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이든 ‘최초’라는 수식어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83년도 개설된 성신여대대학원 판화과는 국내에선 ‘최초’로 문을 연 판화전문 교육과정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판화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편이었고 전문분야로 세분화되지 못했다.
디자인 공예 서양화 동양화 각분야에서 1명씩을 선발, 총 4명의 대학원생으로 시작한 판화과는 지금 20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명문이 되었다. 84년부터 동문회전 성격으로 성신판화제를 해마다 열어왔으며 테마전 기획전 등 실험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올해는 성신판화 20주년을 맞아 39명의 동문이 참가, 5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내 갤러리 39곳을 빌려 동시에 전시를 오픈했다. 이 성신판화전에는 청주에서 작업을 해온 정진숙, 서은경, 허문정씨가 참여했다.

청주의 길을 담은 정진숙개인전

정진숙(45)씨는 서울 하나아트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이어 무심갤러리에서 6월 7일부터 13일까지 전시를 열었다. 성신여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정씨는 학부과정중에 판화수업을 듣게 되면서 판화가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대학원 1기인 정씨는 디자인학과에서 뽑힌 유일한 학생이었다.
“판화는 디자인과 회화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판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판화에 실크스크린 등 회화적인 요소와 디자인 기법들이 공존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얼마든지 가능했지 때문이죠.”
이번 개인전에서는 노을을 주제로 한 21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지만 순수한 개인전은 처음이라고 한다. 정씨는 “개인전을 열겠다는 계획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고 말했다.
98년 충북판화가 협회에 가입, 매년 열리는 정기전에 참여하고 있는 정씨는 99년 우암갤러리에서 서은경, 김정한 씨 등과 함께 판화5인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역적 연고가 청주는 아니지만, 이번 전시의 배경은 ‘청주가는 길’이다. 작업을 하기위해 천안에서 청주를 오가며 마주쳤던 석양, 앙상하게 메말랐던 나무, 풍성하게 일던 바람들을 작품안에 옮겨놓았기 때문. 그래서 정씨의 낯설어보이는 풍경뒤엔 이곳을 닮은 향기가 질퍽하게 풍겨나오는지 모르겠다.
또 전시장에는 친구이자 동문인 서은경씨가 심상(시 전문지)에 실었던 ‘오창가는길’을 텍스트화하여 전시의 이해를 도왔다.

글과 그림 사이에서 서은경

성신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서은경(46)씨는 정씨와 함께 동대학원 판화과 1기이다. “판화는 회화로써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섬세한 부분을 잡아내는 것이 흥미로웠죠. 판화의 장점은 쉽고,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 같아요”
서씨에게 있어 판화만큼 매력을 느끼는 작업은 ‘글쓰기’이다. 한국시인협회회원이며 여백문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서씨는 98년 심상(시전문지)에 등단하기도 했다.
“글쓰는 작업은 연필 한 자루만 준비하면 되잖아요. 판화는 프레스기등 육중한 기계뒤에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만 하는데 말이죠, 글과 판화사이에서 글을 택할지도 모릅니다”
90년 청주에 내려온 서씨는 ‘글’과 ‘그림’사이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충북판화가협회 총무를 맡고 있으며 창착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96년 지금의 공방을 인수하고, 이곳에서 같이 작업을 했던 정진숙, 김정한, 한민경, 이미정씨등과 판화5인전(99년 우암갤러리, 2001무심갤러리)을 열기도 했다.
2002성신판화제에서는 서울 관훈동 상록갤러리에서 5월 22일부터 28일까지 전시를 한 서씨는 청주 우암갤러리에서 9월 2일부터 9일까지 열릴 세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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