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노숙인 정책의 핵심은 주거지원
“비주택자 주거지원은 노숙인 예방의 지름길”
주거사다리사업 참여한 청주시 비주택자는 0.7%
청주시 주거실태 현황파악 후 자체사업 필요

<최강한파, 청주거리에는 사람이 산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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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보호대책 강화 중점기간? …"순찰 한 번도 없었다"

7년 전 TV에 나왔던 할머니, 아직도 거리에 있다

 

연일 최강한파를 기록하는 요즘, 노숙을 하는 사람이 설마 있을까 싶겠지만 놀랍게도 있다. 서울역 얘기가 아니다. 바로 청주 얘기다.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올 겨울, 청주에서 노숙을 하는 이들은 5~6명에 달한다. 그들은 왜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걸까,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청주시의 노숙인 대책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주택가. 이곳에는 노숙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서부종합복지관 복지사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여러 명의 노숙인을 만났다. 상당공원의 A씨, 서문시장의 B씨, 중앙공원의 C씨, 그리고 가경동 ○○마트 입구의 D씨. 그들은 집과 돈이 없었고,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가족과의 불화, 사회와의 단절이 깊었다.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무엇일까?

최근 노숙인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는 ‘집’에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발표한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노숙인 복지정책 과제는 크게 4가지다. △예방 △지원 △사회복귀 △인프라 강화가 그것인데 주거 지원은 각 과제별 세부 추진사항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의료지원과 일자리 제공도 중요한 과제지만 주거지원은 모든 과제를 아우르는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주거취약계층 발굴 강화 등 주거지원은 거리 노숙인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아영 교수도 주거문제 해결이 노숙인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송 교수는 “홈리스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있어 주거가 핵심임을 인식한 국제사회는 이미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우징 퍼스트 모델은 조건 없는 주거공급을 핵심으로 한다. 영구적인 주거공급이 무조건 우선되었을 때 홈리스 문제는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노숙인 개념을 거리 노숙인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언제라도 거리노숙으로 떨어질 수 있는 주거취약계층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주 비주택(주택이외의 거처)자는 2만 5천여 명

청주에서 길거리 노숙을 하는 이들은 10명 미만이다. 하지만 위에서 밝힌바와 같이 노숙인 개념을 비주택(주택이외의 거처)자(주거취약계층)로 확장한다면 청주에는 수많은 노숙인이 있다.

비주택자는 집이 아닌 주택이외의 거처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발간한 ‘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비주택'과 '주택이외의 거처'는 같은 의미로, 주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거처를 표현할 때 ‘비주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주택이란 고시원, 쪽방,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 PC·만화방 등이다. 물론 국가통계나 주거 관련 연구에서는 비주택 대신 ‘주택이외의 거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비주택은 주택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거처를 표현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된다.

자료 출처=통계청 '행정구역별 주택유형'

 

통계청에 따르면 충북의 비주택자는 2019년 전체 인구의 3.2%에 해당한다.<표 참조> 충북의 2019년 추계인구 162만 1337명 중 5만 1882명은 비주택에 거주한다는 얘기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청주의 비주택자를 어림 짐작(청주시 인구는 충북의 50%가량)해보면 2만 5천여 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더욱이 충북의 비주택자 수치는 2010년 0.1%에서 2016년에는 1.5%, 2019년에는 3.2%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언제라도 ‘노숙’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거지원 정책 없는 성덕원

그렇다면 청주시의 노숙인(비주택자) 주거지원정책은 어떨까?

먼저 시설부터 살펴보자. 노숙인 재활시설인 성덕원에는 사실상 주거지원정책이 없다. 입소자의 80% 이상이 홀로 자립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이다 보니 성덕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은 전무하다. 성덕원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 계신 분들의 대부분은 상당히 오랫동안 계신 분들이다. 성덕원이 그냥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한글과 셈이 안 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 집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창주시 한마음실직자지원센터.

 

다음은 청주시 노숙인 자활시설인 한마음실직자지원센터(이하 한마음센터)다. 한마음센터 직원들은 입소자들에게 국토부 주거사다리사업을 안내하고 있다. 이 사업은 비주택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세보증금의 경우 최고 6천만 원(수도권은 9천만 원)까지 지원한다. 한마음센터 관계자는 “2019년부터 매입·전세임대로 자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이외에도 2019년 5월 문을 연 청주주거복지센터와 각 지역 복지관 사례관리담당자를 통해 상담 및 주거사다리사업을 안내하는 등 주거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청주시주거복지센터는 지난해 청주시비 1억 3500만원의 예산으로 △주거상담 △사례관리 △직접지원 △연계지원 등을 통해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긴급지원주택인 ‘청주형 디딤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제공=LH충북지역본부

 

비주택자 2만 5천여 명인데 입주자 86명이라고?

그렇다면 청주시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주거사다리사업을 신청한 청주시의 비주택자는 얼마나 되고, 실제 입주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LH충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청주시·청주시주거복지센터·복지관 등에서 주거사다리사업을 안내받아 사업에 신청한 사람은 2017년 5명, 2018년 15명에 이어 2019년에는 52명, 2020년에는 110명이다. 201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4년 만에 20배 이상 증가했다. 괄목할만한 증가다.

그러나 비주택자 현황(청주시 2만 5천여 명)과 비교하면 그리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신청자를 다 합쳐도 비주택자의 0.7%에 불과하고 계약률 또한 5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주택자 모두가 주거사다리사업만 신청한 것은 아니다. 영구임대나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해 입주한 이들도 있다. LH 한 관계자는 “신청자에 비해 계약률이 낮은 것은 비주택자가 주거사다리사업 외에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등에도 중복으로 신청했고 주거사다리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 선정이 되어 주거사다리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업에 중복참여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청주시에서 진행한 주거사다리사업 실적은 지극히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주의 주거사다리사업 공실률은 10%가량으로 보다 적극적인 사업 안내와 홍보가 필요하다. LH 한 관계자는 “청주시 공실률은 10%정도 된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청주시주거복지센터 개소식 모습.(사진 청주시 제공)
청주시주거복지센터 개소식 모습.(사진 청주시 제공)

 

주거복지센터 설립됐지만 아직은 갈길 멀어

청주시주거복지센터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의 주거문제를 돕기 위한 문을 연 기관이다. 환영할 만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내부 환경을 들여다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청주시주거복지센터 인력은 단 2명이다. 센터장과 공공근로 직원 1명이 더 있어 총인원은 4명이지만 센터장은 비상근(무보수)으로 사실상 실제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청주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비주택자를 발굴하고 이들과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주거상향을 돕는 일을 하기에 2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점이다”라며 “원래는 찾아가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장업무를 가려고 해도 사무업무를 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예산도 문제다. 1억 3500만원 예산 중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없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사업은 주로 기업 등 후원을 받아서 하고 있다. 물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인력충원은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 일단 올해 사업성과를 보고 검토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부족 이외에도 청주시에는 비주택자를 위한 정책과 대안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주거실태 데이터가 없다. 주거실태 조사를 위해 주거복지팀이 지난해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삭감됐다. 주거실태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가 없으니 당연히 사업계획 또한 세울 수가 없다. 한 관계자는 “인구총조사로 대체를 하라고 하는데 인구총조사와 주거실태 조사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정확한 근거 자료가 없으니 세밀한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주시 담당자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청주시 복지정책과 이상종 주거복지팀장은 “읍·면·동 상황을 조사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유관기관에서 어떤 형태로 진행하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시스템을 마련하고 비주택자를 발굴, 홍보, 사례관리도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거지원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창기라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주에 맞는 주거지원 정책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송아영 교수는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길거리 노숙이 되기 전에 주거상실, 노숙위기에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다”라며 “지방에서는 LH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또한 지자체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요청하고 설득하느냐에 따라 LH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자원이 다르다.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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