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소학교는 청주 화교사회의 구심체다. 때문에 과거에는 매년 10월 10일 쌍십절마다 화교가족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각종 축제와 이벤트를 함께 하며 유대감을 다졌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굳이 화교사회의 이완현상(?)을 탓하지 않더라도 현실이 변한건 사실이다. 교사들도 이점을 걱정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응집력은 화교사회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학생수도 줄었고 또 학생들의 모국어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화교 2세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화혜택없이 학교에서 모국어와 역사를 배우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었고 때문에 중국말을 아주 잘 했다. 그러나 지금 3세들은 중국말보다 오히려 한국말에 익숙하다. 교육에 있어서도 국가관 확립이나 반공교육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실용성이 더 중요시된다. 이들은 중국말보다 컴퓨터에 더 친하다. 적대적 반공교육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모택동 등소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교육의 정체성을 따지며 주입식 국가관을 강요하는 시대는 분명 지났다. 이는 현실이다.” 이교사의 얘기다.

적대적 반공교육 사라져

청주 화교 소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 상급 화교 학교에 다니는 것이 통례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후 학업을 계속할 경우 대부분이 대만 유학을 택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학 진학자의 80~90%가 대만 유학길에 올랐으나 지금은 겨우 20~30% 정도만 모국을 찾는다. 화교들의 교육에도 획일적 잣대가 사라지고 있다. 요즘엔 화교 스스로 한국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화교들의 한국화(韓國化)는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화교사회 전 분야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아예 처음부터 한국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물론 한국인과 결혼하고 귀화하는 2, 3세들도 많아졌다.” 이 교사는 이런 추세에 대해 “화교 신분으로는 아직도 사회적 제재가 많은 현실에서 자기 생존권 보호차원의 선택일 수 있다. 때문에 화교사회에서도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아직 대다수 화교는 민족 동질성을 소중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더라도 교육문제는 아직도 화교사회의 난제다. 우선 학교를 나오더라도 장래가 불투명하다는게 문제다. 한국대학에 진학하기도 힘들고 또 들어가서 졸업하더라도 사회적응에 어렵다는 것이다. 연(緣)을 중시하는 한국적 특성 때문이다.

교육문제는 아직도 풀어야 할 난제

올초 청주 출신 화교 학생이 동국대 한의학과에 입학, 화교사회의 큰 부러움을 샀다. 주인공은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서 D한의원을 운영하는 이모씨의 딸(19)이다. 그는 청주소학교 3년을 중퇴한 후 서울로 전학, 화교학교 중고과정을 거쳐 국내대학에 합격했다. 이 정도면 화교사회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 때문에 힘들게 공부해도 사회정착에 어려움이 많다. 과거에는 중국음식점을 대물림했다면 지금은 한의학을 전공, 개업하는 것이 일종의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것이다.” 청주화교협회 이동석(李同石)회장은 “경제적인 안정 못지않게 교육과 직업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이방인이라는 소외감을 완전히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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