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제 선거전도 끝났으니 앙금을 씻어버리고 서로 화합을 이뤄 국가 및 지역 발전에 함께 하자라는 언론의 제의는 여간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모든 것을 잊고 화합하자’라고 언론이 치고 나서는 것은 자기모순을 덮어버리려는 것이며 다음에 예고되는 불법 타락 선거를 방조하는 꼴이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는 민주적인 선거가 정착되기 이전에 부정선거를 횡행한 여당 및 권력자들이 ‘정쟁지양과 근대화 매진을 위해 이제 화합하자’라는 논리를 내세워 선거 이후의 부정 선거 논의를 잠재우려 했던 고도의 홍보 논리에 그대로 천착된 결과다.
언제나 이 후진적인 캠페인성 홍보논리에 언론이 빠져 나올 것인가 알 수 없다.
언론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공명선거를 외치며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등 불법 선거 운동을 감시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해 놓고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공정 보도라는 이름으로 양측의 주장만을 그대로 보도하여 더 헷갈리게 하기 일쑤다. 그리고 나서 ‘이젠 선거가 끝났으니 모든 것을 덮어주자’는 식이다. 여간 자기 모순이 아닌 셈이다.
이는 자칫 선거기간 중에 어떠한 불법을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며 문제될게 없다는 인식을 남겨주게 된다는 게 문제다. 실제 당선만 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선거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인신공격, 흑색선전,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것도 바로 선거 종료와 함께 언론이 불어주는 ‘모든 것을 덮어두고 화합하자’라는 화합송에 큰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각 후보진영은 선거에 쟁점이 될만한 사안을 띄워놓고 고소·맞고소로 진실을 가려달라며 수사기관에 의뢰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춰 고소 취하를 하는 것이 상례가 되고 있다.
유권자에 대한 기만행위임에 틀림없다. 당선자는 소 취하를 해주는 것이 미덕인양 치부되는 것도 다음 선거의 똑같은 사례가 반복되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언론이 감시해야 한다. 진실은 분명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나 국가 수사기관은 이들의 놀음에 놀아나는 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지사 선거의 경우 선거 종반 ‘특정 후보 비방 잡지’ 살포 문제가 불거져 이원종후보와 구천서후보간의 공방이 치열했다. 어느쪽이든 선거에 이용할려는 의도로 잡지를 대량으로 만들어 살포했을 가능성이 분명하다.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 사안이다. 여러 불법 사례 중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런 것도 덮어두고 가란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유령의 잡지가 만들어져 대량 살포되어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을 또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덮어두고 화합하자’가 아니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당장은 혼란스러워 보여도 끝까지 추적하는 언론 본연의 일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다소 더디지만 공명선거를 이루는 길일 것이다. 그 일을 해야할 필자 자신에게도 다짐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