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위한 중간조직 ‘마을공동체지원센터’ 1일 문 열어
과거에 비해 ‘진전’ 있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아
마을공동체 지속위해 주민역량강화와 인식개선도 필요

청주시가 2018년 진행한 마을활동가 육성교육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수료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2018년 진행한 마을활동가 육성교육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수료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청주시 제공)

 

지난 7월 1일 청주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지원센터)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청주시 상당구 중앙공원 내에 있는 청주시민문화학교 건물을 사용할 예정이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단법인 일하는공동체’가 앞으로 5년 동안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7명의 직원(센터장 1명, 팀장 2명, 팀원 4명)이 2억 5000여만 원(2020년 7월~12월)으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민과 관, 민과 민을 연결하는 중간조직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지원센터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기초조사부터 주민주도 마을종합발전계획 수립과 지원, 공동체간의 네트워크, 활동가 양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재원조성까지 매우 광범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지원센터는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했던 ‘중간조직’이다. 그동안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행정시스템과 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주민자치위원의 변화와 마을공동체를 주장하던 이용상 전 청주시의원은 “인간관계와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선진형 사회로 가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라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그렇게 바라던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환영보다는 우려와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진전은 맞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한다.

 

숙제① 예산 끊기면 그 다음엔 어떻게?

지원센터는 올 하반기에 2~3가지 공모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공동체형성 및 활동지원과 관련된 사업이다.

지원센터를 두고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바로 이 공모사업이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마을공동체 활동은 예산이 끓기면 바로 사업이나 활동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공유부엌 '햇살' 개관식 장면.(사진 청주시 제공)
공유부엌 '햇살' 개관식 장면.(사진 청주시 제공)

 

2017년 청주시 성화동 성화주공 4단지 관리사무소 건물에 조성된 ‘공유부엌 햇살’은 대표적인 예다. 위탁운영을 맡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 사람들'은 LH공사로부터 무상으로 장소를 임대받아 최신설비를 갖추고 ‘공유경제 활성화 및 나눔과 아파트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화주공 4단지 주민들이 ‘햇살’에 모여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공동체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현재 모습은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햇살은 대관 요청이 있을 때만 문을 열어주고 평상시에는 문을 잠가 놓고 있다. 코로나19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햇살 덕분에 마을공동체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햇살’이 사실상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주민들의 자발성이나 의견 중심이 아니라 프로그램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참여는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국한되다 보니 ‘햇살’을 지키려는 의지가 주민들에겐 없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지원센터를 우려하는 것은 ‘햇살’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 예산으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예산이 끊긴 이후 그동안의 활동이 과연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 물론 지원센터 공모사업은 '햇살'과는 달리 주민 요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100%하향식 예산투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산이 끊기고 프로그램이 중단될 경우 마을공동체 활동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숙제② 무료봉사는 언제까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해결해야 할 두 번째 문제는 바로 무상으로 봉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주민들의 의제도 수렴하고 공간도 관리해야 하는데 과연 금전적인 보상없이 희생만으로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결국 그들의 노동을 인정해주는 최소한의 인건비는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박종광 한국도시‧재생교육센터장은 “과거에는 마을활동가라고 하면 무보수로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됐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적당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그랬을 때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공유부엌 햇살’ 또한 관리자 부재로 장소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책임지고 관리하는 인력만 있다면 공간을 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돌아보게 된다. 청주에서 작은도서관 설립이 붐이 이뤘을 2010년대 초반 당시 작은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으로, 또 마을공동체 형성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청주지역에서 일부 작은도서관은 그야말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도 있지만 사실 많은 수의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그 원인으로 ‘사람(사서)의 부재’를 꼽는다. 홍승표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은 “사서문제는 작은도서관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고민됐던 문제다. 자원봉사자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조금이라도 인건비 지원이 된다면 작은도서관과 마을공동체가 좀 더 안정적이고 활발하게 운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지역 작은도서관에서 사서인건비를 지급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숙제③ 주민역량 강화해야

결국 마을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욕구와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가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올해 개정예정인 지방자치법은 이런 의미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주민자치회를 신설할 수 있고 주민조례발안법도 도입되며 주민주권과 주민참여가 확대된다는 조항이 있다. 즉 기존에 동별로 있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주민자치회 회원들은 스스로 마을의 의제를 결정할 수도 있고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도 사용할 수 있다. 세종시 일부 동에서는 동장도 주민들이 스스로 선출하고 의제도 결정하며 정책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주에서는 이와 관련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위원들 스스로도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경우 “우리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분평동에 거주하는 A씨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면 마을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의제를 모으고 결정하고 추진까지 해야 한다는데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 할 수 있겠냐”며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B씨도 “마을의 길을 하나 정비하려고 해도 도로법이나 건축법 등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지식이 없는 일반 주민이 이것을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특히 청주시 의회 등 정치인들의 부족한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청주시에서는 주민자치회 시범마을 선정을 위해 시의원들과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의원들과 사전협의 중 논의는 중단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방자치법의 세부조항(주민자치회 회원 선출방법 등)이 어떻게 개정될지 모르니 나중에 하자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시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문제제기의 핵심은 시의원들이 할 일을 주민들이 하면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

이와 관련 박종광 센터장은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적인 뒷받침, 예산지원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불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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