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범죄수익-사내유보금 환수(과세), 노동자기금설치법 제정’ 충북노동자시민선언에 나서며 ④

청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오르고,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뉴스는 일상이 되었다. 해외 교환학생 경력, 영어와 중국어 능력시험 최상위 점수, 인턴 직무 경험까지 쌓았는데도 불구하고 좁아진 취업문을 뚫지 못한 한 대학생은 “이제는 뭐가 힘든지도 잘 모르겠다. 계속 힘들다 보니 그냥 면역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학생은 항공사 입사를 위해 학원비만 수백만 원을 써가며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항공 승무원 채용 공고가 아예 사라져버려 꿈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역대 최고 실업률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대학생이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 충북도교육청
ⓒ 충북도교육청

고등학교 졸업자 일자리는 더 심각하다. 고졸 실업자 증가세는 대졸 이상 실업자 증가세 보다 약 3배 이상 높다.(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대졸 이상 실업자 3만 6천명 증가, 고졸 실업자 12만7천 명 증가) 특성화고 취업률도 2017년 50.4%에서 지난해 33.3%까지 떨어졌다. 특성화고를 나오면 취업률이 70%라는 정부 말을 믿고 들어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청년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고 수준인 25.6%를 찍었다. 선거철만 되면 모든 후보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무색하게 청년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높은 실업률을 뚫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도 대부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다.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수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빠르게 대체되었고, 안전 문제·차별·임금 격차·노동 착취·고용 불안정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 연령대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세대가 가장 심각하다.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2013년 34.0%에서 2019년 40.4%로 크게 증가해 전 연령대 평균보다 4.0%P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정규직이 아닌, 값싸게 쓰고 버릴 수 있는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면서 청년들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좋은 대학 가서 취직해봤자 비정규직인데 뭐하러 공부하냐”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이다.

ⓒ 뉴시스
ⓒ 뉴시스

많은 청년들은 대기업 입사의 꿈을 꾼다. 삼성 입사 시험인 ‘삼성고시’만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문제집도 있고, 관련 요령을 알려주는 온라인 강의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러나 대기업 정규직 지망생은 많지만 실제로 뽑는 인원은 그에 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에서 낙오된 청년들은 결국 실업자가 되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계로 인해 청년 일자리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로 양극화되고 경쟁은 더욱 심화 된다.

그런데 청년 실업률과 청년 비정규직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사이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계속 늘어났다. 2015년 761조 원이던 30대 재벌 기업 사내유보금은 2019년 956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1천조 원에 가까운, 상상도 못 할 액수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을 여러 가지 형태로 기업 내에 보관해놓은 돈이다. 쉽게 말해 ‘재벌 곳간’에 쌓아 놓은 돈이다.

사내유보금이 쌓이는 게 왜 문제일까?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세금과 협력-하청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을 통해 가계로 분배되어야 하는데, 1천조 원에 가까운 돈이 기업에 쌓여 있으니 소득재분배가 어려워지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불안정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은 극심한 경쟁에 속에 점점 더 낮은 생활조건,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을 강요받게 된다. 결국 삼포, 오포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칠포세대의 등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 민주노총
ⓒ 민주노총

그렇다면 재벌 대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사용하면 어떨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재벌 대기업의 막대한 수익은 재벌 총수들이 경영을 잘해서 벌어들인 돈이 아니다. 재벌 대기업과 그 하청업체에 고용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과 사회구조 속에서 얻게 된 이윤이다. 그러므로 재벌 대기업의 수익은 재벌 대기업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으로, 전국민의 복지를 위한 세금으로, 공공 투자 자금으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하고, 재벌 대기업에게는 당연히 그럴 의무가 있다. 재벌 대기업은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고, 청년에게 강요된 불안정하고 기형적인 고용 형태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 등은 재벌 대기업의 범죄수익과 사내유보금을 환수해 해결할 수 있다. 탈세와 비자금, 불법경영승계 등의 범죄수익과 1천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재원으로 노동자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기금을 통해 국가가 일하고 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에 사용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청년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실업과 비정규직이 당연시된 이 사회에서 청년들의 삶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 갇혀있다. 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고 청년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재벌범죄수익 및 사내유보금 환수, 노동자기금법 제정에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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