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충북지역 완패 이후 ‘잊혀진 세월’
호남고속철 오송 분기역 당론 결정 등 지역 현안 제 목

월나라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오나라 왕 ‘합려’의 아들 ‘부차’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장작더미 위에서 자며 쓰디 쓴 곰쓸개를 핥았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 남의 나라의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총선 결과 충북지역에서 8석을 모두 내준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경우가 꼭 그렇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보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기자들마저도 발길을 끊어 ‘당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조차 부족했다’는 것이 사무처 관계자들이 1년을 보내며 털어놓은 첫 소회였다.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군수 4명을 당선시켰기에 ‘지방자치에서는 여당’이라는 자부심마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지역현안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충북 소외론’에 물들어 있는 도민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이 것이 한나라당 도당 관계자들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조심스럽게나마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다.

오송역 당론 확정, 도내 국회의원 압박
행정수도 입지 결정 과정에서 충남에 자리를 내준 충북은 태권도공원과 축구공원 입지 선정에서도 다른 시도에 밀려 ‘충북 소외’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행정중심도시의 관문역 역할이 기대되는 오송역마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 결정되지 못할 경우 이 문제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방 정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상황이 마냥 녹녹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6일 열린 분기역 추진위 회의에서 전문가 집단 75명 외에도 충청과 호남의 6개 시·도가 추천한 30명을 평가위원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호남권이 천안분기역을 적극 지지하는 상황에서 평가방식에 변화가 없을 경우 ‘오송분기역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결국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라는 정치적 해법을 들이대지 않고 점수를 매기는 평가방식을 고집할 경우 ‘소외지역’이 밀리는 것은 불 보 듯 뻔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가장 뿌듯해 하는 점이 바로 오송역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23일 열린 한나라당 수도이전문제 대책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오송분기역을 당론으로 결정한 뒤 줄기차게 이를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외부의 지적도 있지만 지난 1월 충청북도를 방문한 박근혜대표가 오송분기역 유치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확인했고, 3월29일 호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에도 ‘오송과 목포 구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당론수준의 결정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송태영사무처장은 “야당이 당론으로 오송분기역을 정한 만큼 도내 국회의원들도 오송분기역을 당론화 시켜야만 한다”며 “구호만 외치며 시늉만 하는 이제까지의 행동은 진정성을 의심케 할 정도”라며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당비도 안내던 소속 단체장들의 변신
사실 총선 완패 이후 한나라당 도당은 그야말로 자폭 직전(?)의 분위기였다. 도지사와 청주시장, 충주시장, 제천시장, 영동군수, 증평군수가 한나라당 소속이고 도의원 27명 가운데 23명이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의 당비 납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원종지사의 탈당설이 나도는 등 흉흉함이 감돌았던 것.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비를 한 번도 내지 않아 당적 이동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유명호 증평군수를 제외하고는 당비를 모두 완납했기 때문이다. 또 송광호 도당위원장을 중심으로 부위원장 체제를 정비한 결과 새로운 얼굴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공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부위원장 진영은 손희원(46) 충북수영연맹 회장을 비롯해 조계숙(65) 충청북도의회 의원, 김인봉(64) 한신종합건설 대표, 이항구(47) LNC종합건설 대표, 임시종(51) 충진산업 대표, 김영호(53) 증평 세림신경외과 원장, 김영만(54) 전 충북도의회 전문위원 등 모두 7명이다.

문제는 당비를 내는 실질 당원을 확보해 당원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과거의 지구당이 해체된 상황에서 당원협의회가 당무활동과 민의수렴의 골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낙하산 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입후보자들을 선출하기 위해서도 선거인단 역할을 할 당원협의회 구성은 필수적이다.

송태영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지역구 유권자 수의 0.1% 이상을 책임당원으로 확보하고 5월말까지 당원협의회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이 기간당원제를 도입하고 당원협의회 구성을 완료한 것이 모범답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때 그 의원들은 어떻게 사나
한나라당의 충북지역 완패는 16대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퇴장으로 귀결됐다. 더구나 지구당 제도까지 폐지되면서 공식적인 대외활동도 불가능해 이들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전 의원은 송광호 도당 위원장이다.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송광호위원장은 매주 1차례 중앙당에서 열리는 운영위에 참가하고 행사가 없어도 자주 도당에 나와 도당 사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최근 모 방송사에서 주최한 현안 관련 대담회에도 토론자로 나서는 등 이른바 ‘얼굴’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청주 흥덕갑이 지역구인 윤경식 전 의원과 보은·옥천·영동이 지역구인 심규철 전 의원은 본업인 변호사 업무에 충실하며 조용히(?) 사는 경우다.
윤경식 전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근신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로 말문을 연 뒤 “10년을 바쁘게 보내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성찰의 시간이 주어졌다”며 “국회의원 시절의 과오는 없었는지 깊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재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차피 정치인이 다 된 것 아니냐?”며 받아넘겼다.
심규철 전 의원도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0월 다시 변호사 업무를 다시 시작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주말에는 반드시 지역구에 내려와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전 의원은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나서겠다는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며 설욕전을 별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