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기관 없고 교육·연수기관 수두룩 ‘실망’ 중론
도내 시·군 공공기관 ‘유치전쟁’ 시작

관심을 모았던 공공기관 시·도별 이전 기관이 확정됐으나 충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확’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건교부는 이전 대상 기관 176개 중 충북에 12개 기관을 배정하면서 오창과학산업단지 등 지역내 정보통신산업 성장가능성을 고려하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정보통신1 기능군을 배치하고, 교원대 등 교육관련 인프라를 고려하여 한국교육개발원 등 인력개발기능군과 타지역과의 높은 접근성을 생각해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국회의원들 ‘북적북적’
공공기관 이전이 확정된 지난달 24일 충북도와 열린우리당 충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정부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충북은 행정도시 배후지역이라고 해서 당초 공공기관 이전지역에서 배제한다고 했던 것을 충북도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철회시켰다. 충북에서는 대형기관은 받지 못했지만 알짜배기를 챙겼다. IT 산업군과 교육·연수기관, 가스안전공사처럼 전국적인 기관이 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도민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공공기관 시·도별 배치를 발표하는 이 날 충북도청 기자실에는 이원종 충북도지사 외에 열린우리당 홍재형·노영민·김종률·이시종 의원과 권영관 충북도의회 의장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도민들의 여론과는 달리 하나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여론몰이를 했다. 일부 인사들은 예정에도 없었으나 뒤늦게 나타나 담당자들이 자리 배치를 하느라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충북배제 방침을 철회시킨 점에 무게를 두었지만 ‘톱 10’에 속한 스타급 기관이 없고, 이전 기관의 전체 예산면에서도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도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충남에는 12개 부처와 관련 국책기관 18개를 포함, 총 41개 기관이 이전하는데 반해 충북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비롯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노동교육원, 법무연수원, 중앙공무원교육원, 한국소비자보호원, 기술표준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지난 2001년 4월 오송으로 이전이 확정된 질병관리본부, 보건산업진흥원, 국립독성연구원, 식품의약품 안정청이 내려오게 되자 이래저래 실망스럽다는 것.

실제 충북에는 오송으로 오는 것까지 합쳐 16개 기관이 내려 오지만, 이전 기관의 본사 정원과 2004년 예산은 다른 시·도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것은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교육·연수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구체적으로 충북에 내려오는 기관의 본사 정원은 3290명이고 예산은 7626억원으로 알려졌다. 그 중 지난해 예산이 1천억원을 넘는 곳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1726억원)뿐이고 그 뒤를 한국가스안전공사(720억원), 질병관리본부(676억원)가 따르고 있다. 교육·연수기관 중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33억원, 한국교육개발원이 266억원으로 200억원 대를 넘었을 뿐 나머지 기관들은 정원과 예산면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규모다.

“대형 공공기관 없어 아쉬워”
공공기관유치제천시대책위도 이런 결과가 발표되자 마자 “충북배제 철회는 반갑지만 대형 공공기관이 배정되지 않아 아쉽다. 충북을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 제외한다는 지난해 정부 방침을 철회하고 충북을 배려한 점에서는 정부 의지를 높게 평가하지만 타 시·도와 비교할 때 대형 공공기관의 충북이전이 제외됐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공공기관까지 가져가는 충청권에 대해 다른 지역의 반발이 있는 만큼 만족하고 앞으로 오는 기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차분히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고영구 극동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가지 점에서 환영한다. 행정도시의 건설로 인해 배제됐다가 철회된 점,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이 기관들을 재정규모와 인력만으로 따져 좋다, 나쁘다고 보지 말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충북에 오는 기관뿐 아니라 행정중심도시에 오는 기관 41개도 우리와 직·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만큼 함께 활용할 방법을 강구하고 인력양성기관과 IT·BT 관련 기관을 잘 이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쨌든 이제 남은 숙제는 공공기관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이다. 정부에서는 시·도별로 혁신도시를 한 곳만 세우고 가능한한 공공기관을 혁신도시에 몰아주라는 것이나, 광역지자체에서는 한 곳에 모두 줄 경우 다른 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게 뻔해 걱정하고 있다. 도내 북부권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미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싸고 충북도를 항의방문했기 때문에 도에서도 이 점을 벌써부터 우려해 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집단이전을 원칙으로 하지만 불가피한 곳은 개별이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해 융통성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추진일정을 보면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혁신도시의 구체적인 입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9월말까지 광역지자체와 함께 혁신도시의 입지선정 및 배치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내년 12월까지는 혁신도시 지구지정 및 개발·실시계획이 수립되고 2007년에 용지보상과 사옥설계, 2012년에 건축 및 이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공공기관 배분 위원회 만들어라”
충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공공기관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도민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제 충북에 배당된 공공기관의 배분 책임은 충북도에 주어졌다. 공공기관의 시·군유치가 기초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되는 만큼 충북의 각 시·군은 사활을 걸고 유치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져 도민화합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정치인 중심으로 관련 기구를 구성하지 말고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칭) 공공기관 배분 도민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기구에서는 배분과 관련한 심의와 중앙정부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도내 시·군에서는 이미 공공기관 유치 ‘전쟁’이 벌어졌다. 제천시는 지난달 27일부터 4명이 1개 조를 이뤄 출근시간대에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가서 현수막을 걸고 어깨띠를 착용한 채 제천에 혁신도시가 건설돼야 하는 당위성과 이점 등이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고 유치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항간에서는 그동안 농촌진흥청이나 농업기반공사 등을 유치하기 위해 해당기관을 방문한 옥천군에서는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내심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영동군은 중앙공무원교육원 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혁신도시 선정에 발벗고 나선 제천시는 정보통신 기능군에 속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기업도시에 ‘올인’한 충주시는 가스안전공사 등을 원하고 있고 교원대가 유치 노력을 기울인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청원지역 교원대 인근 입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도시 선정 결과 발표는 당초 지난달 28일 있을 예정이었으나 10일 이후로 연기됐다. 또 청주시는 문화산업진흥재단을 운영하고 있어 연관성이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유치를 원하나 행정도시 인접효과가 기대되는 청주·청원은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 배제한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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