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취업을 상담하는 각 대학 취업정보실에는 취업을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대기업 분사된 지 오래인데 아직도 삼성, 현대만 찾나”
취업대란. 최근 대학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잔뜩 흐림’이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이른바 일류대를 나와도 갈데가 없다는 것이고 보면 지방대생들의 취업은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다. 한 통계에 따르면 금년도 대학 졸업예정자 17만명과 취업재수생 26만명 등 43만명이 구직자인데 반해 일자리는 7만3000개로 약 6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청주지역 대학가의 취업 담당자들도 현재까지의 취업율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고 잘라 말했다. IMF 초기보다도 더 어려워졌다는게 중론이다. 한 대학 담당자는 “순수 취업율이 10%남짓”이라며 다른 대학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과 경영부실 업체의 도산, 금융권의 합병 등으로 인한 인원감축, 그리고 때마침 맞이한 벤처기업들의 위기 등과 전세계의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채용시장이 위축되다보니 실업자만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지방대생들은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들보다 차별을 받고 있어 최근 청주지역 대학가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러나 취업율은 신입생 채용과도 직결된다. 입시철이면 학부모들로부터 취업 잘 되는 과가 어디냐는 전화가 취업보도실로 쇄도한다는 것을 보아도 취업은 곧 그 학과의 생사를 좌우한다. 최근 인문사회계가 ‘비실비실’ 하고 인기가 없는 것도 정부정책 잘못외에 취업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말이다.
서원대 취업정보지원실 임준혁 계장은 “금융기관과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월 2∼3장, 가을철에는 월 12장 정도의 추천의뢰서가 오는데 요즘에는 시험을 안보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치르는 곳이 많다. 그러다보니 지방대생들은 여기서부터 밀린다. 그리고 취업시즌이 별도로 없고 수시모집이 많으며 웬만한 기업에서는 토익을 700∼770점을 요구한다”며 “전체적으로 지방대생들에게 좋은 일은 한가지도 없다”고 말했다.

취업안되면 신입생 모집도 힘들어

청주대의 취업정보팀 김기선 과장도 “인력풀제를 가동해 업체마다 유경험자들을 많이 확보해놓고 결원이 생길 때 채용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고 서류, 면접, 적성검사 등으로 선발해 지방대생들이 더 갈 곳이 없다. 특히 올해는 벤처기업이 주저앉고 IT경기가 냉각돼 유통업과 금융기관 등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며 “추천서가 와도 손에 꼽을 만한 숫자”라고 말해 취업난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여학생들은 취업하기가 더 어려워 교직이나 공무원, 최근에는 여군장교 시험 등에 응시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
결국 이력서를 내밀 때 실력으로 무장하는 수밖에 없다는 취업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영어와 자격증 취득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충북대 취업보도실의 안치영씨는 “이제는 대기업이라는 개념이 깨졌다. 기업들도 분사해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갰는데 학생들은 아직도 현대나 삼성, LG만 찾고 있다. 음성 대소공단이나 진천 농공단지를 가보면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은데 학생들은 무조건 싫다고 한다”며 기업의 이름보다 내용을 보고 가라고 주장했다.
또 취업 담당자들은 취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3학년 때까지는 토익과 컴퓨터를 확실히 해놓고, 4학년 1학기 때 전공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도전해야지 4학년이 돼서 ‘취업해야지’ 하는 식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취업난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뽑는 것만 중요하고 취업시키는 것은 ‘뒷전’
“인터넷보고 알아서 하라” 교수와 대학당국 무책임

지방대생들의 취업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한가지는 대학당국의 무성의와 연결된다. 대학마다 취업보도실, 취업정보실, 취업정보지원실 등을 두고 학생들의 취업상담과 정보제공 등의 업무를 하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별 도움을 못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사상 최대의 취업난을 겪고 있을 때 대학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취업을 돕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청주지역 대학들은 홈페이지 취업정보란에 채용관련 뉴스를 제공하고 기업체 등으로부터 추천의뢰서가 오면 관련 학과로 보내는 것이 주업무다. 면접특강과 취업특강도 하지만 이런 것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인터넷에 정보를 올려놓고 “알아서 찾아보라”는 식이고 취업 담당자 조차도 “똑똑한 학생들은 학교보다 먼저 알고 대처한다”며 대학의 역할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C대학 4학년 김남식 군은 “취업창구에서 도움을 얻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인터넷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더 없다. 서울의 대학가에서는 채용설명회다, 취업박람회다, 모의 면접이다 하면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지방대는 이런 것이 없으니 기업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정보에서 밀리는 등 이중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가하면 청주지역 대학들의 취업 담당자도 3명 정도에 불과하고 각종 증명서를 발급하는 민원실 업무와 겸하고 있는 곳이 5∼6명 선이었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도 대학당국의 무관심이었다. 청주의 모 대학 취업담당자는 “이 분야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아무나 와서 ‘쉬어가는’ 자리다. 직원들도 짧으면 1년, 길어야 3년 채우고 다른 자리로 가고 대학에서 이 쪽에 투자하는 것도 없다. 대학에서는 신입생 ‘뽑는 것’만 신경쓰지 졸업생 취업시켜 ‘내보내는’ 것은 뒷전이다”고 실상을 털어놓았다.
또 모씨는 “교수들도 무책임하다. 학교에서 교수들에게 취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면 출장비와 기념품을 주겠다고 했으나 신청한 사람이 단 1명이었다. 그러나 조선대는 교수들이 팀을 짜서 기업체를 방문해 취업의 길을 터놓고, 결원이 생기면 조선대 출신을 신속하게 취업시켜 전국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학교로 유명하다”고 말해 좋은 대조가 되었다.
그나마 서원대가 내년부터 실력있는 학생들을 소개하는 자료집을 기업체에 배포하고, 웹진기자를 선발해 취업관련 소식지를 발행하며 인터넷으로 토익 공부를 할 수 있는 네토익을 구축할 계획으로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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