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내가 적임자’, 지역 현안 거론하며 충북 표심에 호소하기도

열린우리당 당의장에 출마한 상임중앙위원 후보 8명이 19일 충북도당위원장 선거 현장에서 자신들을 위해 깔아놓은 멍석판인 양 화려한 말잔치를 벌였다.

상임중앙위원 후보들은 충북과의 연관성을 억지로 끄집어내거나 오송분기역 등 현안문제를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내년 지자체선거 승리와 재집권을 위해 자신이 당권을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기호 1번 김두관후보는 자신을 ‘자치분권의 전도사’라고 소개한 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문희상후보도 “민생은 정치의 모태이며 노무현정부가 성공해야 양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노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내비쳤다.

   
호남이지만 오송역에 편견 없다

상임중앙위원후보들은 각종 현안과 관련해서도 충북의 표심에 매달렸다.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기호 5번 장영달후보는 “5,6분이 늦더라도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호남고속철 분기역 결정에서 오송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환호를 유도한 뒤 “호남을 설득해서라도 똑같은 조건에서 심판받도록 하겠다”며 지역여론과 충북의 표심을 줄타기했다.

기호 7번 유시민후보도 “자신이 지역구인 고양시에서는 신행정수도에 대한 반대여론이 70%가 넘었지만 그래도 TV에 출연해 청와대만 빼고 다 옮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대의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후보들은 또 충북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기호 8번 한명숙후보는 “청주는 저의 뿌리라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하다”며 청주 한씨임을 드러내는 다소 상투적(?)인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대전이 지역구인 기호 4번 김원웅후보도 “다른 지역을 돌다가 홈그라운드에 오니 마음이 편안하다”며 충청권 후보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대표주자
후보들은 또 자신이 특정 세력이나 정파의 대표주자임을 내세우며 자신을 부각시켰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기호 8번 송영길후보는 “임종석의원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자신이 소장개혁파의 단일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기호 2번 염동연후보는 “오묘한 화음으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겠다”며 자신의 조정자 역할을 내세우기도 했다.

후보들은 이밖에도 재치 있는 말솜씨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내게 했는데, 문희상후보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우면 가장 무게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라”고 말해 폭소를 유도했다. 이에 문희상후보 못지않은 덩치를 자랑하는 송영길후보는 “무게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문희상후보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유시민후보는 “일주일의 반은 지역 대의원을 만나러 다니겠다”며 “가벼운 사람이 잘 다니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독도문제로 반일감정이 폭발하는 가운데 김원웅후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친일파가 바글바글하다”며 독립군의 아들로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등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성으로서 사실상 상임중앙위원 자리를 확보한 한명숙후보는 “선거가 예상대로 되면 흥행은 실패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목표는 중앙위원이 아니라 당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의 말잔치를 지켜본 대의원 고 모씨는 “현란한 말솜씨가 놀랍다”면서도 “말 잘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닌만큼 옥석을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의장 및 상임중앙위원 선거는 4월2일 오후 1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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