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이 동네 버스는 언제쯤 오는걸까? 5년 전 음성군에 처음 이사를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공장 생산직 면접을 보고 나서 잔뜩 불쾌해진 기분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음성공용버스터미널에는 버스 출발 시간표가 걸려있었지만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 시간표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봐도 버스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에 가게라도 있으면 가게 주인에게 버스 시간을 여쭤볼까 했지만 슈퍼 하나 보이지 않은 휑한 도로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자가용 없이 음성에서 지내면서 이곳 대중교통체계의 실태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었다. 청주, 충주, 제천과 같은 충북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음성은 군청, 읍사무소, 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터미널에서만 출발 버스 시간표를 제공하고 있고 노선 중간에 있는 정류장에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간 정류장에서는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곳 정류장에 도착하기까지 몇 분 정도 걸릴지 예측을 하고 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아니면 구전되어 오는 버스 시간을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봐야 했는데, 그 마저도 정확하지 않았다.

청주시의 경우 ‘청주시 버스정보시스템(BIS)’이 있어서 버스, 정류장, 노선 그리고 경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BIS를 기반으로 정류장에 디지털로 몇 번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를 알려주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음성군은 여태까지 BIS가 전혀 구축하지 않아 시민들은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성실한 관찰자가 되어서 하루 내내 버스 정류장에서 오매불망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시각을 노트에 옮겨 적어놓거나, 기다림, 심심함, 고독 등등과 친해지는 방법 외에는 없어 보인다.

환승제도도 없다. 예컨대 음성읍에서 금왕읍 숫돌고개 교차로로 가려면 음성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무극임시터미널에 내린 다음 또 다시 대소, 삼성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타야한다. 근데 하차문 앞에 버스카드를 가져다 댈 태그장치가 없다.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에 들어가 다음 방면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뒤 새롭게 버스비를 내야한다. 나처럼 허송세월을 좋아하고 평소 분노를 잘 느끼지 않는 사람도 이쯤 되면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마지막으로 음성에는 저상버스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충북혁신도시로 지정된 맹동면 일부 지역에만 저상버스가 있다. 저상버스는 노인,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텐데 음성군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낮고 소득이 높은 지역에만 저상 버스가 있다. 지난주 눈비가 내려 무극임시터미널에서 사무실이 위치한 숫돌고개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마침 장날이라 중간 중간에 장바구니용 수레를 끄는 할머니들이 대거 버스에 올라탔다. 할머니들이 버스에 오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에 쥔 모든 짐들을 먼저 버스에 올리고, 한 계단 한 계단을 온 몸을 사용해 오르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났다. 아니, 노인들이 많은 동네에는 저상버스가 없고 혁신도시에만 있는거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시내버스일텐데.

음성살이 5년차에 접어드는 나에게 ‘이 동네에서 차 안 사고 버티는 사람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있다. 자가용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버스 한 대로 내뿜을 온실가스를 굳이 내 차를 사서 또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는 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에서는 자가용이 없는 게 특이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도전도 아니다. 오히려 자가용 이동이 불편하다. 거액을 들여 차를 사는 대신 차라리 음성의 대중교통체계를 바꾸는 활동을 하겠다며 버텨온 지난 4년. 이젠 조그마한 일이라도 이 지역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활동을 벌이고 싶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좀 꼬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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