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계법 개정으로 정치신인 도전 봇물 예상
시스템 개선 없는 유급화, 예산낭비 우려도

정부가 지방의원에 대한 유급화 등 정치관계법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면서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직업 지방의원 시대가 열리면서 노동계, 사회단체 출신 등 젊은 피의 대거 진출을 예상하지만, 선거운동기간의 연장과 방식의 다양화, 정치자금법 완화 등은 오히려 기존의 정치판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의회는 지방의원 유급제 명문화와 급여 수준을 놓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5월31일)를 기점으로 직업 지방의원이 등장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정부가 유급제 명문화 보다는 수당 현실화를 고집하고 있지만 경북 도의회 의원을 거친 3선의 권오을(한나라당)의원 등 지방의회를 지지하는 우군들의 지원으로 흡족할만한 선에서 대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오을 의원이 낸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지방의원의 유급제 명문화’는 물론 ‘입법활동 보조직원 지원’,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 이양’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대접은 최소한 광역은 국장급, 기초는 과장급 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방의원들이 부단체장급의 급여를 요구하는데 반해, 행정부가 과장급·국장급·부단체장급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 안에서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급화 전망 속, 신구 대결 불가피
이처럼 직업 지방의원 시대의 도래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지방의회 진출을 꿈꾸는 정치 신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내년 선거에서는 예비선거운동기간을 포함해 한 달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 지난 선거와 달리 선거일 120일 전인 2월1일부터 예비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돼 이들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한 예로 국회의원 선거구의 분구로 의석이 4석에서 6석(상당 2석, 흥덕 4석)으로 늘어난 청주지역 도의원 선거는 벌써부터 출마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될 정도로 물밑 선거전이 이미 시작된 상태다. 먼저 오장세부의장(청주1), 이대원교육사회위원장(청주2), 박재국 전반기 부의장(청주3), 김정복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특별위원장 등 현역 도의원들은 대부분 7대 의회에서 구축한 튼튼한 입지를 바탕으로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은 이른바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시의원들이다.

청주시의원 가운데 출마를 저울질하거나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그룹은 전체 의원의 3분의 1선에 육박한다. 먼저 거론되는 사람들은 이른바 다선 의원그룹으로 4선인 박종구(영운)의원과 3선인 유기영(사직2), 최광옥(모충), 김현문(율량사천), 장기명(봉명2?송정)의원. 이 가운데 김현문의원은 지난 도의원 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최광옥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입성을 노렸던 터라 시선이 상향 조정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김영근(용암1)의원도 도의원 후보 경선에 나섰던 전력으로 볼 때 재도전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고용길(수곡2), 유성훈(용암2), 박종용(산미분장)의원등도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예상되는데,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언을 구하는 등 출마를 구체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수준이다.

노동계, 사회단체 인사 등도 출마 채비
직업 지방의원 시대를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노동계나 사회단체 등에서 일해오다 정치 입문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도 정치권 진입을 통해서만 개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정치권 주변을 맴돌았지만 생계문제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국회 3당으로 지위가 격상한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의 여세를 몰아 풀뿌리 자치인 지방의회에도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흥덕을 지역 등에 반드시 후보를 내겠다는 구상 아래 마땅한 인물을 찾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정당비례투표에 따라 최소한 비례대표 1석은 가능하다고 분석하는 등 도의회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1순위로는 홍청숙 도지부 부위원장을 비롯해 서너 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성 몫을 분명히 하는 민주노동당의 방침과 정서를 고려할 때 홍부위원장의 입성 가능성이 높다.

사회단체 출신 인사들 중에서 이미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최미애 전 여성민우회대표(열린우리당 상무위원)와 이광희 전 KYC 대표(자치분권연구소 이사) 등이 출마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사회단체에서는 지방의회 진출을 통한 참여자치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 구체적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추천 수준의 후보를 내왔던 충북연대와 지방의회 진출 시도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환경운동연합, 여성단체 등이 구체적인 방침과 적합한 인사를 찾기 위한 노력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지방의회 진출의 필요성을 대부분의 사회단체가 절감하고 있지만 정작 손을 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관계법 개정, 신인 발목 잡을 수도
이같은 상황 속에서 지방의원 유급화와 정치자금 규제 완화 등 정치관계법 개정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정치 신인들의 발목을 잡고 지방예산만 낭비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말해 지방의원들이 책임성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과도한 급여체계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자부의 유급제 방안에 따르면 지방의원 유급화를 공무원 과장급으로만 하더라도 1198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지방의원의 수를 줄이고 도시지역의 경우 중대선구제를 도입해 지방의원의 자질을 높이는 등 시스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시기상조론의 골자다. 참여연대 송재봉사무처장은 “유급화는 지방의회 기능을 활성화하고 인재를 유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지방의회가 정치집단화되고 지방재정의 부담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선거기간 연장, 선거운동방식 다양화 등도 정치신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운동기간이 예비선거운동기간을 합쳐 4배나 늘어나고 가두홍보 등이 자율화될 경우 당연히 선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이 정치자금의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정치자금법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에 반대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반대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에 눈초리가 많은 상황이어서 돈선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또한 그동안의 지방선거가 지역의 현안이나 정책대결 보다는 중앙 정치 후폭풍의 영향을 받아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형태로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결국 내년 선거도 당시의 정치기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냐는 대세 관망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충북지역은 행정수도와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결정 등 전국적으로 민감한 현안의 한복판에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경제기상도의 변화도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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