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적장애3급 피의자 ‘발달장애인 전담경찰’ 없이 조사후 송치
장애인단체, “일반 형사가 신뢰관계인 없이 조사한 것은 위법” 주장

 

경찰 조사과정에서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 대신 일반 형사를 배치하고 진술조력인 없이 자백을 받아 성폭력 범죄로 기소한 지적장애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3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형사단독, 임창현 판사)은 길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했다는 혐의로 약식 기소된 지적장애인 A씨(25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적3급인 A씨는 길거리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촬영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A씨는 지난해 8월 근무를 마치고 자신이 매일 다니던 길로 걸어서 퇴근하는 길이었다.

평소처럼 횡단보도와 건물 촬영을 하던 중 한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여성의 남자친구는 A씨에게 방금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영상을 삭제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유치장에 구금하고 피의자신문조사를 마쳤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의 뒤를 따라가며, 휴대폰으로 피해자의 다리 부분을 동영상 촬영했다는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충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10월 A씨를 상담한 후 조사 당시 지적장애인이라고 말했으나 발달장애인전담경찰관이 아닌 일반 형사가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경찰조사가 이루어진 점 등 수사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담조사제)에 따르면 각 경찰서장은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배치하고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전문지식과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전문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A씨의 권리옹호를 위해 인권변호사를 통한 무료 법률지원에 나섰고,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또한 그 동안 A씨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박소영 교수 등도 힘을 보탰다.

판사는 직권으로 정식재판을 결정했으며, 지난 3일 무죄를 선고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이번 판결로 경찰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와 발달장애인법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유도신문과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성폭력범으로 기소하게 된 것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구형되어 자칫 젊은 인생을 망칠 뻔한 A씨가 기관, 인권변호사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15년부터 수사 경찰은 조사 대상자의 의사소통이나 표현에서 발달장애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등록된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등록 장애인에 준하는 형사사법절차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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