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꿈꾸는 자들만의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가끔은 그로인해 무미건조해진 내 삶에 활력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꿈이 크거나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틀 안에서 그 어떤 목적지를 향하여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삶을 꿈꾸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서서히 꿈을 꾸면서 목적지에 도달하면 물론, 錦上添花겠지만, 만약, 그 꿈이 결코, 실현 가능성이 없다 할지라도 살아가는 동안 그로인해 순간순간의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이되지 않을까!

얼마 전 여학교 때 단짝이 경찰청 총경이 되어 고향 모 지방에 경찰서장으로 잠시 내려와 몇몇 친구들이 모였었다. 헤어진 지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나름대로의 꿈을 향한 쉼 없는 날개 짓으로, 자신들만의 아름다운색깔과 향기를 지니고, 세상 속에서 모두가 당당한 모습으로 제 각각의 역할들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학교, 같은 선생님 수하에서, 배우고 자랐는데 정작 나는, 내 이름조차 잊고 살았다.

베란다에 놓여있는 작은 새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포르르, 포르르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 날개를 펼쳐보지만 몇 번 푸드득거리다 만다. 날개가 있어도 마음껏 날아오를 수 없는 새!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길들여져 무기력해진 그들을 보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게으름이라는 타성에 흠씬 젖어 있는 나를 보았다.

텅 빈 가슴으로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니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이 더 없이 높고 넓었다. 투명하게 정갈한 하늘! 손끝만 닿아도 푸른 물 뚝뚝 떨어져,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초록의 싹이 움터 오를 것만 같다.

비 개인 칠월의 하늘로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고 싶었다. 마음껏, 내 마음가는대로 멀리 높이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창공을 날아올랐다. 한 없이 날아올랐다. 커다란 하나의 점이 되더니 아득한 푸르름을 향해 이내 사라졌다. 그런데 베란다의 새장문은 열려 있고 십자매 한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조금전까지 파닥이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 순간 나는 박하사탕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먹이를 구할 능력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전 까지 입 안 가득했던 박하사탕 맛은 어디로 가고 텁텁한 쓴맛만이 입 언저리를 감돌았다.

학습된 무기력 앞에서 바라본 세상은, 치솟은 건물들 틈새로 햇살은 뜨겁게 내려 쪼이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에 현기증마저 일었다. 어느새 나는 갈증을 느꼈다. 시간의 목마름 이었다. 세상은 꽉 짜여 진 시간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 작은 실수 하나,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 건조한 도심은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고 그리고 두려움으로 내 앞에 다가섰다. 나는 그 앞에서 점점 번데기처럼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죽은 듯 해 보이는 번데기가 어느 날 아름다운 나비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없는 날개 짓으로 희망을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지체 장애를 가지고 사력을 다하여 입으로, 발끝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 화가들, 어김없이 새벽이면 신문을 돌리는 어린 고학생들.

그들이 흔들고 오는 새벽바람은 잠자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오랜 시간 삶의 무게에 짓 눌려버린 내 날개가, 비록 녹슬어 비상 할 수 없을지라도 나는 날개 짓을 시작 하리라. 어쩌면 그것이 허황된 망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나비의 해탈을 꿈꾸리라. 수없는 변화 앞에 망설이지 않으며 또한 주저 하지도 않을 것이며, 다만 그런 일들은 단지 과정이라 여기며, 쉼 없는 날개 짓을 하리라. 그러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겪다보면 삶은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둥지를 틀고 있겠지.

모든 일은 마음에서 시작하고 마음에서 끝을 맺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나머지 한 마리의 또 다른 비상을 위해 새장 문을 슬며시 열어 놓았다.

가라, 높이, 멀리.
날아라.
넓고 푸른 저 창공을 향해.


02 칠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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