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시니어건강장수대학’ 한글교실 두고 '흙사랑' 반발
같은 한글교실 운영인데 4500만원VS800만원…지원금 차별 논란
흙사랑, “정 군수 퇴진·소환운동 참여 보복으로 해석돼”
보은군, “그동안 문해교육 강좌 열어달라는 민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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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청 전경.(사진 뉴시스)
보은군청 전경.(사진 뉴시스)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시니어건강장수대학 설립으로 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문해교육을 담당해 왔던 시민단체 ‘흙사랑’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보은군이 시니어건강장수대학 내에 한글교실을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흙사랑의 문해교육강사와 수강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더욱이 보은군은 흙사랑의 지원금을 삭감, 사실상 존립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흙사랑 관계자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어렵지만, 지역에서 어르신들 문해교육 전문기관으로 열심히 했고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자체가 그동안의 활동을 무너뜨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은군 유일 국가문해교육센터 프로그램 운영기관

흙사랑은 2000년 만들어진 ‘아사달 글꼬학교’에서 출발, 보은지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하는 시민단체다. 한글교육, 시화전,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충북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사업도 하고 있다.

특히 흙사랑은 보은군에서 유일하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국가문해교육센터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흙사랑 문해교육 강사들은 보은군과 충북평생교육진흥원 성인문해교사양성과정을 수료한 이들로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실습을 통해 교수법과 학습자에게 필요한 교재를 만들어 문해학교 공식 교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또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이곳에서 한글을 깨우친 이들은 천여 명에 이른다.

'흙사랑' 한글교실 수강생들이 '문해골든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흙사랑)
'흙사랑' 한글교실 수강생들이 '문해골든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흙사랑 제공)
시화전시회 기념 단체사진.(사진 흙사랑 제공)
시화전 기념 단체사진.(사진 흙사랑 제공)

 

군이 직접 한글강좌 개설

보은군은 지난 3월 ‘100세 건강장수도시 보은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니어건강장수대학’을 운영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글교실은 시니어건강장수대학 강좌의 하나로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 한글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11개 면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각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1년 기초과정 주 1회, 2시간 씩 한글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보은군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8월 사단법인 한국문해교육협회에 위탁, 48시간 동안 문해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추경예산 1300만원으로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32명이 참여, 최종 25명이 수료했다. 이들에게는 보은군청에서 발급하는 수료증과 한국문해교육협회에서 발급하는 문해교육사 3급 자격증이 주어졌다.

보은군은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주강사 11명, 보조강사 11명을 선정해 앞으로 시니어건강장수대학 한글교실은 운영할 계획이다. 주강사에게는 시간당 3만원, 보조강사에게는 하루 1만원의 강사비가 주어질 예정이다.

 

보은군이 문해교육 강사 차별 조장?

보은군이 직접 나서서 한글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흙사랑은 위기에 처했다. 우선 그동안 자원봉사로 활동했던 강사와 학습자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박옥길 사무국장은 “흙사랑 한글교실 운영은 사실상 자원봉사 형태다. 시니어건강장수대학 한글교실 강사들에게는 강사비를 준다고 들었다. 의리도 좋지만 강사들은 당연히 그곳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학습자들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흙사랑 강사들은 충북평생교육진흥원 성인문해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동안 강사들에게 차비한번 제대로 준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명감 하나로 성실하게 자원봉사 활동을 했는데 보은군은 그들을 배제한 채 별도로 강사를 또 양성하고 그들에게는 앞으로 시간당 3만원의 강사비를 준다고 한다. 충북평생교육진흥원 문해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된 강사와 한국문해교육협회에서 배출한 강사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문해교육 분야에는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다. 문해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강사들은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최근 보은군으로부터 위탁받아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을 진행한 한국문해교육협회는 민간단체로, 이곳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지난 8월 한국문해교육협회가 실시한 양성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수료 후 5만원의 자비를 들여 문해교육사 3급 (민간)자격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의 한 관계자는 “한국문해교육협회를 강사양성 기관으로 선정한 이유는 그곳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고 관에서 하는 것이다 보니 자격증이 필요했다. 인근 지자체에서도 그곳에 위탁해 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옥길 사무국장은 “대다수 문해교육강사들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나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 활동하고 있다”며 “민간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해야 함에도 보은군은 문해교육 강사들을 차별하는 등 지역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에 대해 보은군 관계자는 "주강사비를 3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국비사업 기준에 맞춘 것"이라며 "그동안 한글교실을 열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 시니어건강장수대학 한글교실 운영으로 흙사랑까지 가기 힘든 어르신들도 이제는 행정복지센터 등 가까운 곳에서 한글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흙사랑' 수강생들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흙사랑 제공)
'흙사랑' 수강생들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흙사랑 제공)

 

같은 한글교실…누구는 4500만원, 누구는 800만원

더욱이 보은군은 올해 흙사랑 지원금을 예년보다 30%이상 삭감했다. 흙사랑의 내년 예산은 800만원으로 올해보다 400만원 줄었다. 보은군 한 관계자는 “예산의 10%삭감은 보은군 지침이고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400만원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니어건강장수대학 한글교실 내년 예산은 4500만원(문해교육사 양성과정 운영비 1300만원 제외)이다. 4500만원 중 3550만원(도비 60%)은 운영비고 950만원은 교재구입비다.

보은군의회는 지난 15일 제351회 군의회 2차정례회를 열고 '흙사랑' 예산을 확정했다.(사진출처 보은사람들)
보은군의회는 지난 15일 제351회 군의회 2차정례회를 열고 '흙사랑' 예산을 확정했다.(사진출처 보은사람들)

박옥길 사무국장은 “보은군은 새롭게 생기는 한글교실에는 4500만원을 책정하고 20년간 활동했던 한글교실에는 800만원을 책정했다”며 “흙사랑은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성인문해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보은군 신규사업으로 기존의 민간단체가 받을 고통에 대해 보은군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은군이 20년이 넘게 지켜 온 흙사랑 문해교육 역사를 부정하고 활동을 고사시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며 “이는 정상혁 군수 소환투표 청구 수임인으로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관이 의도적으로 민인 흙사랑을 죽이는 것으로 밖에 보인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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