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총학선거 파행은 지방 사학의 폐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한의대생 수업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청주 불교방송국만이 단독 보도했다.
선거공고 시비로 선거연기 파행, 비상 학생총회 거부
제천 세명대가 2002년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가 벌어지는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개교 10주년을 맞은 세명대가 학내문제로 수업거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도내에서 유일하게 세명대에만 개설된 한의학과가 태풍의 진원지로 떠올라 관심이 집중됐다. 총학생회장 선거 후보등록에 필요한 학과장 직인날인을 담당교수가 거부하면서 학생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던 것이다. 여기에 선거공고 기간의 적법성을 놓고 후보자간 이견이 노출돼 결국 선거를 내년도로 연기하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세명대 총학생회 선거파행은 제도상의 모순점에서 비롯됐다. 학생 자치기구 선거에 학교가 개입할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총학선거 시행세칙에 따르면 입후보자는 재학증명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입후보지원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지원서 양식에 담당학과장의 직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과장이 직인날인을 거부하면 당사자는 입후보를 할 수 없고 학교측의 의도에 따라 특정학생의 출마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결국 올 총학선거 후보등록 과정에서 출마 희망자인 김의정씨(22·한의학과 본과 1년)가 학과장의 직인날인을 받지못해 문제가 불거졌다. 한의대 학생들은 수업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했으나 한의대 교수들은 김씨의 출마 자체를 만류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업거부 사태가 1주일을 넘기자 한의과대학장이 ‘학생 자치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 사태가 수습됐다. 이 과정에서 학과장인 김규열 교수가 학교측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학과 개설때부터 10년간 봉직오면서 언젠가 기반이 잡히면 내 일을 찾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마침 이번 일이 벌어지면서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학교와 학생, 양측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 그동안 한의과대는 한약분쟁 등으로 집단유급 사태를 맞는등 시련이 많았다. 한의 국가고시를 위해서 자기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만류했다. 학교에서 직인을 찍어주지 말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1학기의 등록금 투쟁과정을 보면서 학생대표와 학교의 대화방식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김교수는 사직 철회를 간청하는 한의대생들의 탄원서를 전달받고 최종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대는 수업거부를 통해 학과장 직인을 받기로 했지만 또다른 문제가 총학선거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총대의원회가 구성한 선관위가 선거개시 14일전에 선거공고를 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1주일 전에 공고를 했던 것. 한의대측에서 선거 공고기간에 이의를 제기하자 선관위는 3명의 입후보자와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못해 올 선거를 무효로 하고 내년에 재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내년으로 선거를 미룰 경우 한의대 김의정씨는 입후보 자격요건(4학기∼6학기 이수자)인 6학기를 초과해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따라서 추가공고를 하고 11월말 선거실시를 주장했으나 학교측은 ‘기말고사 1주일전에는 모든 교내행사를 중단한다’는 교칙을 내세워 11월말 선거실시를 불허했다. 이에대해 한의대 학생들은 재학생 1042명의 서명을 받아 비상 학생총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소집권자인 총학생회장은 뚜렷한 이유없이 비상 학생총회를 열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총학생회측은 “비상 학생총회 서명운동이 특정 후보측의 주도로 이뤄진 만큼 선거 공정성등을 감안해 총회소집을 거부한 것이다. 11월말 선거는 교칙 때문에 학교에서 반대하고, 한의대 후보 이외의 다른 후보진영에서도 반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의대 후보출마 작전(?)은 학과장 직인제의 고비를 넘겼지만 학사일정을 내세운 교칙에 발목잡혀 실패로 끝날 전망이다. 더구나 마지막 대항수단인 비상 학생총회마저 현 총학생회로부터 거부당해 더 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권혁상·윤상훈기자





‘귀막고 눈가린’ 대학언론 대학신문 없고, 인터넷 글에 경고장 발송
세명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학신문 발행을 위한 학보사 건립를 촉구하는 재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있다. 수차례 걸쳐 총학선거의 공약으로 제시되지만 학교측의 비협조로 무산됐다는 것. 4년제 대학교에서 대학신문을 발간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방송국도 학생 자치기구가 아닌 대학편제로 구성해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발간하는 교지도 문학지 성격이 강해 학내문제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류의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것. 지난 5월에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원자주화모임 추진위원회’ 결성에 관한 글을 올리고 학내문제를 제기하자 학교측이 IP를 추적해 해당 학생에게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의 언로가 ‘전방위적으로 차단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세명대 모교수는 “대학은 민주시민으로 교육시켜 사회로 배출하는 최종 단계다. 대학 자치와 민주화는 교내 언론의 활성화가 전제되야만 한다. 대학신문의 기능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뛰어넘어 학생 자치와 자율을 익히는 훌륭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사학의 폐쇄성이 이러한 기능을 억누르고 있지만…그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는가? 총학 입후보자 직인제도 결국 학교측에 큰 상처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대학 학생과측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의 기능이나 효용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신문의 발간이 절실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대안으로 교내 소식지 형태로 1년에 4회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예산투자와 함께 해당 인력확보와 훈련등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순간에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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