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법인, 후원물품을 장비·비품으로 둔갑시켜
법인 감싸고 도는 음성군 “소모적인 논쟁일 뿐”
자리잡기에 바쁜 센터, 외국인 지원은 언제?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가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휘청거리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가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휘청거리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지난해 3월 1일 충북도내 최초로 개소한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가 휘청거리고 있다.

음성군 내 외국인주민의 교육 및 복지 향상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부 갈등, 보조금 횡령 의혹에 이어 자기부담금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채, 1년간 자리잡기에 바쁜 센터에 3억2천만 원의 혈세만 쏟아부었다는 냉소가 나온다.

현재 센터장 및 직원 1명에 대한 재계약 불가, 청소기 구입과정에서 벌어진 68만원의 횡령 의혹 등을 두고 수탁기관인 법인과 당사자간 갈등이 안팎에서 노출되며 정상적인 운영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때문에, 외국인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은 제쳐두고, 수탁기관인 (사)글로벌투게더음성의 센터 관리 및 운영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리감독청인 음성군은 “개소 초창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미숙한 부분이 확대된 것일 뿐”이라며 애써 감싸는 표정이 역력하다.

앞서 음성군은 지난 2019년 11월 사업비 26억 8천여 만 원을 투입해 연면적 984㎡(지하1층, 지상 4층) 규모의 금왕읍 소재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를 준공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사업자를 공개 모집해 글로벌투게더음성을 최종 수탁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음성군의 수탁기관 선정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지적과 함께 ‘공정성 결여’, ‘사전 내정설’, ‘비정상적인 점수차 배정’ 등 각종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음성군의 '수탁자 선정 심사기준 및 면접 평가표' 일부. 지원능력(자부담) 항목의 배점이 20점으로 배정되어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의 '수탁자 선정 심사기준 및 면접 평가표' 일부. / 지원능력(자부담) 항목의 배점이 20점으로 배정되어 있다. (자료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의 수상한 수탁 공모’

당시 수탁자 최종 선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일었던 항목은 ‘자기부담금’ 평가 배점이었다.

자기부담금은 공적으로 지출하기 어려운 항목을 수탁기관이 부담하기 위해 책정된 금액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29일 CJB청주방송은 모닝와이드 ‘음성군의 수상한 수탁 공모’ 편을 통해 지난 2019년 12월 진행된 음성군의 수탁자 선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자부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당시 음성군의 심사 배점표에 따르면 법인단체 평가 20점, 센터 운영계획 30점, 사업평가 10점, 센터장 전문성 10점, 예산평가 30점(지원능력 20점, 예산집행 10점) 등 5개 항목에 총 100점이 배정됐다. 이 가운데 지원능력 20점이 곧 ‘자기부담금’이다.

이 때,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자부담금 3천만 원을 제시해 평점 16점을 받았고, 다른 A센터는 3백만 원으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이 항목에서만 양측간 평가 점수차는 14점이다.

이날 방송에서 이재은 충북대 교수는 “다른 점수를 다 해도 만회할 길이 없다. 이 수탁자 선정 심사기준은 자부담 확보비율이 결정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부담 금액이 사실상 최종 수탁자 선정에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 수탁 신청서류 중. / 인건비 보충 및 장비 · 비품 구입 등 사업운영에 필요한 제반경비에 대하여 부담 및 지원 할 것을 확약하고 있다. (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 수탁 신청서류 중. / 인건비 보충 및 장비 · 비품 구입 등 사업운영에 필요한 제반경비에 대하여 부담 및 지원 할 것을 확약하고 있다. (자료제공=음성타임즈)

약속했던 자기부담금 불이행, 문제없다는 음성군

그런데, 정작 수탁자 선정 이후 1년간 법인은 약속했던 자부담금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이 제출한 ‘부담금 납입 확약서’에는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 위탁운영법인(단체)로 선정될 경우 보조금 외에 인건비 및 장비·비품 구입 등 사업 운영 등에 필요한 제반 경비에 대하여 부담 및 지원할 것을 확약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법인이 센터 사업 운영을 위해 지원한 제반 경비 내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자부담 명목으로 125만원 상당의 추석명절 취약계층 지원물품 50세트, 60만원 상당의 마스크 1200매 등을 지원했다. 이마저도 일부는 후원받은 물품이다.

장비 및 비품과는 전혀 관계없는 외부 후원물품을 자부담금으로 정산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음성군 담당자는 “반드시 현금으로만 할 필요는 없다. 총액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수탁기간인) 3년 안에는 들어올 것”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은 관내 외국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같은 공무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공무원 A씨는 “물품으로 (장비 및 비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원물품을 부담금으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라며 “다만, 자부담 금액 및 방법이 수탁신청서류에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면,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A센터가 제출한 서식에 따르면, 2020년 100만원, 2021년 100만원, 2022년 100만원 등 년도별로 부담액을 제시했고, 부담방법은 12월 현금지급으로 명시했다. 특히 음성군은 예금잔고 증명서까지 별첨으로 제출토록 했다.

똑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를 했다면, 글로벌투게더음성도 금액과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서식으로 제출됐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A센터는 100만원의 부담금을 3년간 매년 납입하고, 글로벌투게더음성은 3년내에 현물 및 현금으로 처리하도록 했다면, 이는 수탁자 선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심각한 ‘공정성 훼손’ 이다.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 수탁신청서류 중. / 수탁 신청 법인(단체)가 음성군에 제출하게 된 서약서. (자료제공=음성타임즈)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 수탁신청서류 중. / 수탁 신청 법인(단체)가 음성군에 제출하게 된 서약서. (자료제공=음성타임즈)

“시민단체 통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 표면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청소기 구입과정에서 벌어진 68만원의 횡령 의혹도 법인이 자기부담금을 제때 납입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소기는 자산취득이기 때문에 보조금으로는 구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법인의 자부담금으로 구입하면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법인은 약속했던 ‘장비·비품’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제반 경비 지원을 이행하지 않았고, 센터는 1년간 오로지 보조금으로만 운영됐다.

그런데, 관리감독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할 음성군은 이를 묵인한 채, 글로벌투게더음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이해하지 못할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에는 지난해 약 3억2천만 원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올해는 약 2억7천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볼펜 하나까지도 보조금으로 구입하고 있는 센터살림,

법인은 후원받은 추석선물, 코로나19 방역용 마스크마저 장비·비품으로 둔갑시키고 있지만, 음성군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지원 관련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법인과 센터 직원들,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는 음성군, 필요한 조치를 외면하고 있는 음성군의회 등 3박자가 합쳐지면서 외국인주민에 대한 지원은 커녕 군민들의 혈세만 축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민단체를 통한 감사원 감사 청구” 움직임이 일각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꼬리를 무는 의혹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이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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