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승리는 온 국민을 들끓게 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환호하고 열광하는 붉은 응원단의 뜨거운 열기속에서 우리모두는 참으로 오랜만에 대한민국안에서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한때, 스포츠란 국민의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군사독재정권의 3S 정책의 하나라 하여 비판적 시각으로 경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월드컵행사가 갖는 다각적 차원의 국익을 계산하기 이전에 이것이 국민에게 주는 심리적 위안역할을 생각하면 실로 고맙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라, 실정에 실정을 거듭해도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기대한 국민의 정부 말년에 터져나온 대통령의 세아들을 포함한 각종 부정비리 게이트 하며, 병역비리 호화빌라로 다져진 특권층 야당총재의 입에서 6.15 영수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훼손하는 냉전적 발언,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후보군단들이 범람한 속에서 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무엇이 그리 신이나서 민주시민의 성숙한 정치적 주권을 행사할 마음이 나겠는가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6.13 선거를 공정한 분위기속에서 정책대결의 장으로 이끌고자 시민단체들은 각종 정책발표와 후보자의 정보공개 및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성실한 노력을 줄기차게 해왔다. 희망, 희망을 갖자고 말이다.
그날,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나머지 두 정당마저 충북도의회 비례대표 1순위가 여성으로 교체 되던 날, 언론에 보도되기 전 핸드폰 릴레이 식으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무척 다양했다. 당내에서 숨죽이며 실질적으로 표를 만들어준 분들을 비롯해 시도 때도 없이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내며 1순위를 외쳤던 여성단체 회원들, 여성정치관련기사를 편파적(?)으로 써주던 언론사 기자, 정책 추진을 위해 여성의원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고 있던 공무원, 그리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기꺼이 지지서명에 동참해준 많은 인사들은 기쁜 소식에 함께 축하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나 척박한 수준인가? 도의원 비례대표 한자리 여성할당에 감격해하는 우리 지역의 여성정치참여현실이란? 그러나 그것은 여성정치참여라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진 후보 당사자들과 작은 성향의 차이를 넘어 대동단결한 여성계의 쾌거이자 운동의 승리이다. 할당된 자리한석은 미약해보이지만 그 의미는 생활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임은 분명하다. 희망, 희망의 지방정치 말이다. 희망은 또 있어 보인다. 넘쳐나는 인물군속에서도 눈여겨 살펴 본다면 말이다.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를 기대했던 지역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던 지방의원들, 민선 1기의 자질론 시비과 민선 2기의 부정뇌물수수사건의 경험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정녕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감히 말한다. 화려한 말과 공약, 그럴싸한 사회적 지위와 돈,외모이전에 그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자고 말이다.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익적 이익에 의롭게 처신할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지방의회가 개인의 명예욕이나 사업의 발판으로 활용되는 지역유지들의 집합장소로 기능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나라의 민주화나 지역주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해온 젊고 참신한 사람들이 그 철학과 정의감,패기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우리 유권자들이 줘야할 때가 아닌가라고.
월드컵 승리에 끝까지 도취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취해도 먹고 자고, 쓰레기를 치우는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반복될 뿐이고 그것은 축구공보다는 지방 선거와 관련되어 있다. 호헌철폐,독재타도를 부르짖었던 87년 6월항쟁처럼, 평화로 하나되어야 한다는 민족의 소망이 담긴 6.15 선언처럼, 1순위를 따낸 여성들의 힘처럼, 그리고 엊그제 그 절절하고 뜨거운 응원의 열기처럼 지방자치에 거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는 없을까? 6.13은 지방선거이고 7월엔 교육위원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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