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주시내 서점가의 신간서적코너에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안다’라는 책이 나와있습니다. 현역기자인 중부매일 정문섭 제2사회부장이 쓴 이 책은 저자가 취재 틈틈이 지면에 선 보였던 칼럼들을 모아 낸 것으로 그 색다른 책이름과 신선한 장정(裝幀)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책의 표제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안다’는 원래 중국의 ‘후한서(後漢書)’ 양진전과 ‘십팔사략’에 나오는 ‘천지지지 자지아지(天知地知 子知我知)’를 우리말로 풀어놓은 것입니다.
때는 환관이 활개치고 부패한 관리들이 들끓던 후한시대, 고결하기로 이름난 양진(楊震)이라는 어진 선비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곧고 청렴했던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관서의 공자’라고 칭송했습니다. 그런 그가 동래군 태수로 임명돼 현지로 가던 도중 창읍이란 고을에서 하룻밤을 묶게됩니다. 그런데 그 날 밤늦게 그곳 현령(縣令)인 왕밀(王密)이 남 몰래 찾아와 황금 열 근을 양진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왕밀은 지난 날 양진 밑에서 은혜를 입었던 사람으로 기회에 그것을 보답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양진은 이를 사양하면서 “나는 그대의 학덕과 인품을 기억하고 있다네. 나에 대한 보은은 그대가 현령이라는 귀한 자리에 오른 것으로 충분하다네” 하고 거듭 사양합니다. 하지만 왕밀은 “이것은 뇌물이 아닙니다. 더욱이 지금 이 방에는 태수 님과 저 두 사람밖에 없어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제발 제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하고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양진은 정색을 하면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 사람 무슨 소리,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아는데 아무도 모르다니…”하고 나무라면서 왕밀을 돌려보냅니다.
그 후 양진은 더욱 몸가짐을 깨끗이 하여 병사(兵事)를 다스리는 태위(太尉)의 자리에까지 올라 나라에 봉사합니다. 전해오는 고사는 이것을 ‘사지(四知)’라고 적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는 부패하기마련이고 그것은 이제나 그제나 다름이 없는 듯 합니다.
오늘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 추문으로 나라가 온통 몸살을 앓는 것을 봐야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합니다. 대통령의 아들이, 정치인들이, 고위공직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잇달아 쇠고랑을 차는 추한 모습은 이 나라가 ‘뇌물공화국’이 되어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통령들의 아들이 한번도 모자라 대를 이어 쇠고랑을 차고 시도지사가 세 네 사람씩이나 그 지경이 되고 또 국회의원들이, 고위 공직자들이 그 꼴이니 이거야말로 나라가 썩어도 이렇게 썩을 수 있을까, 통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에 관한 한 국제적 공인을 받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며칠 전 공개된 국제투명성기구(IT)의 ‘뇌물공여지수’ 조사결과 맨 위에 오른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부패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난할망정 청렴한 삶을 최상의 가치로 삼던 선비정신, 그 민족의 자부심은 어디로 갔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특권층들의 부패 불감증이 이 정도라면 나라의 장래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라고 부패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글세, 그 역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팔을 걷어 부치고 비리와 부패 척결운동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의도덕성을 회복하고 부정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부패로 나라가 붕괴하는 비극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그러한 불행을 원하겠습니까.
지난 일요일은 불탄2546년 봉축일 이었습니다.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잘 되기를 빌어야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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