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이 해냈다.’ 미국과의 월드컵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터뜨리자 바로 이어지는 9시 뉴스에서는 안정환을 꽃미남이라고 소개했다. 안선수가 잘 생긴 것은 인정하지만 ‘꽃미남’ 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 짝이없다. 이것은 젊은층에서 잘 생긴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인 모양인데 공중파방송에서 여과없이 이런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모 축구 국가대표 선수 부인은 경기가 끝난 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빠가요, 너무 잘싸워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왜 오빠인가. 남편이지. 이번에 충북도의회에 입성한 모 씨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남편을 계속해서 ‘아빠’라고 불렀다. “아빠가 너무 좋아해요. 제가 의원 된 것을 아빠가 더 좋아해요” 그럼 이 여성들은 오빠나 아빠하고 산다는 말인가. 게다가 ‘너무 고맙다’ ‘너무 좋다’는 것도 어법상 바른 말은 아니다. ‘너무’ 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어 너무 좋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TV의 토크쇼나 아침프로에 나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표현을 쓰는데 이것을 의식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매우 거슬린다. ‘…같아요’는 또 어떤가. 주변에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대견한 것 같다’ ‘너무 예쁜 것 같다’라는 말들이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지만 아직도, 특히 10∼20대들은 습관적으로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이런 단어들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학자들은 불확실성의 21세기를 반영하는 표현이라는 분석도 내놓지만 언어는 습관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다’는 단어도 여기서 지적을 안 할 수 없다. ‘이 색과 저 색은 틀린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다르다’고 해야 할 자리에 ‘틀린다’고 쓰는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가. 내 생각은 저 사람과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은 말 그대로 잘못된 것을 의미할 뿐이다.
내가 아는 모 인사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부를 때 ‘언니’라고 하는 것이 귀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노인이나 젊은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종업원에게 언니라고 칭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도 언니, 적어도 언니다. 이들에게 적당한 호칭이 없는 틈을 타 ‘언니’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어떤 남성은 술집에서 부르던 버릇대로 모든 여성에게 언니라고 불러 기분을 아주 나쁘게 한다.
이럴 때 ‘내가 왜 당신의 언니냐’고 따져야 이런 언어습관들이 고쳐질텐데 사람들은 그냥 묵인하고 만다. 전 국민이 쓰는 단어니까. 그러나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때 우리 국민들의 언어사용은 정도를 벗어나 나중에는 수정할래야 수정할 수도 없는 상태까지 올 것이 뻔하다. 이외에도 이상한 표현들은 많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어른에게 ‘수고하세요’ 라고 쓰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수고하세요’는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써야 맞는 말이지만 이 또한 너무 남발돼 아버지 뻘 되는 사람에게도 쓰고 있다. 바른말을 사용하는 것,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