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교회 박종선목사, 사택을 청소년쉼터로 개방
쉼터 취지 이해 못하는 일부 언론보도에 아쉬움

자신의 사택을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로 개방해 들락날락거리는 10여명의 식구를 데리고 사는 40대 목사가 있다. 청주시 석교동에 있는 한 건물 지하에서 개척교회인 참사랑교회를 운영하는 박종선목사는 사창동 자신의 사택 문을 잠그지 않는다. 가출해 오갈 곳이 없거나 경찰서, 파출소 등에 연행됐으나 사안이 경미해 입건되지 않는 청소년들을 위해 언제나 사택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목사가 이처럼 집을 공개념화한 것은 지난 2002년 1월부터다. 고아원에서 가출한 한 청소년이 교회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면서 그동안 눈을 돌리지 못했던 다른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그러나 쉼터 문을 연지 3년만에 가출 청소년을 돌보는 일이 전부가 되고 오히려 교회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박 목사는 특히 지난해까지 기관으로부터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사재를 털어 아이들의 숙식비를 댔다. 올해부터는 사회복지사 2명에 대한 임금 2600만원이 지원되지만 쉼터에서 일하는 사람은 박 목사와 가족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쉼터를 찾는 청소년들도 늘어나 평균 15명 안팎에 이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김준환변호사를 회장으로 후원회가 결성돼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범행모의장소 보도에 상실감
그런데 박 목사는 최근 큰 상실감에 빠졌다. 한 지역신문이 3월29일자 보도를 통해 청소년 쉼터를 ‘탈선 청소년들의 숙박시설’과 ‘범행 모의장소’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박 목사의 상실감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쉼터를 설립한 취지 자체가 가출, 탈선 청소년들에게 숙박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원초적으로 이를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쉼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사가 출발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쉼터에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택시강도를 저지른 것과 관련해 쉼터를 범행 모의장소로 규정한 것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다.

실제로 이 신문의 기사는 “매년 7000만원 정도의 정부 보조를 받고 있으나 관리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범행모의장소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쉼터에 지원되는 금액을 박 목사의 쉼터와 연결시킨 것도 문제려니와 쉼터 출신의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쉼터 자체를 범행 모의장소로 전락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당시 택시강도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 모, 이 모군은 부모의 구속 수감과 알콜중독, 가정불화 등으로 이 쉼터에 머무른 적이 있으나 지난해 말 모두 쉼터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쉼터는 그저 쉼터일뿐
중요한 것은 쉼터는 그저 쉼터일뿐 교정이나 교화를 위한 강제 수용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쉼터의 청소년들은 그래서 쉼터에 머물면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최근 쉼터에 머물고 있는 여학생들도 전에 다른 지역에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뒤 새로 야간학교에 입학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택하기도 한다.

쉼터 출신 학생들 가운데 6명은 지난해 4년제 대학에 입학해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참사랑쉼터 홈페이지(myhome.naver. com/cjsajig)에 들어가 보면 쉼터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선배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여학생의 글을 비롯해, ‘청소년 교정시설의 상담조사에 응하지 않았는데 도와달라’는 호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여성의 감사편지’ 등 현실감이 느껴지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일시 보호시설인 쉼터의 체류 규정은 ‘6개월 간 머물고 1회 연장할 수 있다’이지만 3년을 내리 머무는 아이도 있고 중간에 가출하는 아이도 있다.

박종선 목사는 “쉼터는 부모의 역할만 다른 어른이 대신할 뿐 가정과 같은 공간”이라며 “집에서도 가출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쉼터를 벗어나 탈선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다만 “사택인 관계로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임금을 지원받는 사회복지사 2명과 전직교사 등 모두 5명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쉼터는 좁지만 세상은 넓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가는 사람도 잡지 않다’보니 쉼터에 머무는 청소년이 20여명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청소년문제가 심각하다며 ‘일진회’ 등을 운운하고 경찰과 교육당국이 단속에 나선다고 큰 소리를 치기 시작하면 쉼터 식구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설명이다.

쉼터의 시설은 방 3개가 있는 1층과 교육실, 프로그램실, 방 2개가 있는 2층 등으로 비좁으면 거실이 숙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쉼터의 실제 공간은 넓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펜션 예약업체의 지원을 받아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해체 가정에서 자라 가족여행을 다닌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며 “결국 청소년 문제도 가정의 해체와 학교 부적응 등 사회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아이들만 닦달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종선목사는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한 비행청소년 문제를 경찰서나 소년원에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종교나 언론 등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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