을 하지 말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통합 추진에 최대한 협조하라고 지시하고 뒤로는 이 부지사를 시켜 통합을 방해하는 이지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비청주권 도의원들이 통합 반대 사유로 가장 많이 거론한 것은 청주와 청원이 살림을 합치면 너무 커져 인구와 재정이 한쪽으로 집중되고 다른 지역은 소외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 도의원들은 청주와 청원이 통합하면 광역시가 돼서 충북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충북도에서 열린 12개 시·군 혁신도시 건설 등에 관한 기본협약체결식에서 비청주권 일부 단체장들이 통합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통합은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게 지역의 여론이다. 청주·청원이 통합하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을 가진 도시를 충북이 갖게 되는 것이고 인근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호남고속철도오송분기역,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과 더불어 청주가 발전하면 이 효과를 충북전체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돼서 광역도시로 빠져나간다는 우려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정부에서는 더 이상 광역시 승격 계획이 없고 오히려 대구·경북, 광주·전남이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청주·청원 통합 결정은 주민의사에 맡겨야 한다.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려는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박탈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청주·청원 주민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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