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주 정의당 청주시의원을 만나다 

ⓒ 우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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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투명의원’이에요. 어제 오전에도 청주시의회 의장단 선거를 한다고 해서 본회의장에 갔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본회의 시작 10분 전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끼리, 미래통합당은 미래통합당끼리 모였다는 거예요. 나만 혼자였던 거죠….”

이현주 정의당 청주시의원을 만났다. 26일(금) 청주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와우팟 존버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노란색 재킷을 걸치고, 머플러를 두른 채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재킷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건네자 이 의원은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컬러 포인트로 주곤 한다”고 웃었다. 

더불어민주당 25명, 미래통합당 13명 그리고 정의당 1명. 청주시의회에서 이현주 청주시의원은 혼자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11.96%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비례대표로 청주시의회에 입성했다. 지방선거 초반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4%대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기적을 등에 업고 시의원 배지를 달았다. 

  • ‘정의당 정책성에 맞춰 복지정책이나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이나 한국당 의원들을 함께 설득해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하거든요. 만약에 그것이 안 되면 저는 시민들과 연대 할 것입니다.’ - 2018년 7월 4일 자 BBS청주방송 <직격인터뷰> 내용 일부 

과거 인터뷰 내용을 얘기하자 이 의원은 자신이 잘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의원들을 향한 설득도, 시민들과의 연대도 쉽지 않았다. 결국 ‘다수결’이다. 의회 의사결정 원칙이 그렇다. 거대 양당이 뭉치는 순간 손쉽게 배제 당한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회 내에서 다수다 보니까 무조건적인 밀어주기가 있어서 반대표를 던져도 반영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우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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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기’부터 시작 

그는 스스로를 ‘청주시 투명의원’으로 부르기까지 2년이 걸렸다. 정의당에 당원 가입서를 들이 밀게 했던 사람이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빼앗긴 그를 보고서 마음이 움직였다. 노 전 의원이 강조했던 ‘특권 내려놓기’부터 시작했다. 

지방의원 주민숙업사업비는 2018년 여름 청주시의회를 뜨겁게 달궜다. 시의원 1인당 5천만 원씩 배정하는 사업비로 의원 마음대로 유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의원들의 쌈짓돈’이라 불리곤 했다.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주민숙업사업비 폐지를 요구했던 초선의원 5명 중 4명이 고의로 배제됐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지난한 논의 끝에 초선의원 5명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폐지시켰다. 

지방의회 해외연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출마자 7명과 함께 약속했던 공약이었다. 그동안 관행으로 준비됐던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이 의원과 이재숙·유영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참 입장을 밝혔다. 소속 상임위였던 복지교육위원회 전체가 해외연수 일정을 취소했다. 혼자 의정비 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정도면 선배 의원님들(?) 눈치가 보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건 나의 가치관이자 정의당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다만 내가 목소리를 내면 항상 다수결에 의해 묻힌다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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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당 목소리 막은 교섭단체 구성

더 큰 벽이 놓였다. 2018년 11월, 청주시의회는 ‘시의회 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도내 기초의회 중 처음으로 교섭단체를 운영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5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만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교섭단체에만 주어진다. 

정의당 충북도당은 즉각 반발했다. “의원재량사업비 폐지나 외유성 해외연수 반대 등 특권 내려놓기에 앞장서는 정의당 목소리를 의회운영과 정책추진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거대 정당끼리만 협상하겠다고 장벽을 세우고, 소수의 목소리를 막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전자투표에서 재석 의원 39명 중 찬성 28표, 반대 10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청주시의회는 정당 발아래 놓였다. 이 의원의 고립은 더 심해졌다. ‘의회에서는 친한 거 티 안 냈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의원까지 생겼다. 공천으로 정당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 교섭 단체 차원에서 의견을 내고, 협상을 하다 보니 의원 개개인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탈표가 본회의에서 나오면 공천을 못 받는다는 거예요. 올가미야, 올가미. 지방의회에서 정당 공천은 없어져야 한다는 소리가 많아요. 다음번에 공천을 받아야 의원이 되니까 싫어도 따라야 하는 거예요. 각 정당에서 지방의원은 묶어 놓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게 묶어 놓는 거죠.”

ⓒ 청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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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의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청주시의회 하반기 원구성에서 반기를 들었다. 의석수에 따라 배분한다는 취지는 결국 거대 양당 나눠먹기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장을 맡으면서 상임위원장 4석을 가져갔다. 미래통합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차지했다. 

선출 방식에도 비판이 있어왔다. 그간 지역 시민사회는 비공개적인 선출 방식이 민주적인 의회를 해치고 있다고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주시의회 의장단 선출은 과거 방식 그대로 진행됐다. 이 의원은 25일(목) 있었던 청주시의회 의장 선출에도 5분 발언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 “의원 선거를 해보신 분들이 모든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자당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후보로 뽑았으니 의회에서는 요식행위만 하라는 것이 정말 민주적일까요? (중략) 상임위원장 배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순번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청주시의회 제54회 본회의에서 이현주 정의당 청주시의원의 발언 

 

ⓒ 우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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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의원’이 가지는 강점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1석이라도 청주시의회에 진입한 정의당이 있기에 반대 의견도 생긴다. 이 의원은 “두 당만 있을 때는 합의 하에 뭐든지 할 수 있었는데 정의당이 들어가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혼자 힘으로 양당을 깰 순 없어요. 결국 시민들이 함께 해줘야 해요. 여론을 만들어 가야 하는 거죠. 시민들이 이걸 알고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론이 안 움직이면 절대 안 바뀌거든요.” 

이 의원은 당선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원을 설득해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건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았다. '다수결 의회', '거대 양당 정치'에서 설득은 무용지물이 됐다. "설득이 안 된다면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라는 희망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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