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A씨 등 - “토지매입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 조성했다”
시행사 관계자 - “1년 먼저 산 인근토지의 땅값과 비교할때 낭설일뿐"

지난주 본보를 통해 ‘풍치지구 해제와 관련해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비자금 조성에 토지 매입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이 동원됐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시행사 측이 공개한 토지 매입가격의 50~75% 선에서 실거래가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가 끝나는 내년 가을에 시행사는 15억원에서 30억원에 이르는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보자 A씨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의혹을 제기했고 ‘내막을 알고 있다’고 밝힌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도 “실거래 가격이 공개된 매입가격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제보내용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개발사인 L산업개발 대표 김 모씨는 이와 관련해 “터무니 없는 낭설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소문의 진원지를 알고 있는 만큼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땅을 매각한 순천 박씨 T공파 종친회 관계자도 “종친회를 열어 모든 사안을 공개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한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다”며 의혹설 일체를 일축했다. 또 취재과정에서는 ‘건축관련 이해관계로 인해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돼 의혹설의 진위 여부에 따라 법적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낳고 있다.

   
▲ 공원시설로 지정된 순천박씨 사당과 조상묘소.

A씨, 실거래가 40만원 이하 주장
청주시 비하동 강서초등학교 뒤 리슈빌 건설 현장 1만여평 가운데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다는 구설수에 휘말린 전 종중토지는 정확히 7323평이다. 아파트 현장 옆으로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고 노송들이 즐비해 1992년부터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풍치지구로 지정돼 있었으나 2003년 12월 청주시의 도시계획 재정비에 따라 풍치지구가 해제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곳이다.

시행사인 L개발은 이 일대에 아파트 부지 총 1만여평을 조성하면서 토지매입과 지상물 보상 등에 8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 평당 8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2년 12월20일에 매매계약서를 쓰고 2003년 6월26일 등기가 이전된 종중토지 7323평의 순수매입가격은 총 48억원으로 평당 65만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격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주택 9채 등에 대한 지상물 보상금 등이 빠진 것으로 이를 더할 경우 실제 토지매입에 들어간 돈은 역시 평당 8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L개발 대표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제보자 A씨가 주장하는 토지매입 대금은 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발사가 토지매입가격을 부풀리는 것은 흔한 수법으로, 비하동 현장 같이 풍치지구가 해제되는 등 솜씨(?)가 발휘된 경우에는 시공사도 이를 눈감아 주는 게 관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평당 40만원 이하에서 종중토지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졌다”며 1000원 단위까지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최고 29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A씨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라며 소개해 준 중개업자 B씨도 취재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토지매입비와 지상물 보상 등을 모두 더 해도 절대로 60만원은 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B씨의 주장에 따를 경우에는 약 15억원 정도의 비자금이 조성되는 셈이다. B씨는 그러나 “공사 관계자들을 알고 있어 내막을 알게 된 것일 뿐 직접 거래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행사 ‘터무니 없는 낭설’ 주장
시행사인 L산업개발 대표 김 모씨는 이에 대해 “터무니 없는 낭설이라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씨는 당시 토지매매계약서와 주변 시세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현장이 풍치지구로 지정돼 있던 2001년말 인근 토지 1800평을 평당 50만원 선에 매입했는데, 1년이 지나 땅값이 오른 상황에서 문제의 종중토지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당초 빌라를 지으려고 구입했던 이 땅은 풍치지구 해제라는 횡재를 만나 종중토지와 함께 아파트 부지가 된다.
김씨는 “계약서를 쓴 2002년 12월20일에 계약금 4억원, 2003년 3월에 중도금 14억원을 직접 건네줬고, 잔금 30억원은 2003년 6월 대출을 해준 K은행에서 직접 종중관계자에게 송금을 해줬다”며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48억원 외에 이중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중계약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종중 관계자의 협조(?)가 필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확인 절차도 필요한 부분이다. 순천 박씨 T공파 문중은 이와 관련해 2002년 11월20일 종중회의를 열어 ‘문중재산인 해당 토지를 L산업개발 등에 매도하기로 한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시킨 뒤 매각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친회 관계자 C씨는 “매각대금 가운데 25억원은 종중재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종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했다”며 이중계약 가능성을 일축했다. C씨는 특히 항간에 나돌고 있는 매각대금 분배를 둘러싼 종중 불화설과 관련해 “모든 과정이 종중회의를 거쳐 공개적으로 이뤄진 만큼 의혹은 있을 수 없으며 이의를 제기한 종원도 없다”고 못박았다.

매매가 이뤄진 시점이 묘하다
이처럼 제보자와 관련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종중토지를 매입한 시점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시행사 대표 김씨는 “2001년 말 주변 토지를 50만원 선에 구입한 만큼 정황으로 미뤄볼 때 종중토지를 이보다 싸게 거래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계약이 이뤄진 2002년 12월20일은 청주시가 해당지역을 ‘일반주거지역내 풍치지구’에서 ‘자연녹지내 공원시설’로 규제를 강화하는 도시계획 재정비안을 마련해 주민공람(2002년 11월18일~2002년 12월2일)을 마친 시점으로, 오히려 땅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했거나 주춤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중회의를 열어 종중토지 매각을 결정한 시점이 11월20일이라는 점에서 총 토지매입 비용이 평당 80만원에 이른다는 시행사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종친회 관계자 C씨도 “해당 토지가 풍치지구로 묶여 재산적 손해가 막심한데다, 청주시가 공원시설로 지정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아 토지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혀 당시의 분위기가 ‘서둘러 팔자’는 쪽으로 모아졌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매매계약 이후 상황은 반전된다. 주민공람 이후 주민설명회(2002년 2월13일)를 갖는 과정에서 박씨 종중의 민원이 제기되고 거센 반발 속에 ‘이미 경관이 훼손돼 풍치를 상실한 현 아파트 건설현장 쪽은 풍치지구를 해제해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환원하고 판서공 박춘번의 사당이 있는 지역은 보전녹지로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안이 마련돼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2003년 3월13일~4월10일)를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이 안은 충청북도의 지방도시계획심의위원회(2003년 10월11일~11월17일)를 거쳐 현 아파트 건설현장은 풍치지구가 해제되고 사당이 있는 쪽은 자연녹지내 공원시설로 결정·고시된다.
청주시가 경관이 훼손된 한쪽은 풀어주고 한쪽은 묶어 윈윈(Win-Win)방식으로 마무리됐다고 주장하는 비하동(동양촌) 도시계획 재정비의 실상이다.

소문의 진앙은 어디인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지난해 5~6월 아파트 분양과 시공단계에서 불거진 이같은 의혹이 1년이 넘도록 가라앉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과 관련해 첫 진앙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본지 지난 호 기사에서 제기한 공직사회 내분설과 함께 종중간 내분설, 퇴직공무원의 이권개입 관련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

종중간 내분설은 ‘매각대금 분배와 관련해 불만이 있는 종원이 청주시를 방문해 매각내역을 확인하려 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관련 부서 공무원 D씨는 “지난해 한 지역주민이 매각내역을 확인하려 시를 방문한 사례가 있었지만 시에서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돌려보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중 관계자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앞서 언급했듯이 ‘전혀 가능성이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설은 퇴직공무원의 이권개입 관련설이다. 각종 공사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얽힌 한 퇴직공무원이 개인적 감정을 이유로 로비자금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이름까지 확인됐으나 당사자는 “의혹제기를 했으나 알고 보니 부풀려진 것이더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부동산업계 등을 중심으로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비자금설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제보자 A씨는 “분명한 정보에 따른 것이고 안되면 내가 직접 나서서 진상을 밝히겠다”며 제보내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시행사 관계자 등은 “헛된 소문을 양산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찌 됐든 이 문제는 수사기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었고 일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지역 내의 의혹제기사건이므로 ‘모함에 따른 괴소문인지, 도시계획을 둘러싼 개발비리인지 그 실체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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