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에 “일정 촉박해 어렵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표명
“주민의견 받아들여 찬반투표 해야 한다” 비난 빗발

청주·청원통합실무추진단이 오는 9월 14일 주민투표, 내년 3월 27일 통합시 출범을 확정하는 등 구체적이며 발빠르게 진행하자 충북도가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실제 청주·청원 통합은 기호지세(騎虎之勢·범을 타고 달리는 기세라 중도에서 그만둘 수 없다는 뜻)로 단체장들이 막을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 만큼 주민들의 찬성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참고로 동양일보가 6월 27일~7월 2일 TOP리서치에 의뢰해 청주·청원주민 24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주 67%, 청원 64%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CJB청주방송이 지난 6월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청주·청원주민 600명에게 전화설문을 실시하자 청주 74%, 청원 54%가 통합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통합 방해 의도 좌시하지 않을 것”
이런 상황에 이원종 도지사는 지난 1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동안 통합 추진은 논의만 많았지 고려해야 할 요소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통합은 지역발전과 주민복지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되, 감성적 접근을 벗어나 통합에 따른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내놓고 누구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여 정당한 절차를 거쳐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사는 오효진 청원군수가 조건부 통합안을 전격 발표한 다음 날인 6월 1일에도 직원조회 시간에 통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과 논리적, 이성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이지사는 지난 19일 평양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북하는 한대수 청주시장이 오군수와 함께 인사차 들른 자리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날 이재충 행정부지사는 연영석 청주시 부시장과 김태관 청원군 부군수와 가진 통합추진 상황보고회에서 “오는 28일 시장·군수가 통합합의문을 작성한 뒤 8월 1일 행자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부지사는 통합에 관한 내용을 도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고, 의원동수 구성도 현행법상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지역에서는 청주와 청원이 큰 틀에서 합의하고 어렵게 추진하고 있는 통합 논의에 충북도가 발목을 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도 충북도의 이같은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충북도는 원활한 청주·청원 통합과 관련해 모든 행정적 지원을 다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서에서 “청주·청원 통합 논의는 어제 오늘의 지역 의제가 아니고 10여년 동안 지속돼 왔던 당면과제 임에도 충북도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표명은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려는 자세를 저버린 처사로 다분히 행정기관간의 감정적 대립에 의한 입장 표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충북도는 지금까지 신행정수도 건설, 오송역 유치, 공공기관 유치 등의 이유를 들며 통합논의를 뒤로 미룬 채 행정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도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반하는 행정을 지속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고, 통합 여부는 주민투표로 결정돼야 한다. 이에 우리는 충북도가 통합논의를 일방적으로 방해 또는 무산시키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도의회 의견 수렴 의무사항 아니다” 당초 합의문 작성은 20일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한시장의 방북 일정으로 28일로 늦취졌다. 이에 따라 통합실무추진단에서는 9월 14일 주민투표를 위해 충북도를 경유, 1일 주민투표 건의문을 행자부에 올린 뒤 10일 받을 계획이나 만일 충북도에서 도의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된다며 행자부 건의를 연기할 경우 주민투표 9월 실시는 불투명해진다. 청주시 관계자는 “충북도는 경유기관일뿐 중요한 것은 청주·청원의 의견이다. 행자부에서도 도의회 의견수렴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지금 도에서는 도와 도의회로부터 의견을 듣는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일정 자체가 흔들리고 만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시민들은 청주시와 청원군 주민들이 통합을 원하고 있는 만큼 주민투표까지 가기 위해서는 충북도가 협조해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청주·청원 통합을 하루, 이틀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94년에도 주민투표해서 부결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도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충북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년 3월 27일 통합시 출범은 선거 공고(선거일 60일 전)를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관계로 잡힌 날짜다. 선거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선거운동이 개시되면 통합시장 선출은 물건너 가게 된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도가 빨리 움직여주면 날짜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통합은 이제 시장·군수 손도 떠났다. 오군수가 통합을 하겠다고 나온 것도 주민들의 통합 찬성 여론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기관에서 주민 뜻을 무시하고 통합이 ‘된다’ ‘안된다’고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게 대다수 청주·청원 주민들의 의견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충북도에서도 어쨌든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만일 투표하고 나서 부결되면 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현재는 행정기관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여론이다. 그렇지 않고 충북도에서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행자부에 주민투표 건의문을 올리지 않고 끌어안고 있을 경우 이 책임 또한 충북도에서 져야 한다. 지난 94년 주민투표시 충북도가 조직적으로 반대해 부결됐다는 말이 아직까지 떠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충북도는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청주·청원 하나되기 운동본부의 통합 홍보전 모습. / 육성준 기자
통합 결정, 주민에게 맡겨라
또 ‘통합에 따른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내놓고 누구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으라‘는 충북도의 말도 지금으로서는 걱정할 게 없다. 주민투표를 하기로 결정하면 모든 절차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설명회, 공청회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크고 작은 통합 관련 토론회가 청주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한국정치학회충청지회 등의 주최로 여러 차례 열었기 때문에 주민 홍보도 웬 만큼은 된 상태다.

그런가하면 이 날 이 부지사는 “인구 62만명의 청주시와 12만명의 청원군 의원을 동수로 구성한다는 것은 법의 정신과 다른 시·군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법이 개정되면 시·군 의원정수를 시군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되, 임의로 의원정수를 줄이거나 늘이지 못하도록 돼있어 동수 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대세다. 따라서 시에서는 의원 동수 구성의 애초 목적이 통합으로 인해 군민들이 불이익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에서 나온 만큼 군에서 불이익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항을 모두 명시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런 의견을 지난 18일 청원군에 전달했다.

이 부분에 대해 오군수도 방향을 크게 선회했다. 오군수는 지난 20일 군의회 통합여부특별대책위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개정선거법상 의원동수가 불가능하여 청주시가 그에 합당하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말을 전하면서 “흡수통합을 막고 군민의 이익이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시, 시의회로부터 대안을 요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시장·오군수의 통합 합의가 의외로 쉽게 풀려 발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주·청원통합실무추진단에서는 군이 제시한 13개 분야 51개 항의 통합협의안 중 의원동수를 제외하고는 잠정 협의한 상태이고 한시장이 돌아오는 27일까지 매듭을 짓고 28일 합의문을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충북도의회는 지난 20일 이재충 행정부지사로부터 통합에 관한 일련의 과정을 보고 받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청주권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출신 의원들이 청주·청원을 통합하면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도 균형발전을 이유로 통합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청주출신 모 의원은 “이 자리는 단순히 보고받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다른 지역 시·군출신 의원들이 청주와 청원이 통합하면 마치 광역시가 돼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고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이 문제로 한동안 옥신각신하다가 끝을 맺었는데 통합했다고 옆의 시·군이 못 사는 것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항간에서는 집행부와 의회가 통합 반대 연합전선을 구축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청주·청원 주민들이 통합을 원하는 만큼 9월 주민투표 실시는 보장돼야 한다. 연영석 부시장도 지난 19일 이재충 부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도의회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주민투표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만일 이번에 주민투표를 못할 경우 통합논의는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해서 떠다닐 것이고, 이로 인한 행정적인 낭비 또한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도내에 경쟁력있는 도시가 생겨 충북도로서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실질적인 이유는 속으로 감춘 채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청주·청원의 통합 추진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비춘 충북도의 자세는 문제가 많다는 게 청주·청원 주민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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