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운동에 헌신 노영우목사 충북 몫 전국 부의장
김정웅, 남정현, 송재봉, 장민경 등 지역 재야 대거 영입

대통령 자문기구로 지역 유지들의 활동 무대였던 민주평통자문회의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진천 출신으로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재선의 이재정의원이 수석 부의장을 맡으면서 고감도 개혁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민주평통자문회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고 총리급의 수석 부의장과 전국 16개 시·도 몫의 부의장, 국내 234개 지역협의회, 해외 23개 지역협의회로 구성된 방대한 조직이다.

위원들은 2년 마다 임기가 바뀌지만 지역 유지들의 경우 대를 이어 연임하는 경우가 많아 10여년 이상 자격을 유지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그동안 지방의원 등 당연직 위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 등으로 자문회의를 구성해온 데 따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평화통일 논의를 선도하고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취지 보다는 유지들의 친목모임 역할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이재정의원의 강력 개혁드라이브

▲ 노영우목사 ▲ 송재봉 ▲ 장민경

민주평통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성공회 신부로 엠네스티 한국위원회 이사와 성공회대 총장을 지내는 등 개혁성향을 지닌 이재정의원이 수석 부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적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것이 이른바 ‘5진 아웃제’다.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언제나 양지에서 대통령을 자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상에서 5진아웃제가 고안된 것이다. 결국 2년 임기의 위원 가운데 5번 이상을 연임한 위원들을 솎아내겠다는 5진 아웃제로 서울에서만 3분의 2가 물갈이 됐다.

지역별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 약 40% 정도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한 것도 물갈이와 함께 개혁적 인사가 진입하는 통로가 됐다.

여기 에다 ‘2030 자천제도’와 여성 몫 배려 등도 새로운 물대기를 주도했다. 2030 자천제도란 20~39세 연령대에 있는 사람 가운데 인터넷으로 스스로를 추천하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위원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추천위원회장부터 치열한 경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원 구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추천위원장 선임에서부터 치열한 막후전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14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민주평통 청주시협의회의 경우 추천위원장 자리를 놓고 남봉현 현 청주시협의회장을 비롯해 7~8명이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남봉현 청주시협의회장이 추천위원장을 맡아 노영우목사, 남정현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등 개혁 인사를 포함한 8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함에 따라 도내 재야인사들이 대거 진입하는 계기가 된다.

남봉현협의회장의 추천위원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수석 부의장인 이재정(61)의원과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위원장과 이재정 의원은 진천 상산초등학교 동문으로, 이 의원이 3년 선배다. 남봉현 현 청주시협의회장은 추천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청주시 협의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노영우목사 전국 부의장 등 세대교체
지역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 대표를 비롯해 청주에서 목회활동을 하며 15년 동안 통일운동에 앞장서온 노영우(60)목사가 충북 몫의 전국 부의장을 맡게 된 것이 가장 대표적인 변화다.

노 목사는 6월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기념 통일대축전에도 충북대표로 참가하는 등 지역 통일운동의 상징적 존재다. 평화통일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민주평통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민주평통은 시·도 몫의 부의장을 1명씩 배정하지만 광역단위의 조직은 없고 시·군협의회만 두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광역단위의 행사는 1년에 한차례 열리는 전체회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것이 없다.

노영우 목사는 부의장 취임 소감을 묻자 “민주평통이라는 조직이 다소 생소하지만 그동안 모든 것을 바쳐 온 통일운동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젊은 피 대거 수혈 ‘확 바뀌었다’
사령탑만 바뀐 것이 아니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과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다양한 연령층의 인사들이 새롭게 수혈된 것이다. 60대 이상에서는 충북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웅(62)목사가 눈에 띈다.

50대에서는 역시 충북연대 공동대표인 박종희(50)씨, 40대에서는 열린우리당 도당의 김형근(47) 사무처장과 충북여성민우회 남정현(44) 공동대표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20~30대 위원들을 선임하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송재봉(39)사무처장과 충북평화통일운동연대의 장민경(34)사무국장 등이 20~30대 위원들이다.

자문위원으로 선임된 김형근 도당 사무처장은 “이번 민주평통의 쇄신은 남북간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며 “지역에서도 통일 추구세력들이 망라된 만큼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의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청주 140명을 포함해 모두 676명이다. 이들은 7월1일 오전 10시 청주시민회관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새롭게 구성된 민주평통 지역협의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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