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노래방 40% 행정처분 ‘현재진행형’
불?탈법 기형적 구조 타파 못하면 헤어나올 길 없어

각종 불법행위 추방을 목적으로 결성된 한 시민단체가 노래방의 불법영업에 대한 함정고발을 가속화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단체는 불법추방범국민운동본부(이하 불추본)로, 2002년 결성 당시 사실상 유흥업(1종) 종사자들의 업권을 보로하기 위한 직능단체 성격을 띠고 출발해 노래방(노래연습장) 업종을 고발의 집중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흥가에 있는 일부 노래방은 객실안에 샤워시설이나 별도의 밀실을 갖추고 윤락행위까지 일삼고 있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법추방을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추본의 함정 고발에 문제는 없는지, 또 불법영업의 늪에 빠진 노래방의 실태에 대해 추적해 봤다.

   
술 시키고 도우미 부른 뒤 ‘전화 고발’
불추본은 노래방 불법영업을 고발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거나 함정을 판다. 불법영업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온 노래방이나 간판이 유난히 화려한 노래방을 찍어 2인조 규모의 봉사대원을 파견한 뒤 술과 도우미를 주문하고 도우미가 노래를 1~2곡 부를 즈음에 경찰서 지구대에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함정 단속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지만 단속권을 지닌 사법기관이 아니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함정 고발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청주시 봉명2동 K노래방 사건도 같은 과정을 거쳐 고발이 이뤄졌다.
7월4일 오후 8시쯤 문제의 노래방에 불추본 관계자 2명이 손님인 것처럼 들어와 술과 도우미를 주문한 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서부경찰서 송정지구대에 신고해 경찰관이 들이닥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노래방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함정 고발이 이뤄지다 보니 업주의 분이 폭발해 잦은 실랑이나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지난달 불추본이 청주시 수곡동에 있는 무허가 노래방을 고발하는 과정에서는 폭력사태가 발생해 고소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추본 측은 함정 고발 논란에 대해 ‘기회를 제공받는 것일 뿐 억지로 상황을 유도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불추본 중앙본부 강석진 사무총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주류와 도우미 제공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질 뿐 이를 강요하거나 상황을 유도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함정’이라는 단어사용도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노래방 표적, 유흥업계 권익 보호인가
불추본이 각종 퇴폐 행위는 물론 결국 탈세로 귀결되는 일부 노래방의 불법행위를 공격하는 민간 특공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눈초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2002년 4월 출범 당시 전 국무총리인 이 모씨를 비롯해 법조, 학계, 종교, 예술계 등 각계의 인사를 망라해 발기인을 구성했음에도, 사실상 유흥업 종사자들의 업권 보호를 위한 직능단체를 표방하며 출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추본의 산파 역할을 했던 오 모씨는 (사)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 30여개 직능단체의 대표가 발기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유흥주점을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를 갖춘 노래방들이 버젓이 불법영업을 하게 되면서 이를 강력히 견제할 수단이 간절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앙본부는 유흥업계로부터 일정 정도의 후원금을 받고 있으며, 지역 본부도 개인적 친분 관계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추본 중앙본부 강석진 사무총장은 “미혼자가 접대에 나서는 유흥주점과 달리 노래방 도우미는 80% 이상이 주부로 추정된다”며 “결국 가정파탄과 결손가정을 형성시켜 청소년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노래방 정화론의 근거를 제시했다.

올 초까지 불추본 충북본부장으로 일하다 현재는 대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 모씨(52)도 “주류유통업계에서 오랫 동안 일하면서 느꼈지만 유흥주점이 제대로 세금을 낸다면 번 돈 보다 많은 102%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유흥주점 뺨치는 시설을 갖추고 똑같이 영업을 하면서 사실상 탈세를 하고 있는 호화노래방을 ‘눈엣 가시’로 여기는 심리는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불추본 일부 지역본부, 오히려 불법 연루
불추본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추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만은 않은 것은 부산과 경기도 등 일부 지역의 불추본 간부들이 노래방 업주를 협박해 돈을 뜯거나 임의로 회원증을 발급한 뒤 돈을 걷다가 사법처리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윤 모씨는 불추본 경기지역 지부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노래방 업주로부터 770여만원을 뜯어오다가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또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지역의 불추본 간부들이 퇴폐 이발소에서 손님과 고발자로 역할을 분담해 530여만원을 갈취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의 불추본 관계자 11명이 제주지역에 있는 단란주점 4곳에서 술을 마신 뒤 ‘접대부들이 술시중을 들었다’며 이들 업소를 고발하면서 제주지역 단란주점업계와 유흥주점업계가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단란주점 업주들은 유흥주점 업주들이 체류경비를 대주면서 불추본 관계자들을 고발에 이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란주점의 경우 술을 팔 수는 있지만 접대부를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일부 지역본부 관계자의 행동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불법 추방에 앞장선다는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본부에서 각종 비리사건이 잇따르면서 당초 직능단체 수준에서 법무부 산하 민간기구로 위상을 높이려던 불추본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청주지역 불추본에도 의혹의 눈초리
청주지역도 불추본 활동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 6월 불추본 충북본부가 활동을 개시하면서 지금까지 60여건의 고발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반사이익을 얻게 된 유흥업소 관계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뒷 얘기가 나도는가 하면 ‘계도 차원’이라며 노래방 업주들을 불추본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회비를 걷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노래방 업주들은 지난해 불추본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회원에 가입하거나 불추본 중앙본부 노승록국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시사문화신문’의 구독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업소 간에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서로 짐작만 하고 있을 뿐 그 실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추본의 고발로 행정처분 중인 모 노래방 업주 A씨는 “고발되기 전인 지난해 불추본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회원 가입을 강요하지는 않아 인사치레로 신문구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주변 노래방 업주 가운데 일부는 불추본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충청북도노래문화업협회 김만덕회장은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 “지난해 6월 지역 불추본이 출범할 당시 노래방협회 차원의 단체가입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불추본의 월회비가 최소 2만원 이상이었는데, 회원업소들이 노래방협회비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두 단체에 복수가입이 이뤄질 경우 협회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아 단체가입을 거절하고, 가입을 개별 업소 자율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올 2월까지 불추본 충북본부장을 맡았던 강 모씨는 이에 대해 “일부 노래방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회원에 가입했지만 후원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지인들이 촌지를 모아줬지만 모든 수입은 중앙으로 올렸다가 교부되는 형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불추본 충북본부의 김응권(41)본부장은 “취임 이후 업주 5~6명이 회원가입 원서를 냈지만 모두 찢어버렸다”며 “앞으로도 단속 대상인 노래방 업주의 회원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래방, 함정 고발 ‘걸면 무조건 걸린다’
문제는 노래방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캔맥주를 비롯한 모든 주류의 판매에 대해 형사처벌제도까지 도입해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노래방도 각종 고발과 단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주택가 노래방의 경우 도우미 제공 요구는 단호히 거절할 수 있지만 손님들의 캔맥주 반입을 저지하거나 캔맥주를 달라는 요구를 거절할 경우 호된 욕설과 함께 퇴장하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주택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손님들의 캔맥주 반입까지 문제 삼아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를 모면하려면 손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밖에 사실상 1종 유흥주점이면서도 노래방(노래연습장)과 유사한 노래궁, 노래빠 등의 상호가 난무하는 것도 노래방을 불법영업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1종과 노래방을 구분하지 못한 손님들이 노래방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퇴폐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이에 부응하는(?) 퇴폐 노래방들이 급속히 늘어나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하복대와 용암동, 봉명동 등 상업지역의 일부 노래방들은 샤워실과 밀실 등 퇴폐시설을 갖춘채 윤락까지 알선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래문화업협회 김만덕회장은 “노래방 운영 1년이면 별 하나씩은 단다는 서글픈 넋두리가 유행하고 있다”며 “실제로 올들어 펼쳐진 노래방 특별 단속과 불추본의 고발 등으로 청주시내 노래방의 40%가 현재 행정처분을 기다리거나 행정처분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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