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근로감독 청원제, 노동자 권리 축소시킨다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12일(수) ‘누구나 근로감독 청원할 수 있도록’ 참여단체(이하 누구나 근로감독 청원)가 고용노동부 앞에서 근로감독 청원자 범위 축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청원제 운영 지침을 변경해 기존 근로감독 청원권자 범위를 축소한 점을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전국 노동·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 등 35곳이 연대의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 누구나 근로감독청원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청원 개정이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로 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던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실장은 “2008년 만들어진 근로감독청원제는 노동자 권리 구제 수단으로 쓰여 왔다”며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고용노동부가 사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축소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박 실장은 상담자 권리 구제를 위해 근로감독청원을 준비하던 중 청원 불수리 통지를 받으면서 개정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기계에 손이 껴서 손가락이 잘리기도, 낙하물을 머리에 맞아서 뇌진탕으로 운명을 달리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에서 사용자 처벌받게 합니까? 아니죠?

그런데 왜 청원 범위를 줄입니까? 고용노동부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주위에서 하나씩 고발해서 그나마 노동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그마한 구제의 손길마저 끊어 버린다는 건 뭡니까?”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오히려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부본부장은 “기업인들이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처벌법 만들어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약 계층은 갈 데가 없다 

전필민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대부분 상명하복 문화와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직장 내 부조리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가 이들에 대한 지원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근로감독 청원 범위를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감독청원제는 취약 계층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보호하고, 근로 감독의 현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간 수많은 노동자가 근로감독청원제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았다. △2017년 1월 신세계푸드 음성공장 일용직노동자 권리 침해 △2018년 깨끗한나라 자회사 초장시간 노동 및 법정수당 미지급 문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하청업체 노동자 산재 은폐 등 근로감독을 통해 변화를 일궈낼 수 있었다.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누구나 근로감독 청원은 청원권자 범위를 ‘해당 사업장에 조직된 노조’로 한정된 부분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누구나 근로감독 청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렵고 스스로 권리를 되찾기 어려운 이들은 지역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운영지침 개정은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정미정 음성군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우리는 노동인권센터 같은 시민단체가 아니면 누구한테도 어려움을 털어놓기가 힘들다”며 “이걸 제한하면 우리 장애인은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깨끗한나라 자회사 보노아 내부 문제를 공익제보한 전형진 씨도 “노동자가 권리를 박탈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든 건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 근로감독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누구나 근로감독 청원은 공동 성명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청원 담당자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