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호 충북도 교육감이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 있어왔다고 하지만 충북 교육의 수장으로서 새롭게 맞이하고 부닥치는 일이 꽤 많을 것이다.
현장을 찾고 각종 시책을 발표하는 김 교육감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치는 것을 보니 첫 출발자로서 열심히 하는 자세가 느껴진다.
이중 충북도 교육청이 지역교육청의 평가제를 폐지키로 했다는 소식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도 교육청은 지역 교육청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교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격년제로 실시해오던 시·군교육청에 대한 업무 평가를 올해부터 전면 페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환영할 만한 조치라는 것이다. 평가를 받지 않을 일선 시군 교육청과 학교관계자들이야 당연히 환영하고 나설 일이겠지만 행정을 위한 행정의 틀을 깻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일이기 때문이다.
충북도 교육청은 지난 2000년의 경우 지역 교육청을 평가하기 위해 자체 평가 편람을 발간, 배포한 뒤 자체 평가서를 제출 받아 현장평가를 벌였다.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및 투명성을 확보한다며 평가항목 지표별 체크 리스트를 사용하고 학교수, 학생수, 교원수 등 지역간 교육여건에 따라 권역별 비교 평가를 벌이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학생을 위한 교육에 왜 이런 복잡다기한 행정절차가 굳이 필요 하느냐는 점이다.
평가를 위해 교육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충북도 교육청은 해마다 우수교육청으로 평가되었다며 일선 교육청은 물론 각 학교 정문마다 플랑카드를 걸어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왔다. 이것이 교육 주체인 학생이나 학부모, 교원 자신들에게 교육의 질 향상 및 변화를 주었을 것인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물론 교육 행정에서 차트 행정과 같은 명쾌함과 매끄러움은 크게 향상되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위해 소비했을 열정과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그 만한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충북 교육청이 전국 평가에서 유일하게 가장 우수한 기관으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았지만 타 시도에 가보면 거기서도 ‘○○교육청 우수기관 평갗등의 구호를 볼 수 있어 도대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실소했던 기억도 새롭다.
충북 교육은 유독 ‘보여주는 자료행정’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교실보다는 학교, 학교보다는 교육청에 잘 보이기 위한 행정이었다. 이런 점에서 김천호 교육감의 당선을 두고서 일부에서 우려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열린교육 기획자로 잘 알려진 김 교육감의 행정스타일로 볼때 위와같은 행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그 우려는 교육청 평가 폐지로 일거에 불식됐다.
세계는 빛의 속도를 넘어 ‘생각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일정 틀을 정해 놓은 점수로 교육기관을 평가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보이기 위한 행정, 평가받기 위한 행정의 틀을 깰 때 진정한 교육 행정에 다가갈 수 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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