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선글라스 모자를 눌러쓴, 그리고 “기호0번 000”라고 몸벽보를 두른 아주머니 선거운동원을 마주치게 된다. ‘과연 저분들 중에 금전 거래없이 반드시 지역주민을 위해 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분이 얼마나 될까?’ 질문을 한번 던져본다.
너도 나도 앞다퉈 진정한 서민의 후보, 서민의 친구임을 목놓아 외쳐대지만 정작 그들이 말하는 서민속에 후보 당사자들이 포함될까? 2001년 공공의료 강화, 병원개혁을 외치며 150일간 처절한 투쟁을 벌였던 충북대병원 노동조합을 기억한다. 시장, 도지사, 시의회, 도의회에 호소하고 심지어 당산철교 아래에서 노숙하며 국회앞 1인시위를 벌인 이들에게 그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환자들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들 편의를 꾀한다’는 꾸지람만이 돌아왔다. 의료보험 통합에 따른 의보수가 인상을 위한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에는 묵묵부답이었던 이들이 말이다. 또한 불법영업, 탈세,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600여일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벌인 평화택시 노동자를 단 한번이라도 방문한 이가 있는가.
이번 지방선거 역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인가. 아니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당이 이번 선거에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충북에서 3명의 후보를 냈는데 아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울산 등 노동자 밀집지역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진보진영의 단체장을 배출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실험이다.

많은 노동자들은 IMF와 총파업을 거치면서 노동자의 권리는 스스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음을 깨달았다. 농민은 쌀농사 포기로 갈곳을 잃고 있을 때, 도시서민은 오르는 물가와 전세 폭등으로 거리로 내몰릴 때, 정치인과 대통령 아들 등 가진자들은 부정부패로 나라를 망쳐 놓았다. 이런 깨달음에 더 이상 우리의 후보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가진자들에게 투표할 수 밖에 없었던 설움을 극복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최근 주목받는 민주노동당 등 제 3세력이다. 창당의 주역이 된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은 자발적인 순수한 당비로 당을 운영하고, 신성한 노동의 대가인 자신들의 임금을 거침없이 선거비용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돈이 없어 결혼반지를 팔아 선거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당원총회를 거쳐 후보를 선출하고, 학생들은 선거운동을 위해 자신들의 용돈까지 털어 당사무실에서 합숙하며 시민을 만나고 있다. 더 이상 정치권력이 가진자들의 돈잔치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부터는 정당명부제가 실시된다. 그동안 당과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가 아닌 자신이 지지하는 당과 사람을 따로 선택하는 1인2표제가 주어진 것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주5일근무를 실시하고, 국가기간 산업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해선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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