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사태의 발단은 89년 재단주인 김준철씨가 ‘밀어부치기’식으로 총장에 취임하면서 비롯됐다.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총장해임 권고안을 발의하고 단식투쟁을 벌이는등 반발하고 나섰다. 임기가 다한 김씨는 92년 재단 지명방식을 통해 총장에 재추대됐고 총학생회는 총장실을 점거한채 300일간 장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총장직을 고수하던 김씨는 93년 9월 지역 토착비리 인사로 검찰의 내사가 진행되자 전격적으로 총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교협은 직선을 통해 이신일교수(정외과)를 총장후보로 선출했으나 재단측은 정용태교수를 총장으로 지명해 또다시 장기농성 사태가 벌어졌고 양측의 고소전으로 확대됐다.
94년 5월 교육부의 감사내용을 근거로 교협은 김준철 전 총장과 송영덕 전 재단사무국장을 고발했고 대학측은 당시 박정규 교협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협이 작성한 학사비리 백서 가운데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부분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검찰 수사결과 박교수의 혐의가 인정돼 불기속 기소됐고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학측은 박교수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지난 98년 9월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복직을 요구하는 교협측과 장기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90년대 학내분쟁이후 청주대 교수들은 ‘한가족 두지붕’ 살림을 차렸다. 재단퇴진을 주장하는 교수협의회에 맞서 청주대 출신을 중심으로한 교수연합회가 뒤늦게 구성됐다. 양측의 가입회원은 80∼100명선으로 교수연합회 회원수가 다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고발 사태에 대해서도 교협은 즉각적인 비판성명을 발표했지만 교수연합회는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교협측은 “지난해 회원수가 110명에 달했는데 대학의 갖가지 회유와 압력으로 탈퇴자가 늘어 현재 80명선에 머물고 있다. 외국연수 기회를 차단하거나 대학원 설립을 가로막는등 갖은 제약을 가해 교협탈퇴를 유도하고 있다. 신규임용된 교수들도 대학측의 눈치보기 때문에 교협에 가입하는 사례가 수년간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교수연합회장 장준호교수(사회학과)는 “검찰고발 사태에 대해 아직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교련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사회가 양분되면서 대학의 연구풍토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협소속 교수 가운데 학과장급 이상의 보직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으며 교수연합회 가입이 보직발령의 전제조건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대해 교직원 L씨는 “아무려면 재단측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교협 교수들에게 보직을 맡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교협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학사업무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 뿐만아니라 학생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의 경우 교육부 고발 이후 1주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입장발표도 하지않고 있다. 다만 사회과학대 학생회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진상규명과 박교수 복직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내붙였을 따름이다.
안정만 총학생회장은 “비민주적 학교행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교육부 감사에도 모순점이 있다고 본다. 학교부지 매입등을 교육부가 사전에 승인하고도 뒤늦게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교내문제가 외부로 노출되기 보다는 내부 구성원간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이번 사태에 대한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교직원노조 또한 고발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않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 속에 오로지 교협만이 목청을 돋우는 양상이다.
재단이사회는 오는 24일 임시회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작년 1월 도지사 추천으로 선임된 김준석이사(전충북도의회 의장)는 “그동안 6∼7회 정도 회의가 열렸지만 이번 교육부 고발내용은 보고받은 적이 없었다. 주로 예산심의나 교장단 이동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정도로 회의가 진행된다. 이번 고발사태를 접하고 이사로써 새로운 책임감을 느낀다. 진지한 논의를 거쳐 향토사학의 면모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 이사장, 총장이 고발당하는 초유를 사태를 맞아 김준철씨를 견제해온 설립자 가족들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설립자인 김원근·영근 형제 가운데 원근옹은 아들이 없어 동생 영근옹의 막내아들인 김준철씨를 양자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설립자 사후 김씨가 학교재단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자 영근옹 직계의 다른 형제들과 조카들의 불만이 누적됐던 것. 결국 지난 93년에는 이들 설립자 가족들이 연대서명해 청석학원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서명에 참여한 설립자 가족 K씨는 “김씨의 독단적인 재단운영이 문제 있다고 판단해 그때 의견광고를 낸 것이다. 장손인 창배씨(영근옹 장남)가 재단이사로 있었는데 영근옹이 돌아가신 직후 이사에서 빼버렸다.
광고게재 이후 창배씨만 다시 이사로 들어오라는 제의가 있었는데, ‘5:5 비율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안에서부터 민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정도를 벗어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설립자의 숭고한 뜻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끔 견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사회 구성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규 전 교수
교협 ‘선봉장’ 박정규 전 교수 복직 어떻게 될까
청주대 사태의 ‘뜨거운 감자’였던 박정규 전 교수(신문방송학과)의 복직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98년 박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학교측의 ‘평가기준이 부적절했다’고 판정하고 이광택총장의 책임으로 물어 경고조치 했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해직이후 재임용 탈락 무효소송을 통해 복직을 시도했으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기각됐다.
교협은 박교수의 복직을 위해 국회,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때는 민주당 설훈의원이 이광택 총장에게 ‘박교수를 원직복귀시킬 뜻이 없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총장은 ‘적법한 절차와 근거를 통해 처리된 만큼 재임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대학규정상 교수의 임용여부는 총장의 재량에 따른 것이지만 사실상 재단의 입김이 절대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박교수의 복직문제도 재단의 입장과 시각이 해결의 단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단의 막후실세인 K씨는 “재단을 타도대상으로 삼고 대학을 전투장으로 여기며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학원안정을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재단주인 김준철씨의 장남 윤배씨의 이사승인을 거부한채 물밑으로 박교수 복직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정성봉이사등 3명의 이사에 대한 승인도 함께 보류됐다가 지난 9월에서야 최종승인을 받아냈다. 교육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재단측이 물러서지 않은 셈이다. 한편 박교수 복직의 해법은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광택총장 이후 새 총장선임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재단측의 낙점(?) 총장에 대한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재단과 교협이 박교수 복직을 놓고 일괄타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교수는 “언제라도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이사승인과 내 문제가 연계되거나 다른 조건이 결부되는 것은 원치않는다. 구차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진않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복직을 원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교수는 지난해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주)보임테크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이버상에 단재 신채호선생 기념관, 안창남 비행사 기념관등을 개설했고 사이버 신문박물관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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