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의료봉사 해 온 청주 적십자 봉사회
한·양 의사 약사 간호사 주축 진료 펼쳐

개막일을 코앞에 둔 월드컵과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지난 5월26일. 휴진일인 일요일을 맞아 청주지역 의료인들이 간편한 복장으로 외유에 나섰다. 이들의 목적지는 산좋고 물맑기로 소문난 제천시 덕산면. 언뜻 보기에 여느 친목단체에서 야유회쯤이나 나선 것으로 쉽게 넘겨 짚으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이날 제천 덕산행 길에 나선 의사 한의사 간호사들의 손마다에는 저마다 간단한 의료장비를 담은 가방들이 들려있었다. 산골 주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의료봉사활동에 나서기 위해서 였다.
이날 오후 1시 덕산면사무소에 도착한 의료진은 쉴틈도 없이 의료장비와 가져간 약품을 현장에 차려놓고 내과 한방과 피부과 등 맡은 분야별로 진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의료봉사활동은 청주로 귀환하기 전인 오후 5시까지 꼬박 네시간동안 계속됐다. 의료인들이 정성껏 편 따뜻한 인술의 손길을 받은 주민들은 150명이 넘었다. 의료진들이 진료를 펼치는 동안 동행한 비의료 인력들은 환자 안내 접수 이송 급수 및 급차(給車) 등의 궂은 일을 도맡았다.

따뜻한 인술의 실천현장

일반인은 물론 의사와 한의사 약사들로 구성된 청주적십자봉사회(회장 강언식)가 28년간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살고 있는 벽지주민을 대상으로 무료의료봉사활동을 소리없이 펴 오고 있다. 청주적십자봉사회 창립멤버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강언식 회장(59)은 “도내 각 지역의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면서 지리적 경제적 여건이나 신체적 장애 때문에 제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벽지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선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며 “창립초기인 70년대 중반만 해도 의료보험이 실시되기 이전이어서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회상했다.
“74년 창립직후 의료보험이 실시되던 77년까지는 혹서기와 혹한기를 빼고 1년에 10차례나 봉사활동에 나선 적도 있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진료를 받으러 나온 농촌주민들의 인심은 참 따뜻했습니다. 한여름에는 온갖 과일과 찐 옥수수, 가을철엔 햇밥과 찐고구마며 감자를 가져 나와 건네 주던 모습이 순박했습니다.”

양동이 넘칠 만큼 충치뽑기도

강 회장은 “어떤 때는 한 곳에서 치과의사가 뽑은 충치만 자그마한 양동이에 가득 찰 정도로 당시 의료서비스 혜택이 미치지 않는 벽지마을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강회장은 80년대들어 횟수가 줄어들어 최근에는 매년 네차례씩 분기별로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니 이제까지 의료진들이 출동(?)한 횟수만 200회에 가까울 것이라며 “도내 구석구석을 다 찾아다닌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3일 괴산군 문광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한 청주적십자봉사회의 무료의료봉사활동에는 학교의 양호교사를 비롯한 청주가정보건강사회 소속 간호사들도 나이팅게일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회원이 25명에 달하는 청주적십자봉사회는 의료봉사활동 외에도 장학사업을 비롯해 사회복지시설 지원활동 및 원생초청 야유회, 무심천 정화활동, 헌혈캠페인, 청소년적십자 활동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청주적십자봉사회의 의료봉사활동에 단골로 참여하는 의료인 회원은 곽진구 내과원장을 비롯해 남수현치과원장, 장병화 청주한의원장, 유성식 유한의원장, 한효수 성모피부과원장, 조영화 은혜약국 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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