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총리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 귀국 관련 조율 가능성 제기
김의원, 개인차원 순수한 만남일

해외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임박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종률의원(진천·음성·괴산·증평)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우중회장을 직접 면담하고 돌아온 것과 관련해 여권의 칙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률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와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다, 이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한 달여만에 전격적으로 면담이 이뤄진 것이라 더욱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김우중회장이 귀국해 입을 열 경우 ‘다치는 정치인’이 여럿일 것이라는 이른바 ‘살생부설’까지 나도는 마당에, 김의원이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경유착의 대상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 연결고리를 가졌던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정치권과 조율되어진 것이고,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귀국후 사면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41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9조2000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혐의로 2001년 5월 기소중지된 상태에 있어 교감이 없거나 약할 경우 귀국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김종률의원은 이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대우 관계자가 주선해 계획없이 이뤄진 순수한 개인차원의 만남이었을 뿐 정부나 사정당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의원은 또 “김우중회장과 대우에 대한 재평가 논란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을 뿐 귀국시기나 방법에 대한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종률의원 측 관계자도 “국회 일정에 따라 동료 국회의원들과 함께 방문한 상황에서 계획적인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언론에 공개한 내용대로만 이해해 달라”고 주문해 왔다.

대외경제협력기금 관련 베트남 방문
김종률의원이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것은 5월19일경. 5월16일부터 21일까지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 가운데 하나인 공적개발자금(ODA)의 사업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함께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방문하는 과정에서였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대우 관계자가 갑자기 김우중 전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계획없이 개인차원의 만남이 이뤄졌으며, 이 자리에 대우관계자들도 배석했다는 것이 김의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김 전 회장 면담의 정황이다.

대우는 한·베트남 수교가 이뤄진 1992년에 앞서 1980년대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국가 기반시설 구축에 한 몫을 담당했으며, 지금도 하노이 신도시플랜을 추진하는 등 국민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남을 주선할 만한 인사들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김의원의 설명이다.

또 지엠대우가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13%를 장악할 정도여서, 대우라는 시계는 6년 전에 멈췄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 ‘대우’라는 두 글자는 아직도 살아있는 신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의원 가운데 왜 김의원과 면담이 주선됐을까? 김의원은 법무법인의 대표로 있던 1990년대 말 대우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나눴으며, 이런 연유로 이날 만남이 주선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임은 지겠지만 정당한 평가 받고 싶다
김의원은 김 전 회장이 ‘대우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제 외적인 논리가 작용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으며, 잘못은 잘못한 대로 책임을 지고 반성하겠지만 허물과 별개로 그동안 대우가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적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주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또 김 전 회장이 “대우사태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에 들어가서 밝힐 건 밝히고 책임질 것은 감내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 전 회장이 ‘하노이 신도시플랜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게 되면 국민들도 납득하게 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김 전 회장에게 “IMF를 촉발시킨 대우사태를 바라보는 국민감정은 좋지 않다. 대우사태에 대한 설명은 물론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김의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이 “사법처리를 감수하더라도 귀국해 밝힐 것은 밝히겠다”고 말했고, 김의원도 “긴 해외체류 생활과 정치권의 외압시비에 대해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하면서도 귀국시점과 귀국시 사면 또는 감면에 대한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해찬총리와 친분, 칙사 역할 가능성
이같은 추측은 김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와 ‘호형호제’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각 1952년생(이해찬)과 1962년생(김종률)으로 10년 터울인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이지만 산술적으로는 함께 학창생활을 할 수 없는 연령 차를 지니고 있고 학과도 사회학과(이해찬)와 법과(김종률)로 다르다.

그러나 서울대 운동권의 대부격인 이해찬총리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학교에서 제적된 뒤 복학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1년 동안 함께 학창생활을 하게 됐고 당시 4학년이던 김의원이 이총리의 학내선거를 도우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가족들끼리도 모임을 갖고, 포장마차에서 속내를 털어놓고 소줏잔을 기울이는 사이를 유지해 왔다는 것.

이처럼 가까운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해 일각에서는 ‘귀국 후 8.15사면설 등 아주 구체적인 얘기까지 오갔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여당이 정국 반전용으로 ‘김우중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종률의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분위기 조성이나 여론의 변화가 없는 한 하루 이틀 사이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됐지만 조기 귀국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은 전혀 협의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김종률의원 측 관계자인 A씨는 이에 대해 “돌발적으로 이뤄진 만남이라 김의원이 만난 날짜마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퍼지면 퍼질수록 불필요한 정쟁만 확산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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