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단행된 충북도 국장급 및 부단체장 인사를 놓고 아직도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몇가지만 들어 보자. -상생(相生)의 인사였다, 하지만 이지사한테 한번 찍히면 쉽게 헤어나지 못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누구는 밉보였다가 이번에 간신히 회복했다, 능력도 중시했지만 충성도를 많이 감안한 듯하다, 당분간 친위대를 거느릴 것이다.- 대개 이런 것들이다. 원래 인사엔 반드시 후담(後談)이 따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하지만 잡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금은 자치단체장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임기 초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44년생들의 전진배치다. 7월말로 구조조정의 시한은 끝났지만 관례대로라면 44년생은 오는 연말쯤 명퇴해야 할 군번(?)이다. 다른 시.도에선 이미 많은 숫자의 44년생들이 공직의 명예로운 정리와 후배를 위해 명퇴한 상태다. 이를 감안했음인지 충북도는 인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4년생에 대해서만 유독 많은 사족을 달았다. 명예롭게 공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오는 연말 혹은 내년 초쯤에 예상되는 대폭적인 인사요인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언론들은 예외없이 44년생들이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러나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음이 충북의 현실이다. 그동안의 고위 공직자 명퇴과정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이 일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끝까지 버티려다가 막판에 죽을 쑨 경우도 있다. 바램이 있다면 44년생만큼은 앞으로 공직을 정리하는데 있어 좀더 당당했으면 하는 것이다. 때가 됐는데도 결단을 못 내리고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은 다른 사람한테도 곤혹스럽다.
사실 구조조정에 시한을 두는 것은 모순이다. 아직도 고치고 줄여야 할 것들이 많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행정기관이 과연 구조조정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조직이 진단되고 또 그에 따른 개혁과 변화가 따라야 한다. 언젠가 자매결연을 통해 충북의 행정기관에 파견된 한 일본인에게 한국과 일본 공무원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주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 왔다. 그는 두가지 차이점을 지적했다. 첫째는 일본 공무원들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개 점심식사를 혼자서 해결하는데 반해 한국에선 동료직원들끼리 항상 함께 하려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땐 끼니때마다 악착같이(?) 자신을 끌고 나가려는 한국 공무원들의 호의가 그렇게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는데 나중엔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고, 이 때문에 객고(客苦)를 덜 수 있었다고 한다.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이런면에 있어선 한국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지적한 또 한가지는 직원들의 업무량 차이, 다시 말해 일본에선 간부나 하위직이나 모두 각자 할 일이 있어 똑같이 일을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밑에 직원들은 일에 파묻혀 고생하는데도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간부공무원들은 별로 일을 안 한다며 의아해 했다. 그가 근무시간에 할 일없이 동창회 명부나 골프가이드책을 만지작거리는 윗사람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편견은 아닐 듯 싶었다. 44년생들의 분발과 명예로운 공직말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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