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미끼로 공짜술 마신 손님 노래방 업주가 신고
함정고발에 업주끼리도 신고 ‘장사하기 어렵다’

노래방에서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인 점을 악용해 무전취식을 일삼고 금품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주가 행정처분을 감수하며 무전취식자를 신고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시 봉명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7월28일 자신의 노래방에서 술과 도우미 제공을 요청해 60만원 상당의 요금이 나왔음에도 이를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영업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B씨 등 5명을 경찰에 신고해 입건된 것이다.

입건된 B씨 등은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등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 주머니 사정 때문에 무전취식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업주 A씨는 이번 신고로 말미암아 최소한 1개월의 영업정지와 1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노래방 영업을 시작한지 불과 넉 달만에 불법영업을 미끼로 무전취식을 일삼는 사람이 1주일에도 여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노래방 도우미와 주류 제공을 빌미로 업주를 협박해 술값을 내지 않고 용돈까지 요구하는 사례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술을 팔고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1종 유흥업소와 달리 주류와 도우미 제공이 모두 불법이다 보니 누가 시비를 걸더라도 ‘걸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세 노래방업주들의 하소연인 것이다.

실제로 충청북도노래문화업협회 김만덕회장은 7월16일자 충청리뷰 기획취재 과정에서 “현재 헌법소원이 제출된 것처럼 노래방 내 캔맥주 판매를 허용해 주고, 도우미를 제공을 근절해 1종업소와 확실히 차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주장 한 바 있다.

노래궁과 노래방은 분명히 다르다
노래방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강도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유사상호를 사용하지만 업태가 분명히 다른 노래궁이나 노래빠, 노래장 등 1종업소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노래방(노래연습장) 업주들의 주장이다.

다짜고짜 술과 접대부를 요구하는데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시비가 붙고 결국에는 ‘신고를 하겠다’는 협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래방 업주 C씨는 “동네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들이 원하는 수준을 맞춰주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며 “시비가 붙으면 아예 용돈까지 줘서 내보내는 경우까지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하복대와 용암동 등 상업지역에 있는 일부 노래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어차피 술만 팔다 걸려도 행정처분을 받는 마당에 1종 업소와 시설과 서비스에서 경쟁하겠다며 과감하게(?) 영업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샤워시설과 밀실 등을 갖춘 일부 노래방은 성매매 등 사실상 유흥업소 이상의 퇴폐영업을 하면서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네 노래방을 운영하는 D씨는 “어차피 대놓고 불법을 일삼는 대규모 노래방은 손님들이 원하는 수준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손님이 고발하는 일은 없다”며 “자신들과 같은 피라미들만 연거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업주들 ‘이웃 노래방도 믿을 수 없어’
지난해부터 노래방에 들어와 술과 도우미를 주문한 뒤 이를 고발하는 시민단체(불법추방범국민운동본부)가 등장한 것도 업주들을 늘 긴장케 하는 요인이다. 이들의 함정고발에 분통을 터뜨리게 되지만 엄연한 불법인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추본이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5월 2기 체제가 출범하면서 활동이 더욱 가속화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추본 간부를 사칭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다 보니 노래방협회와 불추본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길OO, 하OO 등 불추본 관계자를 사칭한 사람들이 청주지역 노래방을 돌며 무전취식을 일삼은 사실이 불추본에도 제보됐지만 이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동종업계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업주 D씨의 고백이다.
“시설이나 도우미 제공 등을 둘러싸고 이웃 노래방과 사사건건 비교를 당하다 보면 홧김에 밀고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D씨는 심지어 “도우미를 제공하는 속칭 보도방이나 도우미 등이 영업상 자기 업소를 소외시킨다는 이유로 노래방의 불법영업을 신고한 사례까지 있다”며 “누구든지 걸면 걸리는 상황에서 노래방의 앞날은 뻔한 것 아니냐”고 고충을 밝혔다.

도우미 근절 등 확실한 차별만이 살길
결국 노래방협회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살길은 ‘도우미 근절, 캔맥주판매 허용’이다. 식품위생법상 기계반주에 비알콜음료만 허용되는 영업장의 허가된 명칭은 ‘노래연습장’이다.

당장 어렵더라도 노래연습장의 경우 도우미를 근절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캔맥주 반입이나 판매는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4년 5월 부산의 한 노래방업주가 헌법재판소에 캔맥주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결국 지킬 수 있는 합법을 바탕으로, 불법영업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때 영세 노래방 업주들에게도 생존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님들을 혼란케 하는 노래연습장, 노래방, 노래궁, 노래클럽 등의 명칭도 교통정리를 통해 가려서 쓰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노래방 업주들의 주장이다.

노래문화업협회 김만덕 회장은 “손님들과 시비는 비일비재하지만 술을 팔고 도우미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모두들 ‘쉬쉬’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예 작정하고 무전취식을 하려는 사람들을 당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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