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열광시킨 2002 한일월드컵이 이제 종료 휘슬을 기다리고 있다.
한일 공동개최로 열린 이번 월드컵은 한국의 4강진출 신화, 붉은 악마와 함께 하는 사상최대의 단체 응원전 등 많은 이슈와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대회 시작 16강 진출이 목표였던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오르는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충북도내 문화계는 뜻밖의 비수기를 맞이했다.
이런 영향은 언론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도내 일간지의 경우 문화면이 월드컵 기간내에 잠시 폐지되기도 했고, 또 방송사의 문화담당자들이 요즘은 기사꺼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6월에 문화계는 여러가지로 찬밥신세였다.
마당극 연출자 박종관씨는 “6.13지방선거 때문에 도의 지원금을 받는 공연들이 선거후로 미뤄졌는데, 뜻하지 않은 월드컵 선전으로 공연시간 조정, 공연연기 등의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에 잡힌 공연무대는 황급히 시간조정을 하거나 또는 관객이 너무 없어서 한달후로 연기한 예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국대 스페인전이 있었던 지난 22일 문인협회행사의 시작 시간은 오후 6시였는데 이날 경기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으로 6시를 넘겨 끝나자 이 행사는 어쩔수 없이 미뤄졌다.
25일 한국과 독일의 결승진출 경기가 있던 날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행사들도 이와 마찬가지. 청소년 음악회, 창작마당춤극 비가(悲歌)등이 공연시간을 월드컵 경기전으로 옮기느라고 애를 먹었다.
이날 저녁6시 청주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청주민족품패 너울의 ‘비가(悲歌)’공연은 전쟁의 상처를 돌이키고 억울하게 죽은 혼령들에게 바치는 창작마당춤극이었다.
공연 관계자는 “25일 공연날짜를 한달 후로 미루자는 건의도 나왔지만 25일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날짜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약 80명이 참여했으며, 공연 후 다함께 월드컵을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전시장에는 순수관람객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조흥문화갤러리 큐레이터 류숙진씨는 “월드컵경기날에 전시날짜가 잡힌 작가조차도 전시장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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