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 입장, 당권구도 따라 거미줄처럼 얽힌 이해관계
반쪽 원내대표 경선 기화로 장외투쟁 이어질 공

한나라당이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와 차기 대권구도를 둘러싼 이합집산을 둘러싸고 걷잡을 수 없는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당직이나 의원직사퇴 등을 무기로 지도부와 맞서는 가운데, 11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반대파 의원들이 사실상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선을 앞두고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9일 소집했던 의원총회도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대표 등 지도부가 경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혀 강재섭, 권철현, 맹형규의원 등이 3파전을 벌이는 반쪽 경선으로 치러질 경우,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의 총체적 투쟁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적 입장과 당권 구도에 따라 행정도시 반대의 깃발을 든 의원들을 분석해 봤다.

수도권 의원 61%가 적극 반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행정도시에 적극 반대하는 ‘서명파’는 모두 47명. 당내 재적의원 121명의 38.8%로, 절반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 등 지역구가 수도권인 의원은 모두 20명으로 4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법사위 점거 4인방으로 통하는 김문수(부천 소사), 박계동(송파을), 이재오(은평을)의원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재희(광명을)의원을 필두로 고진화(영등포갑), 공성진(강남을), 맹형규(송파 갑), 박계동(송파을), 박성범(중구), 박진(종로), 심재철(안양 동안을), 안상수(과천·의왕), 유정복(김포), 이경재(인천 서구·강화을), 이종구(강남갑), 이혜훈(서초갑), 임태희(분당을), 정두언(서대문을), 진영(용산을), 홍준표(동대문을) 의원 등이 수도권 지역의 반대의원이다.

반면에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덕룡(서초을)의원을 비롯해 원희룡(양천갑), 권영세(영등포을), 김충환(강동갑), 이윤성(인천 남동갑), 황우여(인천 연수)의원, 경기지역의 김영선, 박혁구, 남경필, 고흥길, 이재창, 이규택, 한선교의원 등 13명은 행정도시에 합의한 당지도부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비례대표, 여성의원도 대거 반대
대표적인 반(反) 박근혜대표 계열로 원내대표 경선에도 출마하는 권철현(부산 사상)의원을 비롯해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영호남 의원 15명은 대부분 반박 계열로 분류된다. 곽성문(대구 남구)의원 등 영남권의 친박 의원들이 ‘영남권이 결집해 박대표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옹호입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권 의원으로는 이계진(원주)의원이 행정도시 반대 측에 선 가운데,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당적으로 국회에 입성한 홍문표의원은 원희룡, 진수희(비례), 김성조(경남 구미)의원 등과 함께 행정도시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이끌어 왔다.

대부분 수도권이 활동기반인 비례대표 의원들도 21명 가운데 10명이 행정도시 반대입장에 서명해 지역구 의원들보다 높은 반대율을 보였다. 특히 박근혜대표가 공을 들여 영입한 박세일(비례)의원은 행정도시 문제로 의원직 사퇴서를 내면서 박대표와 등을 돌렸다.

또 지하철 노조위원장 출신인 배일도(비례)의원도 법사위 점거 4인방 가운데 1명으로 행정도시 행정도시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적인 의원 가운데 1명이다. 사상 첫 여성 당대표를 배출한 한나라당이지만 여성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행정도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박대표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비례대표인 김애실, 김영숙, 박순자, 박찬숙, 이계경의원을 비롯해 김희정(부산 연제), 이혜훈(서초갑)의원 등이 여성의원 가운데 반대파 서명의원이다.

일부의원 당권구도에 따라 다른 선택
그러나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수도권 의원들도 11일 원내대표 경선 등 차기 대권을 둘러싼 당권경쟁에서는 다른 선택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보이콧을 선언한 김문수, 안상수의원을 비롯해 이재오, 홍준표의원 등은 대표적인 반박 계열로 분류된다.

이재오의원은 박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규정하고 과거사 진상규명 등의 사안을 둘러싸고 박대표를 압박해 온 대표적인 한나라당 내 박대표 저격수다. 홍준표의원도 최근 7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박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원내대표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으나 명분에 밀려 사퇴한 김문수의원이나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이 지역구인 안상수의원도 ‘망국노선에 공조한 책임이 박대표에게 있다’며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에 반해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맹형규의원은 지역구도상 행정도시에 반대하지만 친박 계열로 분류되며, 양측과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는 경우다. 역시 행정도시에 반대하는 경기 안양 동안을의 심재철의원도 대표적인 박대표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한편 원내대표 경선이 반쪽으로 치러지면서 반대의원들의 투쟁은 장외투쟁을 비롯한 총체적 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대의원들은 김문수, 박성범, 이재오, 안상수, 전재희의원 등을 공동대표로 장외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염홍철대전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등 충청권 시·도당의 탈당압박은 이들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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