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장 선거

기존의 지구당 사무실을 폐지하는 대신 새로 구성하는 열린우리당의 당원협의회는 이미 지난해 11월 주목을 받았다. 당원협의회 구성에 앞서 준비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특정지역의 경우 세력간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당원협의회 구성에 대비, 지난해 시·군별 준비위원장 선출에 나서 청주 방효무(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청원 변재일(현의원), 충주 조용화(전 충주시시민생활지원국장), 제천 이철호(한국자유총연맹 제천시지회장), 단양 안재원(전 충북도의회의원), 증평 김기환(우재농장 대표), 진천 임영은(전국 농다리지킴이회장), 괴산 신정호(4·15총선 정당연락사무소장), 음성 우갑제(동광건설 전무), 보은 정인재(보은중 운영위원장), 옥천 강구성(충북도의회의원), 영동 임두환씨(전 영동산촌중학교 행정실장) 등을 결정했다.

▲ 방효무 전 청주 흥덕구청장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가 아닌 기초자치단체 권역으로 구성되는 당원협의회는 앞으로 전당대회는 물론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의 공직후보 결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당내 위상이 그만큼 크다. 당조직이 취약한 변재일의원의 경우 본인이 직접 준비위원장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시·군별로 선출된 준비위원장은 큰 하자가 없는 한 대부분 자연스럽게 당원협의회 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대략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시·군별 당원협의회장과 상무위원 선출을 마무리짓게 되는데 15일로 예정된 청주지역 선거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것이다. 청주지역에선 지난해 11월 26일 준비위원장 선출 때도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몰아쳤다. 기존 당직자들이 방효무씨를 옹립하기로 내부 조율을 거쳤지만 일부 평당원들이 극렬히 반발, 결국 경선을 치르게 됐다. 평당원들이 급하게 천거한 손현준교수(42·충북대교수)가 방효무씨와의 경선에 나섰지만 결과는 66표 대 35표로 방효무씨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평당원들은 지역구 현역인 홍재형(상당) 오제세(흥덕 갑) 노영민의원(흥덕 을)이 서로 입을 맞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해 이의를 걸었다고 주장했는데 당사자들은 “당원협의회 구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당시 평당원의 표결집을 주도한 세력이 노사모와 국민의힘 회원들이다. ▲ 손현준 교수
이들이 이번엔 아예 당원협의회 회장을 넘보고 있다. 한 노사모 관계자는 “지난번 준비위원장 선출 때는 사실 무슨 욕심을 갖고 경선에 참여한 게 아니다. 당의 일방적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었는데 예상외로 지지를 많이 받아 우리도 놀랐다. 그러나 이번 협의회장 선거에선 우리도 분명하게 후보를 낼 것이다. 단순한 경선 참여가 아니라 당원협의회장에 당선되기 위해서다. 우리 역시 당내 문제에 대해 그동안의 방관 내지 조역 역할에서 벗어 나 당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들 평당원들이 이처럼 정당 참여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개혁기조 퇴조에 반발, 다시 세를 규합하는 전국 노사모와 국민의힘 등 개혁지지 세력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이들은 여론을 우려, 정당참여에 소극적이었던 그동안의 자세에서 벗어나 열린우리당에 진성당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당원협의회장 선출은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이루어진다. 국민의힘 충북대표를 맡고 있는 손현준교수도 이미 충북도당 교육연수위원장의 당직을 맡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참여정치를 천명하고도 아직 변죽만 울리지 실제적인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게 된 것이다. 당내 모든 문제에 접근하겠다. 지난 17대 총선 때도 보지 않았는가. 지역에 별로 연고도 없는 인사들이 중앙당에 의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후보로 결정됐다. 오랫동안 지역민과 동고동락하며 뜻을 같이 한 동지들은 하루 아침에 팽당하지 않았는가. 앞으로는 이런 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두고 봐라. 특정인 몇 명이 쑥덕공론으로 당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노사모와 국민의힘이 주축된 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당내에선 평가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주권에서 실제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불과 30여명 정도에 불과한데다 이들이 진성당원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당직자는 이번에도 ‘찻잔속의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단한다. 그러나 2002년 대선과 지난 17대 총선에서 나타났듯이 네티즌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지하 동조세력’의 존재에 대해선 기성 당직자들도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노사모 관계자도 “15일 결과를 보면 되잖느냐”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일부 당직자 사이에선 당내 결속을 위해 차라리 노사모와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후보를 당원협의회장으로 선출할 것을 제의하기도 한다. 청주시의 선거 결과는 오는 3월 쯤 있을 충북도당위원장과 중앙위원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내 분위기는 현 홍재형도당위원장 체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세이지만 일각에선 제 3의 인물을 내세워서라도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이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조짐이다.

1월 중으로 당원협의회장 선출이 끝나면 2월중에 시·군협의회별 대의원 선출이 있게 되며, 3월 시·도당 위원장과 중앙위원 선출을 거쳐 4월 2일 최종적으로 중앙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열린우리당의 선거정국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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