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6일자 본란에 실렸던 기자의 칼럼이 골수 노동운동가로 보이는 한 네티즌에 의해 무참히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 문제의 칼럼은 LG전자의 사례를 들어 노사간 진정한 신뢰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교훈적 메시지로 전달했다. 회사측의 투명경영 노력과 진심으로 직원을 대하는 정성이 투쟁일변도의 강성 노조를 경영의 협력 파트너로서 변신토록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또 명분없는 극한투쟁의 결과가 노-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 뼈아픈 사례-청주산업단지내 D사와 J식품-도 소개했다. 기자는 이후 다른 기사를 통해선 연초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S W H R사 등 노조 알레르기에 걸린 기업들의 친위노조 급조 현상을 보도하며 노사 양측의 편협한 꼼수가 산업평화를 해치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경계했다.
그런데 기자의 칼럼에 대해 네티즌이 띄운 글은 예의가 차려지지 않은채 첫 문장부터 호전적이었다. 기자는 글은, 특히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는 글은 가능한한 감정이 배제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이어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이 자리에서 펼 생각은 없다. 이런 의견조차도 자유로이 존재해야 백화제방의 민주주의가 생명력을 갖는다는 신념때문이다.
어쨌거나 그 네티즌이 ‘충청리뷰 왜 이러나’라는 제목으로 띄운 글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신랄했다.
그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어한 말은 분명해 보였다.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기자의 기본 시각이 경영자 편에 경도돼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가 기업의 시각에서 노동운동을 매도하고 있다고 ‘매도’하고 싶었던 듯 했다. 더구나 그가 자기 글에 스스로 붙인 타이틀은 진보적 언론의 대명사로 알려진 충청리뷰가 언제 자본논리의 전파자가 됐느냐는 점을 통박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런 기자가 얼마전에는 특정기업으로부터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다른 기자는 가만 있는데 왜 당신만 우리회사 기사를 계속 쓰느냐”는 반읍소형 항변때문에 한동안 번민에 빠졌다. 월드텔레콤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부당노동행위 논란과 회사 대표이사의 잇딴 뇌물공여 사건으로 촉발된 도덕성 시비 문제를 충청리뷰만 홀로, 그것도 비판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 하소연을 해 온 것이다. 사실 기자도 그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보기드문 첨단회사라는 점에서 내심 부담감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기업인에게까지 너그럽게 면죄부를 줄 수만은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기도 했다.
기업도 법인격을 갖춘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사회가 합의한 공동체적 가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 기자의 신념인 때문이다. 훌륭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의 평판은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윤리가 없이 기술력만으론 얻어지지 않는다.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고 사회를 냉철히 관찰해야 하는 동시대의 옵서버 -관측자- 로서 진실 추구를 위해 끊임없는 지성적 회의(懷疑)를 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숙명이라면 기자는 이를 회피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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